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이야기: 아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김봉순(가명) 할머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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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수경

남북한의 천만 이산가족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2천년 6.15 남북 정상회담이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일 년에 한두 차례 정도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한번에 2백명 정도 만나는 현재의 상봉행사로는 대부분의 이산가족들 1세대들이 죽기 전에 혈육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이산가족 이야기' 시간에는 최근 화상상봉을 통해 아들을 만났던 김봉순 할머니의 사연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올해 94살인 김봉순 할머니는 최근 남북 당국이 주선한 화상상봉을 통해 전쟁 때 헤어진 아들을 만났습니다. 김봉순 할머니는 어린 아들이 70세 노인이 되어서 돌아왔다면서, 화면에 비친 아들의 모습을 본 순간 기쁜 마음과 슬픈 마음이 교차했다고 말했습니다.

김봉순: 학생 때 난리통이 나서 의용군으로 북한으로 밀려갔는데 그래도 다행이 내가 나이가 많아서 연락이 되어서 화상상봉을 했네 학생으로 나간 사람이 머리가 하얗게 세어서 기분이 벙벙했어. 손자들이 넷이나 되어서 애들은 잘 낳았더군. 다른 사람들은 아들 손자 다 앞에 있는데 나는 앞에 없으니까 뭐 내 속만 터지지 별수 있나. 그래도 그렇게라도 봤으니까, 아들 말소리도 들었고, 아들 며느리도 봤으니까 그래도 마음이 든든하지. 울지도 않았고 이상했어. 여태 울다 울다 눈물도 마른 사람이 뭘 울어

김 할머니는 아들과의 화상상봉 이후 소식을 모르던 그 전보다 더욱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김봉순: 사진보면 뭐해 말을 하나 모를 하나 한번 직접 한번 만나보고 그렇게 되야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만나보는 것이 원이지. 그냥 한번 사람으로 이산가족 상봉해서 만나보고 싶은 것이 소원이야. 보면 좋고 그 전에 내가 그냥 가면 할 수 없는 것이지. 여태 살았으니 오고 가고 해서 우리 손자들 사는 것이라도 가보고 죽었으면. 오고가고 하는 것 그게 원이지 다른 것은 없어. 보고 싶은 것이야 한도 끝도 없고, 90이 넘은 할머니가 이제 뭐하나.

충청남도 당진이 고향인 김 할머니 가족은 1남 3녀 중 외아들의 공부를 위해서 대전으로 올라왔다가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대전까지 진격해온 북한군이 아들을 의용군으로 징집해 가면서 영영 헤어지게 된 것입니다. 당시 아들의 나이는 17살, 김 할머님은 아들이 어린나이에 부모 형제 없이 혼자 북한에서 생활했을 생각에 늘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김봉순: 17살 어린 학생이 나가서 70먹도록 산 사람이 얼마나 고생했겠어. 그것을 어떻게 일일이 말을 하나 혼자 떨어져서 그래도 나는 딸도 있고 고향에 동기도 있고 괜찮았지만, 그것은 혼자 떨어져서 살았으니 오죽이나 고생했겠어. 나보다도 아들 생각하면 제일 가슴 아프고 마음 아프고 그렇지

김 할머니는 홀혈 단신인 아들이 그래도 일가족을 이루고 자식들도 다 키워냈다면서 대견해 했습니다.

김봉순: 원래 공부 잘하고 남들이 잘났다고는 했었지. 대전 학교에 입학하는데 신문에 날 정도로 똑똑했어. 거기(북한에) 가서도 공부 잘하고 애들도 다 대학 가르치고 그랬더라고. 지 동생들이 뭐 잘못하면 혼내 가면서 얼마나 잘 했는데.

할머니는 화상상봉 직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아들과 손자들을 화상이 아닌 직접 만나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죽기 전에 꼭 한번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싶다던 할머니, 할머니는 이런 자신의 마음이 이 방송을 통해 북쪽에 꼭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봉순: 다시 이산가족 상봉한다고 하더구먼, 그렇게 될라나 그것만 바라고 있지 신청은 했으니까 이제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죽을라나 나이가 많으니까 그 안에 죽을라나 그것을 알 수가 있나. 내 아들 이름이 아무개인데 혹시 아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이나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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