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26화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북한 출신으로 한국에 정착한 장마당세대들이 해외에 사는 한인청년들과 '한국전쟁 70년의 의미'를 나눴습니다.
(진행자) 지난 방송에서 한국에서 나고 자란 후 미국에 살고 있는 장마당세대는 학교보다는 영화를 통해서 한국전쟁을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임재환) 저는 90년 말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초중고 모두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음에도 역사의 논란이 될 수 있는 근현대사 부분은 거의 배우지 못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에 관한 정보는 공식 교육을 통해 접한 기억이 없습니다. '웰컴투동막골'이나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남북분단을 주제로 하는 한국영화를 통해 한국전쟁의 상처와 휴유증을 간접적으로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웰컴투동막골 OST - A Waltz of Sleigh) (진행자) '웰컴투동막골'은 미군, 한국군, 북한 인민군과 강원도 동막골 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이야기를 재밌고 감동적으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OST)
(진행자) 한국전쟁의 아픔을 느꼈다는 또다른 한국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분단의 역사와 아픔을 형제의 이별이라는 소재를 통해 상징적으로 묘사해낸 작품입니다.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이진석·진태 형제는 어린 나이였지만 징집되어 남한 땅의 마지막 지역인 낙동강 전선에 투입됐습니다. 심장병을 앓던 동생을 집으로 돌려 보내주겠다는 군당국의 약속을 받은 형 진석은 무모하리 만큼 전투를 앞장서며 전쟁영웅으로 이름을 높입니다. 치열한 전투와 승전보, 후퇴를 거듭하다 형인 진석은 북한 인민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동생인 진태는 형을 다시 데려 오기 위해 최전선으로 향합니다. 형제는 운명처럼 전투에서 만나고 형은 동생을 구하기 위해 총부리를 조금 전까지 동료였던 북한군으로 돌립니다.
(진행자) 영화의 후반부,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가득한 흙바닥에 누워있던 진태의 모습이 뼈만 남은 유해로 변하면서 시간은 다시 2004년 유해발굴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백발의 노인이 된 동생 진석은 발굴 현장에서 형제의 사연이 담긴 만년필을 보고서 형의 유골 앞에 쓰러져 오열합니다. "돌아와서 구두 완성한다고 했잖아요.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돌아온다고 약속했잖아요. 왜 이러고 있어요. 50년 동안이나 기다렸는데, 형, 형!"
(진행자) 한국전쟁 70주년인 2020년 7월 어느 날, 20대부터 40대까지의 한국과 북한 출신 청년들이 인터넷 토론모임에 모였습니다. 지난주 소개해 드린 모임에 이어서 이들 4명의 대화 주요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진행자) 미국 하와이, 독일 함부르크,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사는 한국인 청년들과 북한에서 살다가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청년들이 자신들을 소개합니다.
(참가자) 미국 하와이 평통 홍보간사인 윤희진입니다. 독일 함부르크 대학에서 해외 거주 민족을 뜻하는 디아스포라 관련 박사과정에 있는 김익재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인도주의 지원단체를 세워서 운영하고 있는 김태균입니다. 안녕하세요. 북한 출신 조경일입니다.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2004년 가을에 왔습니다. 올해로 15년째입니다. 한국의 대학에서 정치학 공부를 했고 이쪽(정치) 분야 일을 하고 싶어서 3년째 국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 관심 많았던 국회의원 김두관, 김영춘 의원실에서 근무했습니다).
[북한에서, 한국에서, 우리는 한국전쟁을 어떻게 배웠나?]
– 한국은 2000년을 기점으로 전후 교육 목표가 달라
- "공산당이 싫어요" 에서 "평화정착과 통일이 최대 과제"로 변화
(하와이/윤희진) 89년도에 '국민학교'를 입학했습니다. 매년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6월이 되면 전교생이 한국전쟁 관련 영화를 보러 극장에 단체 관람을 갔습니다. 한국전쟁과 관련한 방공 영화를 보고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구호가 머리 속에 깊게 새겨졌던 기억이 많습니다.
(독일/김익재) 제가 초등학교 들어간 게 딱 2000년이거든요. 반공에 대한 교육은 별로 없었어요. 남북이 어떻게 싸웠고 누가 더 잘못했는가 보다는 통일이 중요하고 꼭 해야 한다는 쪽에 맞춰져서 교육 받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7차 교육과정 이후의 세대이기 때문에 2000년 대 이후 한국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과 그 이전에 교육받은 사람의 인식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토론을 통해 남측과 북측에서 어떻게 가르치고 인식하는지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서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북/조경일) 북에서 전쟁을 배울 때는 "우리 민족이 해방되려면 미국을 쫓아내야 한다. 미국놈들 때문에 우리 민족이 고통을 당한다"고 배웠습니다. 누가 먼저 공격했느냐 하는 것은 교육하지 않고 "모든 전쟁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를 반복적으로 학습했습니다. 남한에 대해서는 별로 배운 게 없어요, "미국의 앞잡이다" 그런 정도였습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6월에 주로 뭘 했는지 기억하시나요?
(조경일) 초등학교 많이 없습니다. 북한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 학교 다녔습니다. 다만 소풍 가면 미군이 그려져 있는 나무판을 세워 놓고 찌르기를 하며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살다가 강제 북송됐던 15세 나이 때 조국해방에 희생됐던 사람들의 동상을 찾아 갔던 것 같아요. 2000년 처음 탈북 11살 중국에서 2년 살았다 다시 북송됐고 2004년 한국 기준 고1 고2를 다녔습니다. 전쟁 참여 영웅들의 동상이 있는 곳에서 결의대회 비슷한 거 하는 거 정도였습니다.
(SIGNAL MUSIC)
(진행자) 남북한 청년들이 과거 배웠던 한국전쟁, 그리고 지금 이해하는 한국전쟁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세대와 지역의 인식 차이를 넘어서 한반도 미래의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려는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제26화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청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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