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무더위가 지속되는 지난 주 북한 선전매체들이 평양 문수 물놀이장과 만경대 물놀이장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중앙텔레비전에 출연한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배려로 물놀이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물놀이장에 대한 관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요, 오늘 시간에는 물놀이장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몇가지 위생 상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 지상 최고의 낙원’이라고 선전하는 평양의 물놀이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요즘 평양에서는 물놀이장을 즐기는 주민들이TV를 통해 자주 방영되고 있지요?
정영: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지난 8월 16일 문수물놀이장을 찾은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는데요, 잠시 현장음을 한번 들어보고 가시죠.
북한 문수물놀이장 관리원: “연견평 12만 5천평방미터의 방대한 부지에 최상급으로 건설된 우리 문수물놀이장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물놀이장으로서, 근로자들이 마음껏 물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김정은의 사랑’, ‘노동당의 인민사랑’인데요. 노동신문 8월 11일자도 “평양 문수물놀이장으로 수많은 근로자와 청소년 학생들이 찾아와 연일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고 해서 다 깨끗한 것은 아닌데 북한 주민들이 혹시 물놀이장 위생상식을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민석: 물놀이장은 관리가 잘 되어야 깨끗한 거지요.
정영: 그렇지요. 청결이 기본이지요.
최민석: 그럼 거기에 대해서 좀 알아보지요. 그보다는 먼저 지난해 10월 개장된 평양의 문수물놀이장이 뭐 외화벌이 수단이다, 대외이미지 개선용이다, 주민들한테서 인기를 좀 얻으려고 만들었다, 이렇게 말이 많았는데요, 우선 넓이를 좀 보지요. 이 문수물놀이장이 기존에 있던 것이죠?
정영: 문수물놀이장은 작은 수영장 같은 것이었는데, 이걸 땅을 파고 새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물놀이장은 약 12만5천평방미터의 부지에 건설되었습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기존에 있던 수영장을 크게 키운 거군요.
정영: 북한의 평수로 환산하면 12정보가 넘는 공간에 건설된 물놀이장입니다.
최민석: 12정보이면 끝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군요.
정영: 그 안에는 실내 물놀이장, 야외물놀이장, 물 미끄럼틀, 관으로 된 물 미끄럼틀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물놀이 시설인데, 평양에도 이런 물놀이 시설이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적입니다. 평양이 수도치고는 크지만, 사람은 그다지 많은 도시는 아닌데, 이렇게 큰 물놀이장을 지은 배경도 궁금합니다.
최민석: 보통 어느 나라든 이렇게 거대하게 물놀이장이 건설되면 전국 각지, 해외에서 오게끔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그게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정영: 평양은 평양사람만 갈 수 있는 거죠. 왜냐면 평양을 봉쇄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평성시 사람이 평양으로 물놀이를 하려고 들어갈 수 없는 거죠.
최민석: 그러니까, 문수 물놀이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결국 평양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는 소리군요.
정영: 그런데 돈이 없는 사람들은 가지 못하고, 돈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다는 거죠.
최민석: 그러면 싸지 않다는 소린데요, 그러면 이용료는 얼마나 합니까,
정영: 현재 이 물놀이장에 한번 가자면 내국인, 그러니까, 북한 주민의 경우, 어른은 2만원, 학생은 1만 2천 원씩 한다고 합니다. 2만원이면 달러로 하면 약 3달러 정도 됩니다. 일반 근로자 월급으로 볼 때는 약 6개월치 월급에 해당합니다.
최민석: 제가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2만원이면 쌀을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
정영: 쌀을 사면 아마 4kg정도 살 수 있습니다.
최민석: 이거 매우 비쌉니다.
정영: 외국인의 경우에는 10유로(15달러)입니다.
최민석: 외국인의 입장료는 선진국 수준으로 보이는데요, 북한에서 물가로 따지면 절대 싼 편이 아닙니다.
정영: 그런데 물놀이장에 사람이 많이 가면 그만큼 위생이 문제이지 않습니까, 북한 주민들은 물놀이장에 대한 수질관리, 위생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수영장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대해서 의구심이 있다는 소리군요.
정영: 최근 평양을 다녀온 국경지방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물놀이장에서 약품 냄새를 맡을 수 없다, 미국 경우에는 자그마한 수영장에도 살균 약품을 뿌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만경대 물놀이장 같은 경우에는 물이 시뿌옇고 약품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수영장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그냥 시원하니까, 들어가 미역감고 노는데, 수질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최민석: 그러면 정영기자, 수질관리에 어떤 약품을 쓰는지 모르니까, 물을 자주 갈아주는 것 아닙니까,
정영: 물을 자주 갈면요. 실례를 들어봅시다. 문수물놀이장 같은 경우에는 12정보나 되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물이 수만 톤이 될 텐데요.
최민석: 너무 커서 물을 자주 갈아준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겠습니다.
정영: 그래서 물이자, 돈이 아닙니까, 미국에서도 물값이 귀한데요. 그런데 그 많은 물을 다 뽑자면 몇 달은 걸릴 텐데요. 그리고 다시 물을 정화시켜야 되는데, 대동강물은 흐리기 때문에 그 물을 정화시키는데도 전기가 많이 필요할 거구요.
최민석: 그리고 욕조도 청소를 해야 되요.
정영: 그러니까, 덩치만 크지 관리는 허술하기 그지 없다는 반응입니다.
최민석: 한국이나 미국이나 어느 나라의 물놀이장에 가면 우리가 집에서 흔히 맡을 수 있었던 약품 냄새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냄새가 안 난다면 좀 불안한 부분입니다.
정영: 그래서 거기에는 온갖 미생물이 번성해서 아이들이 피부병을 앓을 수 있다, 이런 것이 북한에서는 보도가 되지 않을 뿐이지 뭐 없다고 볼 수 없거든요.
최민석: 아이들은 물놀이장에서 놀다가 밖으로 나오지 않고 물 속에서 ‘쉬’를 종종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에 약품을 타면서 계속 소독을 하는 것이 거든요. 이런 물을 잘 소독해주지 않으면 피부병에 걸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수영장은 관리가 잘 안 되는 수영장입니다. 미국이나 한국 경우에는 수영장이 워낙 많기 때문에 수영장에 가면 사람들이 수영보다는 ‘선텐’이라고 몸 태우는 사람들이 더 많지요. 그래서 물을 특별히 신경 써서 관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이 많이 안 들어가기 때문에……
정영: 북한 문수물놀이장이나 만경대 물놀이장 같은 곳에서 북한 선전매체들이 항상 카메라를 잡는 곳을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 그리고 첨벙대는 곳을 잡으려고 하는데 사실 미국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바글대지 않거든요.
최민석: 그렇습니다. 갈 데도 워낙 많고요. 참, 여름도 다 지나가고 있는데, 정영기자는 물놀이를 갔다 왔습니까,
정영: 저는 이번에 Westmoreland라는 버지니아 동부 바닷가에 있는 캠핑장소를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캠핑도 하고 물놀이를 했는데요, 바닷가 옆에는 큰 물놀이장이 있었습니다.
최민석: 바닷가 옆에 큰 물놀이장이 있었군요.
정영: 북한에는 바닷가에 물놀이장이 없는데, 바닷에서 해수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수영장이 필요 없기 때문인데요,
최민석: 미국에서는 고급휴양지 마다 물놀이장을 만들어놓지요, 짠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놓지요. 혹시 가격을 알 수 있을까요?
정영: 가격은 어른은 4달러, 아이는 3달러 정도 했는데요, 미국사람 수입치고는 싼 편이지요.
최민석: 그렇지요. 이거 공짜나 다름없습니다.
정영: 평양의 문수물놀이장처럼 사람들이 빽빽하지 않았는데요, 그냥 듬성듬성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수영을 하고 또 일부 사람들은 선텐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민석: 미국의 수영장에는 사람을 꽉 채울 수 없어요. 어느 정도 넘으면 사람들을 받지 않습니다.
정영: 저는 한 이틀 동안 여가생활을 잘 즐겼는데요, 그걸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막 붐비는 물놀이장에 가서도 “김정은 장군의 덕분이다”, “노동당의 은정”이라고 말할 때는 좀 안쓰럽습니다.
최민석: 북한도 물놀이장을 번듯하게 건설만하지 말고 위생관리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놀이장 가서도 이념에 목이 메고 지도자를 우상해야 하는 북한 현실이 안쓰럽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