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여명거리’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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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이 200일전투 중점 공사 대상인 여명거리 공사에 대해 장황하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여명거리 건설이 착공된 지 3달만에 2천 800세대의 주택골조 공사가 끝났다며, 당창건 10월10일까지 완공하게 될 전망이라고 선전했습니다. 한편, 이 여명거리 공사에 온 나라의 돈을 쏟아 붓는다고 주민들의 아우성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이 그토록 자랑하는 여명거리 공사 실태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자랑하는 평양의 여명거리 공사가 얼마나 날림식으로 건설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북한 매체가 어떻게 자랑하고 있습니까,

정영: 먼저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보겠습니다. 6월 19일자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보면 "만리마의 속도로 아침과 저녁, 오늘과 내일이 다르게 변모되는 여명거리 공사장에서 건설성과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여명거리가 건설되게 된 동기가 참 기막힌데요, 올해 3월 초에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발표하자, 김정은 위원장은 3월 중순에 여명거리 공사장에 가서 당창건 10월10일까지 완공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북제재에 보란 듯이 공사를 다그치라고 지시했습니다. 결국 김정은이 자기의 저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여명거리를 건설하라고 했는데, 그게 과연 짧은 기간에 제대로 건설될까 하는 우려가 남는 겁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건설장에서는 사회주의 경쟁, 따라 앞서기 경쟁이 일어나면서 17시간만에 한 개 층 공사가 끝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북한은 작년도인가 23층 아파트가 무너진 적이 있는데, 그걸로 해서 배우는 게 전혀 없는 것 같네요.

정영: 김정은의 속도전 만리마 바람에 지금 온 나라 주민 2천5백만 주민들이 만리마를 타고 성급하게 내달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 만리마가 가다가 힘이 진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최민석: 그 만리마가 가다가 힘이 진해서 고꾸라지면 거기 탔던 사람은 떨어지면 박살이 나겠지요. 그런데 그 여명거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정영: 여명거리는 평양시 지하철 전우역이라는 곳에서부터 금수산 기념태양궁전 앞까지 3km를 꾸리는 공사입니다.

최민석: 아주 풍광이 좋은 곳에 조성하고 있군요.

정영: 이 지역은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의 성지로 알려진 금수산 기념궁전까지 가는 거리를 잘 꾸려서 김일성 대학의 교수와 과학자들에게 주겠다는 겁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이 아파트도 창전거리 아파트처럼 고급단지로 꾸리겠다는 거군요.

정영: 그런데 그 건설과정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아무래도 10층 이상 되는 건물을 짓는 것이 쉽지 않죠. 철근이 들어가니까요.

정영: 거기에 70층짜리 아파트를 세운다는 건데, 그러면 하늘을 찌르는 듯한 높이가 되는 겁니다.

최민석: 한국에서 제일 높았던 63빌딩보다 더 높은 거군요. 그런데 모두가 알고 있듯이 평양에는 전기와 물이 부족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합니까,

정영: 지금 북한에서 제일 애로가 전기문제입니다. 지금도 만수대 김일성 김정일 동상만 겨우 비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런데 70층짜리 아파트가 서면 승강기가 설치되어야 됩니다. 그런데 정전만 되면 70층을 걸어 올라가는 데만 3~4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평양 시민들이 또 가장 애로 되는 문제가 바로 물입니다. 거기 70층짜리 아파트로 올려 쏘는 물 압력만해도 엄청나서 전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북한에는 40짜리 광복거리 아파트에도 물이 공급되지 않아 사람들이 출근할 때 물통을 하나씩 가지고 가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70층이면 광복거리 40층보다 30층이나 더 높다는 소립니다.

최민석: 잠깐 상상을 해보았더니 인간으로선 버티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정영: 그리고 일부 고층 아파트들은 이미 골조공사를 끝냈다고 자랑하는 데, 이는 세멘트가 굳기 전에 계속 올렸다는 겁니다. 그러면 기초만해도 아파트 5~6층 정도 지하에 들어갔어야 하는 건데, 그 무게를 기초가 감당할 수 있겠는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최민석: 여명거리 공사 때문에 평양시민들은 전부 동원이 되어 있습니다. 건설자재와 동원 때문에 많이 힘들 것 같군요.

정영: 북한 관영매체가 이처럼 여명거리 공사에 대해 좋은 것만 보도해주고 있는데, 주민들의 고통스러워하는 소식은 대북매체를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남한의 북한전문 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무역회사들, 주민들, 그리고 학생들까지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먼저 무역회사들의 상황을 보면요. 북한 당국은 무역회사들에 여명거리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무역회사들이 여명거리 공사에 필요한 강재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북한 황해제철소와 김책제철소에서 쇠를 생산하는 데도 말입니다.

최민석: 북한에 철광석이 매우 풍부하지요.

정영: 그런데 강괴, 즉 'ㄴ'형강, 'ㄷ'형강을 뽑아야 건설에 이용할 수 있는데요. 그게 안되기 때문에 광석을 팔아가지고 그 돈으로 강재를 사온다는 겁니다. 무역회사들은 대북제재 상황에서 돈을 벌기 위해 고전하고 있고요. 무역회사들은 "70일 전투 때 탈탈 다 털어 썼는데, 200일 전투를 또 시작해서 숨통 조이기를 멈추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합니다.

최민석: 제가 봐도 답답합니다.

정영: 무역회사뿐 아니라 내부 주민들도 상당히 부담을 느낀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은 여명거리에 필요한 충성자금을 주민들로부터 걷고 있는데요, 매 가정당 미화 50달러씩 내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각자 얼마씩 내라고 모으고 있군요.

정영: 평양시 인민위원회에서 인민반장 회의를 열고 지시를 주면, 반장들은 "1차 적으로 충성자금을 7월말까지 바치라"고 내리먹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돈이 없는 주민들은 노동현장에 참가하라고 조직했다는 겁니다.

최민석: 돈을 못 내는 주민들은 몸으로 때운다는 소리군요.

정영: 맞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애로는 북한 학생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국은 여명거리 공사에 필요한 강재를 모으기 위해 학생들을 공부가 끝나면 파철 줍기를 시킨다고 한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그러면 북한에 꼬마계획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 꼬마 계획을 따로 하고 여명거리 공사에 필요한 파철줍기를 따로 시킨다는 겁니까,

정영: 학생들은 공부가 끝난 다음 곧장 쓰레기장에 가서 파철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장갑, 비누, 수건 이렇게 건설에 필요한 후방물자도 가져오라고 시킨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명거리 아파트는 오르지만, 인민의 한숨 소리 높다"고 비유한다고 합니다.

최민석: 안타깝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적인 대북제재를 여명거리 건설로 돌파한다는 희한한 방침에 온 나라 주민들이 굶어가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렇게 날림식으로 건설한 여명거리에서 사는 사람들이 마음이 편할지 모르겠습니까?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