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44화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미국에서 똑소리 나게 살고 있는 네 명의 한인 청년 여성과 미국 생활 6년 째인 청진 출신 에블린 씨의 유쾌하면서 진지했던 통일수다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진행자) 지난주에 이어서 여러분 주변의 미국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북한 출신의 에블린 씨가 기억하는 고향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국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죠. 북한 전문가를 가장 자주 그리고 많이 만나는 부시 대통령 센터에 있는 편지은 씨가 계속 이어주실까요?
(편지은) 제가 미국 대학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북한 관련 행사를 주최해서 탈북민을 초청했습니다. 첫 만남에서 의례적으로 "너무 잘 오셨습니다" 악수하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라고 인사했는데, 제 옆에 있었던 미국인 친구는 탈북민을 보자 마자 안아주더니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나요, 지금 내 앞에 있어줘서 너무 고마워요"하며 안아 주는 거예요. 제가 그 모습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다른 미국인보다는 더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더 열정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왜 미국친구가 생각했던 이 탈북민이 북한에서 미국까지 왔던 그 과정을 나는 왜 보지 못했을까 나는 왜 의례적으로 악수하고 끝냈을까 하는 생각이 짧은 시간에 들면서 죄책감이 들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음날 그 탈북민에게 전화를 해서 점심 식사 약속을 잡고 이야기를 듣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스스로를 굉장히 많이 노출시키고 가능한 곳에 있다면 가서 만나고 한국에 들어갈 일이 있으면 연락을 해서 탈북민 친구들을 한두명이라도 만나서 얘기를 듣고 하는 것이 제 일상이 되었는데, 그런 것처럼 우리가 통일에 대해서 막연히 생각하고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여전히 탈북민을 우리 삶에서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 같아요.
(진행자) 북한에서 미국으로 바로 온 에블린 씨의 얘기를 먼저 듣고 다른 분들의 경험을 나눠주면 좋겠네요.
(에블린 정) 저는 지금 유튜브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저는 덴버라는 도시에 처음 정착해서 거기에서 미국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처음 만나는 친구나 미국 사람들에게 (북한 출신이 아니라) 한국에서 왔다고 저를 소개했어요.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불편한 질문을 하고 해서 그냥 한국에서 왔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미국 생활 6년 째인 요즘 들어서는 북한에서 온게 부끄러운게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당당하게 제 출신을 밝히기 시작했어요. 그런 의미로 인터넷 방송인 유튜브도 시작한거죠. 공개 활동을 하는 것을 주저했거든요. 왜냐하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이 있어서 그랬어요. 하지만 한국에 정착한 엄마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엄마도 한국에서 TV 출연을 하며 공개활동을 하시면서 "너가 하고 싶은 걸 해"라고 용기를 주셔서 저도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주변의 반응은 어떻든가요?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몰랐던 친구들도 있었을 텐데요.
(에블린) 콜로라도 주의 덴버가 첫 정착지였는데, 그곳에서 미국 가정에서 3년 반 정도 살았거든요, 특히 미국 어른 분들이 북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김정은이나 북한 인권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고등학교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생겼을 때 솔직하게 제 출신을 이야기했죠. "북한에서 왔다"고 그런데 그 친구는 "그렇구나" 하면서 특별한 반응을 안하더라고요. 미국은 이민자로 세워진 나라이고 지금도 전세계 곳곳에서 이민자들이 오니까 제가 북한에서 온게 특별한게 아니었나봐요.
(진행자) 조지아 주 지방정부 공무원인 유정 씨는 미국 오기 전 한국에 있을 때부터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면서요?
(박유정) 저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한국정부가 '햇볕정책'을 채택했을 때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한민족공동체'라는 용어가 자연스러웠고 또 많이 사용하면서 자라왔습니다. 특히 제가 기독교인이어서 종교적인 의미로도 북한을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1998년도 즈음에 한국의 부흥을 이야기하면서 평양에서 과거 기독교가 부흥했을 때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 내용이 저에게는 통일이라는 주제가 교육을 통해 깊이 각인되기도 했지만 신앙인으로서 받았던 사명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태로 미국에 오게 됐는데, 대학교 때 즈음에 아무래도 사회학이나 정치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 보니까 탈북자분들이 쓴 증언집들이 비공식(un-official)으로 만들어진 게 학생들 사이에 퍼졌어요. 그래서 그것을 읽었을 때 북한의 심각한 인권 실상을 조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글이라는 것'을 읽고 책을 덮었어요. 너무 마음이 어려워서요.
(SIGNAL MUSIC)
(진행자)세대와 지역의 인식 차이를 넘어서 한반도 미래의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려는 '통일의 주축 장마당세대' 제44화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청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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