박사급 통일수다④ – 오해 혹은 사실, 북한의 영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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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52화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신년 기획특집 '박사급 장마당세대 통일수다'. 북한을 경험하고 북한을 전공하고 있는 박사 과정의 장마당세대의 이야기로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회령, 종성, 청진 출신으로 한국에 와서 박사 학위 과정에 있는 장마당세대 학자들과 서울 출신으로 일본에 정착한 박사 과정 동료가 방송을 위해 온라인에 모였습니다.

(김세진) "북한에서는 영어를 배우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영어를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행자) 최근 한국에서 탈북민을 대상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는데요, "남한 생활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첫 번째 아니면 두 번째 대답이 "영어" 였다고 기억하거든요,

(이경화) 제 경험을 말씀 드리면, 중학교 올라갈 때 영어공부를 시작해요, 알파벳부터, 아무래도 저 같은 경우는 중학교 1학년 중퇴라서 영어를 북한에서 배우지 못했습니다. 영어 교육이 시작될 때 학교를 중단했기 때문이었죠. 소학교에서는 영어를 가르치지 않아요. 제가 인민학교 때는 영어를 배우지 않았고, 중학교 때는 영어와 한문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저의 어머니 때만 해도 영어와 러시아어 로어 라고 하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교육했다고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선택은 아니었고, 영어만 가르쳤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중요도가 조금 낮다 보니까 영어에 대해서 꼭 배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 친구들도 그랬고, 인지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냥 학교에서 가르치니 배운다 정도였어요. 하지만 한국에 와서 석사학위 받을 때 영어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다. 북한 이탈주민들이 영어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제 또래 탈북민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영어를 북한에서 배우지 못했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영어가 필요한 언어이고, 그래서 탈북민들이 다들 힘들어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현성) 저희보다 5년 이상 위 세대는 반이 7개가 있었습니다. 러시아 5개반 영어가 2개반였었다가 저희 때는 영어반 5개반 러시아가 2개반으로 변했습니다. 영어는 중 1때부터 배우는데 1주일에 1-2시간 정도 배웁니다. 북한의 영어 교육은 기본적으로 교재부터 시작해서 선생님들도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수준 이하입니다. 러시아 가르치던 선생님이 영어 가르치니 교육이 제대로 되기 어려웠죠. 예를 들어 가장 기본적인 영어 단어인 애플(apple)정도는 알 수 있는데 문법이나 이런건 한국와서 공부했습니다. 아직까지 북한은 영어교육 인프라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세진) 한국에서 대학을 갈 때 (영어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조현성) 기본적으로 저희 같은 경우에는 특별전형이 있어서 다른 한국의 입시생처럼 수학능력평가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어서 대학을 들어갈 때 영어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학교생활의 적응이 어려웠습니다. 다른 학생과의 수준을 맞추는 게 힘들었습니다. 교수님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영어로 설명해주시는 것을 우리는 이해하고 알아야 하니 어려웠습니다. 학교 생활 자체가 굉장히 힘들었기 때문에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겠냐고 한다면 안 돌아가고 싶습니다.

(정영희) 영어는 저 역시도 고민입니다. 함께 이 방송을 참여하고 있는 다른 박사 과정 동료분들은 저보다 연배가 어려서 북한의 경제가 어려웠던 시기라서 학교를 다 마치지 못했다고 했는데, 저는 북한에서 11년제 정규교육을 다 마쳤습니다. 저희 때(1970년대 후반 – 1980년 중반)까지만 해도 영어와 러시아와 한문을 가르쳤습니다. 이중 한문을 더 집중적으로 교육했어요. 저는 영어를 선택하지 않고 러시아어를 배웠습니다. 그대 당시 제가 살았던 함경북도 회령은8개반이 있다고 하면 러시아이 6개 영어가 2개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대전환이 일어났습니다. 80 대 중반, (북한군에 의해 미군이 살해 당했던)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이후, (미국과 북한의 군사적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우리가 대적해야 할 적이 미국인데 영어를 못하면 어떻게 미국과 대적하겠나, 하는 김일성의 교시가 내려졌어요, 이후로 영어가 8개반, 러시아 어가 2개반으로 뒤바꿨습니다. 한국에 와서 석박사 하면서 영어를 필수로 해야 하는데 제가 영어를 못하니 공부하기에 정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미술 심리를 전공했는데 미술 심리 전공에 필요한 영어 단어만 추려서 외워서 겨우겨우 논문을 썼던 기억이 나고요, 박사 과정인 지금도 영어 때문에 공부가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영어는 북한 출신 사람들에게는 제일 1순위 고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세진) 이 프로그램의 제목인 '장마당세대'의 의미를 정리하고 싶습니다.

(조현성) 장마당세대라고 하면 시대적으로 80년 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입니다. 환경적으로 보면 기본적으로 북한의 경제난으로 학업에 지장을 받은 세대입니다.

(다음 주 계속)

(SIGNAL MUSIC)

(진행자)세대와 지역의 인식 차이를 넘어서 한반도 미래의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려는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제52화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청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