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김정은 ‘열대메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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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 시간에는 대를 이어 계속되는 김 부자의 열대메기 사랑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해외 동영상 웹사이트 유튜브에는 얼마 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평양 열대메기 공장을 시찰했다고 보도가 게재됐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열대메기 양어의 현대화 집약화를 강조하면서 전국적으로 열대 메기 양어 바람을 일으키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로써 내년부터 또 열대메기 양어바람이 불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정은은 10년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하다 실패한 열대메기를 또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대를 이어 계속되는 김 부자의 열대메기 미련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대를 이어 계속되는 열대메기 사랑, 참 재미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정영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언제 열대메기 공장을 찾았습니까,

정영: 최근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평양시 열대메기 공장을 현지 시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잠시 이와 관련한 동영상을 듣고 넘어가시죠.

<동영상 녹취>: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평양 열대메기 공장을 현지지도 하셨습니다.

김정은은 이 메기 양어 사업을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룩한 가장 큰 업적이라고 치켜세우고, 양어를 계속하는 것이 그의 유훈 관철이라고, 전국에 열대메기 양어열풍을 일으키라고 지시했습니다.

<동영상 녹취>: 지금 일부 일꾼들이 아직도 이런 저런 타발을 하면서 양어 사업에 혁명적으로 달라붙지 않고 있다고 하시면서 양어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절대로 중도 반단할 수도, 양보할 수도 없는 대단히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씀하시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 북한 주민들에게 또 양어구덩이를 파고 물고기를 기르라는 지시가 내려갈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미 10년전에 열대메기 양어가 현실 조건에 맞지 않다고 낙인 된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또 그 메기를 키우라고 하니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최민석: 열대메기 양어가 김정일 시대에 이미 실패한 것으로 판명 났습니까?

정영: 지금으로부터 10년전에 북한에서 열대메기 바람이 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김정일이 어느 외국 물을 먹은 간부의 말을 들었는지, 열대메기가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는 전국적으로 열대메기 양어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최민석: 어떤 간부가 열대메기가 좋다는 말을 했는데, 그걸 김정일이 받아들인 거군요.

정영: 그래서 전국의 공장 기업소, 심지어 공공기관에서는2~3 개씩 양어 못을 파고 돌을 쌓고 시멘트 몰탈을 쳐서 양어장을 만든다고 야단 법석했습니다. 그런데 그 양어 못에 열대메기를 넣을 종자가 없어서 그냥 방치했는데, 그 못이 나중에는 쓰레기장으로 변했고, 모기 번식지로 변했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주민들은 투덜거렸는데요, 열대메기 양어가 ‘꿩 먹고 알 먹기’가 아니라, ‘까마귀 꿩 잡아먹을 생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최민석: ‘꿩먹고 알먹기’가 아니라 ‘까마귀 꿩 잡아먹을 생각’이라고요? 거참 말을 잘 만들었네요.

정영: 이게 김정일의 엉터리 지시 때문에 생긴 은어인데요, 그리고 협동 농장에 대고는 논판에 열대메기를 놓아 주라, 그리고 가을철에 가을걷이를 할 때 건지면 물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지시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요?

정영: 결과는 뻔하지요. 이에 관한 북한의 재미있는 재담도 있는데 한번 들어보고 넘어가시죠.

최민석: 그렇게 하시죠.

<북한 재담 녹취>

남자: 그런데 그 열대메기인지, 백대 메기인지 우리 나라 기후풍토에 맞을까요?

여자: 아니 그건 무슨 소리예요?

남자: 내가 재작년에 백련어, 초어를 비롯한 우리나라 물고기를 기르다 기르지 못해 몽땅 다 죽이지 않아갔소. 그런데 허허 벌판에 물고기를 놔주었다가 가을에 가서 공짜로 생선국을 먹겠다는 게~딱 믿어지지 않아서 그럽니다.

여자: 그렇다고 반장 동무는 열대 메기를 길러보기나 했어요?

남자: 물 온도가 25~28도는 보장해야 된다고 하는 데 아니, 그러다가 한랭전선 영향으로 물 온도가 뚝 떨어지면 그 넓은 논판을 쟁개비에 물을 끓여서 덥히겠소? 그렇다고 논판에 전기온돌을 놓을 수 없는 거고…

최민석: 그러니까, 이 여자는 열대메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거군요.

정영: 그러니까, 이론적으로 하면 얼마나 쉽습니까, 그냥 봄에 모내기를 할 때 열대메기를 논판에 놔주었다가 가을걷이를 할 때 싹쓸이 해서 먹는다. 그런 이론인데요, 그런데 북한처럼 추운 지방에서 열대메기가 살리 만무하지요.

재담에서 들은 바와 같이 열대메기를 기르는 데서 기본은 물 온도 보장과 사료보장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보다 더 추운 지방입니다. 황해도 지방이나 개성 지방에도 5월과 6월에는 아침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25도에서 살아야 될 열대메기가 살 수 있습니까, 그것도 논판에 놔주라는 소리인데, 9월이 되면 물 온도가 뚝 떨어지는데 그 널따란 논판의 열대메기를 무슨 수로 다 잡아들입니까,

최민석: 그리고 열대 메기가 먹을 만한 사료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영: 김정일은 열대메기를 논판에 놔주면 올챙이, 미꾸라지와 논판에서 서식하는 해로운 병해충을 잡아먹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시범적으로 도입했던 농장들도 다 망했습니다.

최민석: 북한 현실에 맞지 않는 지시를 내렸군요.

정영: 그래도 주민들은 위에서 강압적으로 하라고 내리 먹이니까, 억지로 하는 흉내를 냈는데, 북한선전당국은 이걸 장려하는 재담까지 만들어 돌렸는데, 방금 들으신 내용이거든요.

이렇게 북한에 도저히 맞지 않다고 판명이 난 열대메기 양어를 김정은이 다시 해보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게 제대로 될지 의문입니다.

최민석: 김정은 위원장이 그래도 계속 양어를 내밀겠다고 하는데, 추운 북한에서 열대메기 양어장 물 온도는 어떻게 보장합니까,

정영: 그 물 온도와 관련해 김정은의 재미나는 말이 있는데요, 그는 열대메기 공장에 가서 “동평양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해 물을 덥히라”라고 지시했습니다.

최민석: 아니 지금 주민들은 석탄이 없어 엄동설한에 떨고 있는데, 동평양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수로 열대메기 공장을 덥히라, 이거 가능하겠습니까,

정영: 지금 평양시민들은 추운 아파트에서 이불도 개지 못하고 덜덜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 열대메기 양어장 물은 뜨끈하게 덥혀야 할 형편에 놓였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왜 실패로 끝난 열대메기 양어에 또 미련을 보이는 겁니까,

정영: 최근 김정은은 인민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민군 산하 남새온실을 둘러본다, 물고기 잡이를 잘하라고 군인들에게 훈장도 주는 등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북한에서 더 인민생활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하다 만 열대메기 양어를 또 들고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은 세습 정권이기 때문에 선대의 업적이나 방향대로 따라가야 합니다. 선대가 실패했든 안했든 그대로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실패로 판명된 열대양어를 또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최민석: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또 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 참 답답하겠습니다. 열대메기를 길러서 인민들의 식탁에 푸짐하게 올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지도자도 현실적인 조건에 맞는 지시를 해야지 이미 10년전에 실패한 열대메기에 또 미련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