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은 김정은의 전용기 사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요즘 전용기를 타고 공군부대를 참관하는가 하면 평양시 상공에 나타나 사람들을 깜짝 놀래기도 했습니다. 승용차로 갈 수도 있는 거리도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면 김 제1위원장이 아예 전용기에 푹 빠진 듯 합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그 전용기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전용기가 언제부터 등장했습니까,
정영: 북한 매체에 김정은 전용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해 5월로, 김정은이 북한군 항공 및 반항공부대 전술비행훈련대회를 참관했다고 보도된 5월 10일경이었습니다. 당시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공군명예위장대를 사열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요.
그 다음 지난 2월 15일자 노동신문에는 김정은이 전용기를 타고 평양시 미래과학자 아파트 단지를 부감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분명 이 전용기가 평양인근의 어느 공항 격납고에 세워져 있었을 텐데요. 이걸 꺼내 타고 평양시를 부감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민석: 김정은이 전용기를 타고 평양시 미래아파트 단지를 봤다는 거예요?
정영: 예, 전용기를 타고 대동강을 따라 올라가면서 부감하는 모습이 나왔는데요, 고도 한 1천미터 정도 떠서 다니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최민석: 저공비행을 했다는 소리군요.
정영: 아파트를 보려면 좀 낮추 떠야 되지 않습니까,
최민석: 그 큰 비행기가 한번 이륙하는 데 상당한 원유가 소비되지요. 그리고 고도 1만 미터 이상 올라가야 되는 데, 그 전용기를 경비행기처럼 낮게 떠서 움직였다면 평양 사람들이 놀랐겠네요.
정영: 아닌 게 아니라 평양 사람들은 당시 비행기를 보고 크게 놀랐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평양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직승기도 아니고 육중한 여객기가 낮추 떠서 다니기 때문에 처음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깜작 놀랐다고 합니다. 평양시 상공에는 웬만해서는 비행기를 잘 띄우지 않습니다.
최민석: (웃음)그러면 직승기나 경비행기를 타고 돌지, 왜 전용기를 타고 돌았다는 게 납득이 좀 되지 않습니다.
정영: 그런데 이상한 것은 김정은이 전용기를 타고 건설장을 한 바퀴 돈 다음, 승용차를 타고 그 아파트 건설장에 나타난 것입니다.
최민석: (웃음)아니 그럼 전용기를 타고 미래아파트가 있는 곳을 저공비행으로 돌다가 착륙한 뒤에 자가용을 타고 다시 거기를 들린 거예요. 아니 그럼 그냥 승용차로 다니지, 비행기는 왜 타고 한 바퀴 돌았대요?
정영: 아마 “나도 이런 훌륭한 전용 비행기가 있다”는 것을 아마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그렇게 추정해보는데요,
최민석: 김정은이 전용기가 있다는 과시는 이미 전에 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그게 작년도 5월 북한 공군이 온천비행장, 그러니까, 평양에서 약 50km떨어진 온천비행장이 있는데, 거기서 비행전술훈련대회라는 것을 개최했을 때인데, 그때도 김정은은 전용기를 타고 갔습니다. 평양에서 온천비행장까지는 자동차로 이동하면 약 1시간 거리인데, 비행기로 가면 얼마나 걸리는지 아세요?
최민석: 얼마나 걸립니까,
정영: 10분 걸립니다.
최민석: 아, 10분이요. 그렇게 되면 뜨는데 시간이 걸리고, 내리는데 또 시간 걸리고, 그러면 차로 가는 것 보다 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정영: 대체로 비행기의 시동을 걸고 떠서 고도 1만 미터까지 올라가자면 30~40분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처럼 10분 동안 탔다고 하면 비행기는 그냥 뜨다가 다시 내렸다는 겁니다.
최민석: 적정 고도에 올라가기 전에 다시 내린 겁니다. 그걸 조종하는 비행사도 좀 답답했겠습니다.
정영: 그래서 김정은이 타고 다니는 전용기는 상공 1만미터까지 올라가보지 못하지 않았는가 생각되는데요, 왜냐면 평양에서 삼지연까지는 한 시간 거리, 혹은 청진까지 간다면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거기까지 비행기로 가본 적이 별로 없거둔요. 현재 김정은이 전용기를 타고 시찰 다니는 곳을 보면 평양 시내이거나, 기껏 해서 온천비행장인데, 온천비행장도 평양에서 약 50km밖에 되지 않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김정은의 전용기에 대해 좀 알아보시죠. 도대체 어떤 기체입니까,
정영: 김정은의 전용기가 등장하자, 그 비행기에 대한 궁금증이 확산되었는데요, 비행기 애호가들이 인터넷에 글을 많이 올렸습니다. 그 중 한 사이트를 보니 김정은 전용기에 대해 자세하게 나와있습니다.
김정은의 전용기는 러시아산 일류신 62형(IL-62) 계열의 비행기 중 하나를 개조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애호가들은 김정은 전용기를 1985년 제작된 P-618 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비행기에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표기를 하고 꼬리 부분에 왕별을 부각시켜 전용기 임을 나타냈습니다.
비행기 동체 길이는 53미터, 폭은 43미터, 높이는 12미터로 알려졌고요, 최대 시속은 900킬로미터이고 최고 200명까지 탈수 있다고 합니다. 이 비행기는 1962년에 처음 제작되어 1994년에 기종이 단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러니까 더는 생산되지 않는 비행기입니다. 비행기의 수명이 다 되어서 중국 공항에서조차 자기네 공항에 들어오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에도 이 기종은 두 대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 중 한대를 개조해서 전용기로 만든 것 같습니다.
최민석: 북한에 두 대밖에 없는 비행기를 전용기로 개조해서 타고 다니는데, 왜 이렇게 국내에서만 타고 다닙니까, 국내에서만 타니까 적정 고도까지도 못 올라가지 않습니까,
정영: 김정은이 집권해서 3년이 넘도록 아직 외국에 한번도 나가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마침 김정은이 러시아로부터 초청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러시아로 갈 때 이 전용기를 타고 가지 않을까 그렇게 추측해보지 않을까 합니다.
최민석: 저도 살짝 기대가 됩니다.
정영: 그런데 북한 내부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김정은이 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대신 최룡해나 김영남 등 측근이 간다고 합니다.
최민석: 러시아에서 진행되는 전승 70주년 행사에 김정은이 가지 않을 것이다. 대리 인사가 가게 될 것이다. 조금 아쉽네요. 이제는 김정은이 국제무대에 얼굴을 내비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정영: 그렇지요. 김정은도 외국 정상들이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 그걸 따라 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냐, 또 본인이 비행기 타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최민석: 동감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어디를 간다는 기사가 나온 후에 북한에서도 김정은이 전용기를 타고 다닌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부럽다는 거죠. 한국의 대통령은 해외 순방이 좀 많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대한항공에서 전세기를 얻어가지고 타고 나갔는데, 이제는 외국에 많이 나가니까,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국가 체면을 위해서도 대통령 전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만들어졌지요. 이제는 전용기만을 사용합니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요.
정영: 한국은 수출주도형 국가가 아닙니까, 그래서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 자꾸 일감을 얻어와야 하거든요.
최민석: 맞습니다.
정영: 얼마 전에 박근혜 대통령은 전용기를 타고 7박 9일동안 중동을 순회 방문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는 약 20억달러에 달하는 스마트 원자로 기술을 수출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요. 또 쿠웨이트에서는 신규 정유공장 건설사업과 지하철 건설 등을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이 규모도381억달러에 달합니다.
그리고 2020년에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진행되지 않습니까, 이 나라에도 한국이 장거리 철도와 하수처리시설, 월드컵 경기장 등을 건설해주기로 했는데, 건설 규모가 총 29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고 한국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최민석: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영업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해외 여행 한번 하지 못한 김정은은 북한 내에서만 전용기를 보란 듯이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도자도 하루 빨리 폐쇄된 문을 열고 해외 여행을 하면서 전용기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