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전매체의 진상을 알아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지난 9월 19일 북한 텔레비전은 양강도 혜산시에 있는 혜산청년광산이 중국과의 합작으로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텔레비전은 중국이 이 동광산을 25년 동안 독점운영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선전만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혜산청년광산, 즉 중국과 합작한 혜중광업합영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또 중국이 북한의 지하자원을 어떻게 독점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9일 북한 텔레비전은 혜산청년광산 조업식이 현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북한TV>"혜산청년광산 현대화 대상 및 혜중광업합영회사 조업식이 현지에서 진행됐습니다. 조업식에는 강민철 채취공업상과 관계부문 일꾼들, 돌격대원들, 류홍차이 주조특명전권대사 대사관 성원들, 한여흥 중국 완샹 자원유한공사 총재를 비롯한 관계성원들이 참가했습니다"
북한주재 중국대사가 직접 평양에서 혜산까지 달려간 것을 보면 중국이 혜산 동광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지요,
중앙텔레비전은 혜산동광을 중국과 몇대 몇으로 지분을 나누었는지, 또 중국이 광산을 개발하는 대가로 북한이 어떤 특혜를 주었는지 밝히지 않고 "김정일 위원장의 세심한 지도 속에 조업한다"느니, "앞으로 인민생활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는 말만 했습니다.
북한은 혜산동광을 중국과 51대 49의 지분으로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50%이상을 차지했으니 대주주인 셈입니다. 또 앞으로 중국 완샹(萬向)그룹이 혜산 동광을 25년간 독점 운영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북한이 추정하는 혜산동광의 매장량은 42만톤. 채굴이 본격화 되면 생산되는 동광을 중국이 먼저 가져가게 될 거라고 한국 언론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녹취: KBS> "추정 매장량 40만 톤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인 양강도 혜산 구리광산. 이곳 북-중 접경 지역 혜산에 설립된 북한과 중국의 공동 벤처 광산 회사가 본격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첫 가동 행사에는 북한의 강민철 채취공업상과 주북한 중국 대사 등이 참석했습니다. 폐광 위기에 놓인 북한 굴지의 광산이 사실상 100% 중국 자본과 기술로 생산을 재개한 것입니다.
(녹취: 류홍차이(주북한 중국대사) '오늘 혜산 청년 구리 광산이 다시 채굴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양측은 중국이 구매할 구리광의 규모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철광석에 이어 북한의 구리까지 한해 수천 톤씩 중국으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중국이 폐갱들을 살리고, 침수됐던 기계 설비들을 꺼내고 새 설비로 바꾸었으니 본전을 뽑을 때까지 동광을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현재 국제시세로 볼 때 구리 값은 금값에 비유할 만큼 가치가 있습니다. 지난 8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가격은 톤당 736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톤당 만 달러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습니다.
세계경기가 둔화됨에 따라 값이 좀 내리긴 했지만, 구리 수요는 항상 있기 때문에 가격은 또 오를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중국과 접경인 국경지역에 살고 있는 북한 청취자분들은 왜 중국 사람들이 동 밀수를 그렇게 기를 쓰고 하는지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현재 중국은 동광뿐 아니라 철광, 석탄 등 북한의 지하자원에 전반적으로 손을 대고 있습니다.
중국의 통화철강그룹이 함경북도 무산광산에 인민폐 약 70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하고, 50년 동안 채굴권을 넘겨받았습니다. 여기에 연변 천지공업과 길림성 천우그룹도 가세했습니다. 한때 인도의 철강그룹도 투자하겠다고 나서, 사실상 대규모 세계굴지의 철강그룹들이 함경북도 무산광산을 헐어가기 시작한 셈입니다.
무산광산은 노천에 쇳돌이 묻혀 있기 때문에 중국 철강기업들이 이쪽저쪽에서 캐먹는 식입니다. 중국이 무산광산에서 날라가는 쇳돌은 매년 천만 톤 가량 되는데, 수입 가격은 국제 시세의 3분의1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전 한국무역협회(KITA)에서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10년에 총 8억 6239만 달러어치의 광물 자원을 중국에 수출했는데, 이는 2002년(5천만 달러)보다 무려 17배나 늘어난 것입니다.
북한이 광물 자원 수출을 해마다 늘이는 것은 별다른 외화벌이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풍부하다고 하는 석탄도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에서 고열탄 고장으로 소문난 평안북도 구장군 용등탄광도 중국 최대의 광물자원 수입회사인 우쾅(五鑛)집단에 50년간 채굴권이 넘어갔습니다. 현재 석탄 톤당 가격은 100달러 수준, 작년보다 약 25%나 올랐습니다.
<녹취: YTN> "앞서 함북 무산 철광은 중국 지린성의 3개 기업에 50년 채굴권이 넘어갔고 평북 룡등 탄광도 중국 우쾅 그룹에 채굴권을 넘겼습니다. 중국은 혜산 동광과 만포 아연광산, 회령 금광 등도 합작 투자를 통해 개발권을 확보했습니다."
중국은 철강뿐 아니라 몰리브덴,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 희유금속도 싹쓸이 해가는 형국입니다.
최근 한국의 광물자원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약 5억 달러 정도를 북한 지하자원 개발에 투자했는데 그중에는 연과 아연, 몰리브덴 등이 있습니다.
<녹취: YTN> "베이징 소식통은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의 한 광산개발 회사가 북한 평양 부근의 몰리브덴 광산 채굴권을 획득했다고 밝혔습니다. 약 2백만 달러를 투자한 이 회사는 오는 10월쯤 북한의 몰리브덴을 중국으로 반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저장성 원저우시의 민간 기업도 북한 당국과 합작 회사를 설립한 뒤 얼마 전부터 몰리브덴 채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대북투자는 자원 개발에도 목적이 있지만, 바닷길을 열기 위한 항만 장악에도 있습니다.
특별히 최근 북중간 경제협력으로 눈길을 끄는 곳은 나진항.
중국 동북지방에서 생산되는 수출품을 일본이나 한국, 미국 등 외국으로 나를 수 있는 바닷길을 여는 것은 중국의 세기적인 숙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지난봄에는 나선시를 공동개발, 공동 관리한다는 북중간 경제협력 협약식이 맺어졌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YTN>나진항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북한과 중국의 관리들이 베이징에서 만나 나진항 투자 계약서를 채택했다고 한 대북소식통이 전했습니다. 양측이 서명한 계약서에는 나진을 자유무역지대로 육성하기 위한 나진항 투자 계획을 중심으로 5가지 합의사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측은 나진항 4호, 5호, 6호 부두 건설에 합의하고 50년간 중국이 사용권을 취득한다는데 합의했습니다. 또, 중국 취안허에서 나진항에 이르는 고속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기 위한 투자 계획도 계약서에 포함됐습니다."
그러면 왜 중국이 북한의 지하자원에 독점하려고 혈안이 되어 나설까요,
문제는 북한이 중국의 경제지원에 목이 메어 있기 때문입니다. 알려진바 와 같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작년과 올해 3차례나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고난의 행군'이라고 하는 90년대 중반에 수백만 명이 굶어죽을 때도 중국에 가지 않던 그가 1년 새에 3번씩이나 중국을 갔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줘야 하겠는데, 경제는 엉망이 됐고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화폐개혁을 했다가 망해 김정일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경제를 살리자면 외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앞에 있는 남한에 의존했다가는 체제가 붕괴될 것 같고, 할 수 없이 밑지는 줄 알면서도 중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북한도 식량이나, 천 등 생필품을 받고 천연자원을 중국에 넘겨주다가 이젠 인프라, 즉 사회기반 시설을 건설할 수 있게 투자해달라고 중국에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돈이 없는 북한이 인프라를 건설할 능력이 없으니, 중국에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해달라고 하는 대신 광산을 수십 년 동안 운영하게 하거나, 항구를 장기적으로 빌려주는 것입니다.
김정일이 며칠 전에 단천 항을 찾아간 것도 이 항을 중국에 빌려주기 위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녹취: MBC>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북한과 중국의 단천항 개발과 이용권 협상이 이번 달 초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대북소식통은 "조선 대풍투자그룹이 중재한 북한과 중국의 단천항 관련 계약이 마무리됐으며, 중국 측이 조만간 항만 보수와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함경남도 단천 지역은 북한의 대표적인 광물 산지로, 북한은 지난해부터 이 곳에 새로운 무역항 건설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나진, 청진항에 이어 단천항까지 북한 동해안 지역의 주요 항만을 대부분 확보하게 돼 동북3성 지역의 안정적인 수출항을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김정일은 중국에 갈 때마다 "피로써 맺어진 친선관계"를 말하면서 무상원조를 바라지만, 중국 지도부도 마냥 공짜로 도와줄 수 없습니다. 원자바오 총리는 파격적인 무상지원을 요청하는 김정일에게 "시장원리대로 하자"라는 말로 잘라매기도 했습니다.
개혁개방에 성공한 중국.
30년 전에 '흑묘백묘론', 즉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의 이론대로 줄기차게 달려온 중국은 지금은 돈 많은 부국이 되어 북한의 지하자원에까지 손을 뻗치게 됐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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