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미국 투표를 보니 제가 북한에서 했던 투표와 많은 차이가 있네요. (미국) 투표장에서 웃음소리도 들리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자유로운 느낌이 많이듭니다.
(전효진) 가창대라고 해서 선거 때마다 동원됐죠. 마을을 돌며 선거장려 노래를 불렀어요. "사회주의 내조국 경사로운 선거에 노래넘치네"
(평양엘리트출신 박씨) 북한 주민은 선거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의지가 없다고 봐야죠, 왜냐하면 아는게 없으니까…(어떤 부분을 바꿔야 할까요?) 선거를 바꾸려면 싹 다 바꿔야 합니다.
(진행자)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2020년 11월 3일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가 지역마다 열리고 있습니다. 장마당세대와 미국의 투표 현장을 함께 보며 북한의 선거를 떠올려 봅니다.
(진행자) 2020년 3월 3월 화요일 아침입니다. 오늘은 슈퍼화요일(Super Tuesday)라고 해서 미국의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과정 중 아주 중요한 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늘 선거 결과에 따라서 미국 대선 판세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현장 리포트) 이곳은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시의 한 초등학교로 미국 전역 14개 주에서 열리는 대통령 후보결정 선거 중 버지니아 주민이 투표하는 장소입니다. 초등학교 건물의 현관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첫 번째 교실을 투표소로 꾸몄습니다.
(진행자) 선거관리 담당자에게 허락을 받고 투표소 내부를 살펴봤습니다. 선거 관리를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앞 뒤 테이블에 앉아 있고 칸막이가 있는 투표탁자와 투표용지를 모으는 기계상자가 출구 앞에 있습니다.
(진행자) 투표하려는 사람은 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첫 탁자에서 신분확인을 했다는 징표를 받고 다음 탁자에서는 이 표와 투표용지를 교환합니다. 투표용지에는 22명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의 이름이 가득 있지만 대부분이 포기를 했고 5명의 후보만 남았습니다. 투표용지를 받은 사람은 칸막이가 있는 테이블에서 자신이 선택한 후보에 기표를 하고 출구로 나오면서 자동 봉인되는 투표함 기계에 투표용지를 넣습니다.
(진행자) 이날 투표장을 함께 간 페어팩스 시의회 임소정 의원입니다.
(임소정 페어팩스 시의원)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대비해서 후보 결정을 위한 투표를 미국 50개 주에서 합니다. 오늘은 버지니아 주를 비롯한 14개 주에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택합니다. 다음 달까지 진행될 주별 예비선거의 승자가 공화당 후보인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결합니다. (진행자) 투표하는 데 눈치를 준다든지 누구를 강제로 뽑아야 한다라는 압력이 있었나요? (임소정) 그런게 있으면 안되죠. 전혀 없어요.
(진행자) 이곳 투표소 책임자인 데니스 콜린 선거관리위원장은 시민들의 자유로운 참여로 선거가 운영된다고 설명합니다.
(데니스 콜린 페어팩스 시 제3투표소 선관위원장) 9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선거관리를 위해 돕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본선같은 큰 행사에는 20명 정도의 자원봉사자들이 투표관리에 참가합니다.
(진행자) 미국의 투표 장면을 본 장마당세대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진행자) 북한을 떠난 지 10년된 30대 후반 직장인 김지원 씨는 미국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를 보면서 북한의 투표소와는 분위기부터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원) 미국 투표를 보니 제가 북한에서 했던 투표와 많은 차이가 있네요. (미국) 투표장에서 웃음소리도 들리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자유로운 느낌이 많이듭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에서) 참여한 선거가 2007년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선거표’라고 적혀 있어서 북한 문양이 찍혀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 선택이라는 것이 없죠. 미국 선거 장면을 보면서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이 큰 종이 한 장 가득했던 것이 참 신기해 보였습니다. 북한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없거든요.
(진행자) 그럼 북한 선거를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요?
(김지원) 당선된 사람을 통해서 내 삶이 좀 변화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 관련 정보 공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선거는 정치 지도자를 뽑는 정치축제라는 것보다는 주민등록상의 인권확인 다시 말해서 행방불명자를 확인하는 의미가 더 큽니다. 투표한 사람이 몇 명인가를 통해서 인구조사를 하는 셈입니다. 투표가 자유롭고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추천되고 당선되는 구조가 되어야 할텐데, 북한에서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죠, 하하하
(진행자) 평양 엘리트 출신으로 2000년대 후반에 한국에 정착한 후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박 씨는 2000년 대 중반까지 평양에서 선거에 참여했다면서 가림막이 가려진 곳에서 투표하는 비밀투표 형식만 갖췄을 뿐 선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고 기억했습니다.
(박 모씨) 대의원 선거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전혀 몰랐어요 거기서 누구를 찍어야 하는 지도 몰랐고 선거표에 누구를 찍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북한 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표 감시 이런 것 보다는 유권자들이 투표로 자신의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려는 의지를 원천봉쇄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선거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으니까요. 도 위원장이라든가 도 책임비서가 어떤 위치에 있고 그래서 도민을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한다는 정보가 공개되고 알려져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를 할 수가 있죠.
(진행자) 평안남도 출신으로 한국에 정착한 지 6년 됐다는 차리혁 씨는 북한의 선거 방식은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차 씨는 30대 중반으로 북한에서 황해도 지역에서 군생활을 하다가 2013년까지 사회 세포비서로 근무했습니다.
(차리혁) 지금이나 과거나 북한의 선거 방식은 변함이 없어요. 미국 선거에서 처럼 현대식 검표 장치를 도입하고 철저하게 비밀투표를 보장한다면 누가 반대했는지 누가 찬성했는지 알 수 없잖아요. 그러면 주민 통제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겁니다.
(진행자) 2012년 북한을 떠났다는 24세 여대생 이 향 학생은 북한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선거를 기억한다면서 선택이나 권리라기 보다는 의무와 감시의 과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향) 제가 기억하는 것은 2010년인가 선거를 했었거든요, 화폐개혁이 2009년에 있었고 2010년도에 선거를 치뤘는데, 북한에서는 선거는 한 명 밖에 투표를 못하니까 다른 것 없어요, 그냥 민증을 거둬서 가서 거기다 번호를 매긴 다음에 번호를 다 주거든요. 번호를 가져간 다음에 선거를 하는 날에는 명절처럼 즐기에 하고 의복을 차려입고 예를 들어 한복같은 옷을 차려입고 주민센터 같은 곳을 가요. 민증을 제출하고 오면 그냥 끝나는 거예요.
(진행자) 19살까지 북한에서 살다 한국에 정착한 20대 중반 전효진 씨는 북한에서는 나이가 어려서 선거에 참여는 못했지만 가창대에 동원됐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습니다.
(전효진) 제가 선거를 직접하지는 못했어요. 그때는 제가 고등학교이어서요. 대신 선거운동은 많이 했어요, 가창대라고 해서 마을을 돌면서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제창하는 선거운동을 많이 했어요. 선거를 있을 때마다 빠질 수가 없어서 무조건 다했고요 선거철에는 학교를 안나가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꼭학교를 갔었고 그때는 옷도 항상 깨끗하게 입었고 가정마다 꽃을 만들어서 박자에 맞춰서 꽃을 흔들었어요.
선거장려 노래를 부르고 했었어요.
(전효진) 노래를 조금 불러본다면 “사회주의 내조국 햇빛받은 강산에 경사로운 선거에 노래 넘치네” 이런 노래였어요, 노래가 다 끝나면 “모두가 선거해요”라고 누군가 선창을 하면 나머지 학생들이 “선거해요, 선거해요, 선거해요”하면서 꽃을 세 번 흔들어요. 마을 골목골목 돌면서 그런 노래를 하루 2번 이상 불렀어요.
(전효진) 친구들에게 (미국 선거) 영상을 보여주면서 의견을 받았습니다. 어떤 친구는 “선거가 민주적이라는 것을 한국에 와서 처음 알았다”라면서 북한에서는 당이나 조직의 강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찬성, 무조건 투표로 하는 것이 선거인 줄 알았는데 자유세계에 오니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선거에서 ‘이것부터 바꾸자’라고 권유한다면 무엇일까요?
(전효진) 북한 선거를 한 표의 소중함을 알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에서는 한 표가 전혀 소중하지 않고 무조건 100% 투표 100% 찬성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거든요. 근데 북한에서 한 표 결국 내가 내 의사를 말할 수 있고 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표시이기도 한 데 한 표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변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진행자) 세대와 지역의 인식 차이를 넘어서 한반도 미래의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려는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제6화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청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