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북에선 불고기도 ‘장군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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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의 진상을 알아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먼저 오늘 간추린 내용입니다.

- 얼마 전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불고기를 앞에 놓고 인민군 전사가 눈물 흘리는 포스터, 즉 선전화를 소개했습니다. 한국에선 서민 음식으로 알려진 불고기가 왜 북한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배려로 되는지 알아봅니다.

-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미국여성과 북한 청년의 러브스토리, 즉 애정을 다룬 기사를 내보내 흥미를 끌었습니다. 앞에선 반미를 외치는 북한이 왜 미국에 대고 구애를 하는 지 북한 당국의 양면전술을 관찰해봅니다.

이상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을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1일 조선중앙텔레비전에 한 장의 포스터, 즉 선전화가 소개됐습니다.

'아~불고기!!!'라는 감탄부호가 세 개씩이나 들어간 한 장의 그림 속에는 한 북한군 전사가 한손엔 불고기 꼬치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입니다. 아마 김정일 위원장이 보내준 불고기를 맛보고 눈물을 흘리는 군인의 모습을 형상한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 TV는 이 선전화를 소개하면서 "희천발전소 건설에 동원된 군인들이 장군님(김정일)이 보내준 불고기를 받아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선전화의 오른쪽 배경에는 숱한 북한군 전사들이 불고기 판에 마주하고 먹는 모습이 부각됐습니다.

그럼 이 선전화를 본 외부 사회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한국의 네티즌, 즉 인터넷 사용자들은 "처음에는 좀 웃겼고, 그 다음엔 좀 안쓰러웠고, 그 다음엔 좀 화가 났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왜냐면 한국에선 일반 서민들이 흔히 먹는 음식인 불고기가 북한에선 '장군님의 배려'로 포장된다는 게 우습기도 하거니와 또 마음이 아팠다 이 소립니다.

북한 선전화의 왼편에는 "뜨거운 그 사랑에 목메어"라는 글발이 새겨져있습니다.

외부 사람들이 보기엔 고기조차도 김정일의 사랑으로 간주하고 먹어야 하는 북한 군인들의 상황이 참 안쓰러웠고, 또 먹을 것도 충분히 먹이지 못하면서 대규모 공사판으로 어린 군인들을 내모는 김정일의 비인간적인 학대에 화가 났다는 소립니다.

또 다른 인터넷 사용자는 "북한이 얼마나 고기를 못 먹었으면 불고기에 저렇게 감동해서 포스터까지 붙여놓을까"라면서 "불쌍해서 목이 멜 지경"이라는 느낌을 적었습니다.

그러면 북한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이 그림이 왜 외부 사회에서는 조롱거리가 될까요,

이 참에 한국 사회의 고기 소비문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에서 불고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얇게 썬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배즙이나, 양파, 후추 등 양념에 재웠다가 국물을 자박자박하게 넣고 끓인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불고기는 양념이 된 고기를 불판이나 알구쇠(쇠그물)에 올려놓고 굽는 것으로, 국물이 없이 뽀득뽀득하게 먹는, 한국에서 말하는 삼겹살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한국 사람들의 고기 소비는 어떨까요?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이 얼마 전에 밝힌 '세계 각국 돼지고기 수급 통계' 2011년 판에 따르면 한국의 돼지고기 소비는 전 세계적으로 아홉 번째인 137만 톤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인구를 5천만 명으로 봤을 때 한 사람 앞에 약 27kg씩 차례지는 셈입니다.

청취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 언론의 보도를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SBS> "다자란 성돈 한 마리의 몸무게는 110kg, 이를 도축하면 50kg정도의 정육이 나옵니다. 따라서 우리국민이 1년에 먹어치우는 돼지는 1천7백만 마리에 이릅니다."

어린이나 노약자의 고기 소비를 고려하면 성인 한사람이 1년에 돼지 반마리를 소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구상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아무래도 인구가 가장 많고 요즘 신흥부자 국가로 떠오르는 중국입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5천258만 톤으로,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이 넘습니다. 2위는 유럽연합(2117만 톤), 3위는 미국으로, 854만7천 톤에 달합니다. 4위는 러시아(276만4000톤), 5위는 브라질(264만6000톤)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돼지고기만을 계산한 것이어서 실제로 다른 육류까지 합하면 비교적 발전된 나라 사람들은 거의 매일같이 고기를 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돼지고기 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부위는 삼겹살입니다. 삼겹살이란 말 그대로 돼지의 검은 살과 흰 비개가 세층으로 고루 섞인 부위로 불판에 구워먹기 맞춤한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대형 마트에서 파는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은 500g에 평균 1만원 수준, 미화 10달러가량입니다.

지난해보다는 가격이 좀 올랐지만, 그래도 월급 100만 원가량 받는 한국의 일반 근로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가격입니다.

한국 국민 반응입니다.

"쇠고기보다는 돼지고기가 몸에 좋다고 해서 돼지고기를 먹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삼겹살이 굽기만 해도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자주 먹어요."

남한 사람들이 삼겹살을 즐겨 들다보니 매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들여와 충족시킵니다.

한국 언론이 보도입니다.

<녹취: SBS>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소비된 삼겹살은 모두 16만 톤 정도. 200g을 1인분으로 보면 8억인 분이 소비된 셈입니다. 그런데 국내생산량은 전체소비량의 절반정도인 8만 여 톤. 부족분은 미국과 캐나다 등 전 세계 15개 나라에서 들여오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 먹으니 요즘 한국 사람이나 미국사람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살을 찌지 않을까, 하고 고민이 많습니다. 다이어트, 즉 살 까기 운동도 많이 합니다. 영양부족이 아니라 영양과다가 문제인 셈이죠.

이쯤 하면 왜 외부 사람들이 북한의 불고기 선전화를 보고 이해 못하는지 아시겠죠.

북한에서는 고기가 아주 귀한데다, 심지어 군대들도 일 년에 몇 번 먹어보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명절날 북한군 한개 중대에 돼지다리 하나 차례지는데, 하전사들은 '돼지가 장화신고 건너간 물'만 먹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입니다.

그런 북한 실정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만큼 많이 보내주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장군님의 뜨거운 배려'로 선전할만한 하겠습니다.

북한에선 모든 영광이 지도자의 손을 거쳐 배려, 사랑으로 포장됩니다. 철갑상어 요리도 '장군님 사랑', 다른 나라에선 일반인들이 흔히 먹는 피자(삐짜)도 평양에서 먹으려면 '장군님 배려'를 느끼면서 먹어야 합니다. 그러고 보면 북한에선 장군님 배려가 아닌 게 없습니다.

한국에선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부담 없이 소주 한잔에 즐겨먹는 불고기. 북한에선 지도자의 배려가 되어 군인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북, 앞에선 “반미”...뒤에선 구애 손짓

다음 주제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이 26일 ‘조선청년이 미국여성을 구원하다’라는 기사를 실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내용인 즉, 한 북한 청년이 미국여성과 데이트, 즉 다정히 속삭이다가 불량배 3명과 맞다 들립니다. 불량배들이 여성에게 치근거리자, 북한 청년이 태권도로 불량배들을 쓰러뜨리고 미국여성을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 글은 일반 북한 주민들이 접할 수 없는 북한 대외선전용 인터네트(인터넷)에 실렸습니다.

아무리 미국과 북한이 적대지간이라고 해도 인민들 사이에는 서로 보호하고 사랑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보도하면서 “이건 활극영화의 각본도 아니고, 누구의 머릿속에 맴도는 상상은 더욱 아니다”면서 얼마 전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미국에 왔을 때 선보였던 장면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지난 6월 9일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1주일동안 미국 동부를 순회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 매체는 “이 장면을 보고 많은 미국인들이 환영했다”면서 “두 나라 인민들이 한데 어울리는 데는 아무런 심리적 장애도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앞에서 반미를 지독하게 선동하는 북한이 뒤에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하고 있다는 소립니다.

최근 들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27일(미국 동부시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리근 미국 국장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비행장에 내린 김계관은 “6자회담과 북미관계를 낙관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김정일에게 있어 최대 과제는 김정은에게 권력을 안정적으로 물려주는데 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보장을 받고, 평화협정을 체결해 미국도 남한에서 내보내고, 김정은에게 안정적인 권력지반을 물려주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핵이 문제입니다. 북한은 체제 운명의 핵심카드인 핵무기를 갖고, 미국과 관계개선도 하겠다는 이른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소립니다.

북한의 정책적 이념은 반미주의입니다. 못살아도 미국 탓, 당국이 정책적 오류를 크게 범해 주민들의 혼란이 생겨도 미국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대대적인 반미시위, 결사항전을 선동했습니다.

그런 북한이 요즘은 미국을 향해 양면 전술을 쓰고 있습니다. 과연 조선중앙통신이 소개한대로 미국여성과 북한청년의 러브스토리가 현실로 이어질지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