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심화조’ 피해자 우상화 선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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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의 진상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요즘 중동의 카다피 독재 정권이 민중의 거센 항거에 부딪혀 몰락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북한 조선중앙 텔레비전은 28일 '심화조' 사건으로 사망한 서윤석 전 평양시당 책임비서가 생전에 김정일의 사랑과 지도를 많이 받았다고 우상화 선전에 이용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잠시 북한 중앙텔레비전의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바라시는 문제를 무조건 실현해나가시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숭고한 충정의 세계를 한생토록 걸음걸음 절감해온 일군들 속에는 평안남도당 책임비서였던 서윤석 동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중앙 TV는 서윤석이 김정일의 희대의 정치 살인극인 심화조 사건의 희생자라는 사실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90년대 중반, 북한 권력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심화조 사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마 이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 속에는 서윤석이 어떤 사람이고, 또 그가 어떻게 정치적 생명을 마감했는지에 대해 아는 분들이 많으리라 봅니다.

1928년 생인 서윤석은 일찌기 북한 최고위층의 삶을 살았습니다. 북한 인명록에 따르면 그는 1970년에 해주시당 책임비서를 거쳐 황해남도 당 책임비서, 1978년~1986년까지는 평양시당 책임비서를 지냈습니다.

이 기간에 서윤석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 막강한 지위를 차지하고, 김일성, 김정일에게 충성다했습니다. 특히 김일성 앞에서 아첨을 잘해 평양시민들은 그를 가리켜 '서대감'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고 복수의 평양 출신 탈북자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것은 1990년대 중반. 북한 자료집에 따르면 서윤석은 1998년 7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과 평안남도 당 책임비서 직에서 각각 해임됐습니다.

그때 당시 그의 행처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심화조 사건에 연루되어 고문을 당했다는 소식은 북한을 탈출한 한 보안원(당시 사회안전부) 출신 탈북자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북한에서 인민보안부 간부를 지내다 한국에 망명한 박문일 씨는 "1997년 심화조 사건으로 북한 고위급 인사 2만5천명이 처형당하거나 유배되었다"고 한국의 한 잡지에 기고했습니다.

박문일 씨에 따르면, 심화조 사건은 김일성 사망 이후 체제 붕괴에 떨던 김정일이 권력기반을 재정비할 목적 하에 저지른 정치 살인극이었습니다.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과 사회안전부 정치부장 채문덕이 고안한 심화조 사건은 고위 간부들의 이력을 재조사해 과정 경력이 불투명하거나, 경력 기만자들을 들춰내 처벌하는 것이었습니다.

심화조 사건은 나중에 사회안전부 간부들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을 복수하는 '마녀 사냥'으로 변했습니다.

서관히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가 '간첩'으로 몰려 평양시 한 가운데서 처형당했고, 문성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당 책임비서도 경력 기만죄로 사회안전부 밀실에 끌려가 손톱, 발톱을 뽑히는 고문을 당했습니다.

심지어 평양 애국렬사릉에 안장됐던 김만금 전 농업위원회 위원장의 시체가 꺼내져 '부관참시'(시체를 총살하는 형벌)당하는 사건까지 이르렀습니다.

그 가운데 서윤석도 있었는데, 그는 심화조 사건을 지휘했던 채문덕한테서 개인 보복을 당했습니다.

학습을 게을리 한다고 서윤석한테서 책벌을 받은 적이 있는 채문덕은 심화조가 시작되자, 그 앙갚음으로 먼저 서윤석을 끌어다 놓고 그의 과거 경력을 문제 삼아 고문을 들이댔다고 박문일 씨는 증언했습니다.

전기고문, 물고문 등 가혹한 형벌이 가해지자, 서윤석은 정신이상자가 됐고, 감옥에서 얼마나 혼이 났는지, 석방되어 병 치료를 받다가도 간호원이 주사기를 가지고 들어오면 무릎을 꿇고 "다 말하겠으니 제발 주사를 놓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그 대신 중앙당 본부당 책임비서인 문성술은 심화조 예심원들의 고문을 이기지 못해 감방 벽에 머리를 들이받아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두 사람의 경우를 놓고 훗날 심화조를 총화 짓던 김정일의 평가가 독특합니다.

"문성술은 신념이 투철한데, 서윤석은 신념이 약하다!"

자살을 택한 문성술과 달리 극단의 선택을 하지 못한 서윤석의 비굴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김정일의 교활성은 심화조 사건을 처리한 방법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심화조 사건으로 피해를 당한 북한 주민은 약 2만 5천명에 달했다고 박문일 씨는 말했습니다. 총살당한 사람,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던 가족들, 억울하게 생이별을 당한 사람들, 이렇게 심화조 사건에서 당한 피해자들의 원한은 하늘에 닿았습니다.

교활한 김정일은 자기에게 향한 비난의 화살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혁명대오 안에 끼어든 일부 권력야심가들의 망동'으로 심화조 사건을 일단락하고, 오히려 심화조 사건을 주도했던 채문덕을 비롯한 주모자 15명을 총살해 버렸습니다.

결국 영웅으로 떠받들리며 인간 사냥에 나섰던 채문덕도 하루아침에 간첩으로 몰려 죽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면, 진짜 김정일이 이 심화조 사건을 몰랐을까요?

아시다시피 북한에는 노동당 일보선, 보위부 통보선, 보안부 안전소조선이 있습니다. 더욱이 서윤석이나 문성술과 같이 노동당 고위직에 있는 간부들을 체포하거나 처형할 때는 김정일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심화조 사건을 몰랐다는 듯이 마치 구세주가 된 것처럼 4.25문화회관에 피해자들을 모아놓고 위로하는 놀음을 벌였습니다.

평양 출신 탈북자들의 말에 의하면 당시 심화조 사건으로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던 피해자들은 북한 체제에 대한 저주와 증오를 노골적으로 표출했다고 합니다.

심화조 사건은 김정일의 통치술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실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 매체는 심화조 사건의 희생자인 서윤석을 김정일 우상화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독재자의 권력의 도구로 이용됐던 사람은 죽어서도 독재자 찬양에 이용되는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리비아에는 42년 동안 무소불위의 독재를 실시해온 카다피가 민중의 항거에 부딪쳤습니다.

대대손손 리비아 통치를 꿈꾸었던 카다피. 북한의 독재자들도 인민을 우롱하면 어떤 결과가 차례지게 될지를 준절히 깨우치는 교훈이라 하겠습니다.

= 공화국은 안전 지역이니 마음 놓고 투자해도 된다?

달러에 목이 마른 북한이 ‘외국 자본 끌어들이기’ 선전에 본격 나섰습니다.

1일자 조선중앙통신은 “조선합영투자 관계자가 외국인 투자의 안정성을 담보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내용인 즉, 조선합영투자위원회 관계자가 “조선은 완전한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외국인들이 공화국 령역안에 투자하는 것을 장려하며 투자한 재산을 국유화하거나 거두어들이지 않는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과거가 켕기는 듯, 북한은 “조선에 들어온 외국 자본을 절대로 국유화 하거나, 공짜로 빼앗지 않는다”라고 극구 설명하는 모양새입니다.

지금 북한에는 내년도 강성대국 선포를 위해 외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해 중국 조선족 사업가 박철수를 끌어들여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세우고 미화 100억 달러 유치를 요란스럽게 떠들었지만, 아무 맥을 못추자, 이번에는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을 관리하던 리철을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에 앉히고,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외국 자본가들이 북한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외국 자본가들이 투자 하자면 우선 투자 환경이 좋아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세계적으로 투자환경이 가장 열악한 나라들 속에 속합니다.

영국의 한 외국인 투자 자문회사인 ‘메이플 크로프트’의 맨디 커비 연구원은 전 세계 172개 나라 가운데 북한의 투자환경이 세 번째로 열악하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VOA)에 말했습니다.

투자가 이루어지자면, 법치, 청렴도가 높고 부패가 없어야 하는데, 북한은 신용도가 낮아 누구도 투자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실례로 금강산 관광을 보겠습니다.

금강산 관광은 남한의 현대그룹이 북한에 미화 5억 달러를 주고 50년간 독점운영권을 따낸 사업입니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관광을 갔던 한국 관광객이 북한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잠정 중단됐습니다.

북한은 관광객 사살에 대해 사과할 대신, 관광을 재개하자고 남측에 집요하게 요구하다가 관철되지 않자, 금강산 관광 지구 내 한국 정부 소유의 부동산을 모두 압수해버렸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금강산 관광 사업은 비단 남북간 사업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에서 신용을 쌓았더라면 지금처럼 투자자가 뚝 끊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무고한 관광객을 총으로 쏘는 그런 위험지역에 관광 갈 사람이 어디에 있고, 또 자기 땅에 지은 건물이라고 모두 압수해버리면 누가 북한에 투자하겠습니까,

그리고 노동당 간부들이 기업에 틀고 앉아 인사권이나 행정권을 틀어쥐고 이래라 저래라 좌우지 하는데, 이렇게 당이 득세하면 아무리 돈을 싸들고 오라고 해도 눈길을 돌리는 자본가들은 없을 것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