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보금자리: 외로움이 제일 큰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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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삶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남한의 보금자리‘ 순서입니다. 오늘은 단독으로 탈북해 지난 2003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여성 최옥경(가명)씨의 이야기입니다.

남한이 보금자리를 진행하는 이진서입니다. 오늘 소개할 탈북여성 최옥경씨는 북한에서는 부기원으로 일하다 탈북해서 남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최씨의 이름은 신변안전을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최옥경씨는 여느 다른 탈북자들처럼 중국에서 생활을 하다가 남한 방송을 듣고 탈북자들이 안전하게 살수 있다는 사실을 안 다음에 남한행을 하게 됐습니다. 남한입국 후에는 바로 일을 했기 때문에 남한 사회에 빨리 적응을 한편이지만 늘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산다는 것에서 찾아오는 혼란스러움에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최옥경: 밖에서는 별로 못 느끼는데 집에 들어가면 혼자라는 생각에 힘듭니다. 힘들 때는 목숨만 건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일단 두 다리 뻗고 사니까 마음을 잡기가 힘듭니다.

최씨의 말처럼 탈북해 중국에서 고생도 많이 했고 집과 일터인 주유소를 오가면서 정신없이 살았기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30대 중반에 이르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가정을 이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고 고백을 합니다.

최옥경: 남한 남성들을 만나면서 실패를 많이 하면서 더 힘들게 됐습니다. 저는 북한식으로 편하게 얘기를 하는데 그것이 남쪽에서는 예의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드는 분도 몇 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의 개성적인 것이 나타나면서 그분들에게는 아니다 싶었겠죠. 그런데 그것이 저에게는 상처였습니다.

그는 남한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남성들이 북한 남성들 보다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친절했지만 자신의 성격대로 남한 남성을 상대하면 끝은 꼭 안 좋았다면서 사람을 상대하는 법이 남북한이 틀리다는 점도 말을 했습니다.

최옥경: 나는 그냥 직설적이잖아요.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여기 사람들처럼 겉으로는 말을 안 하고 속으로 생각하도 겉으로 웃음 짓고... 그냥 그 자리에서 옳고 그릇을 가리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을 안 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북한에서는 나이도 어렸고 부모님을 통해 느끼는 막연한 남녀 관계뿐 특별히 사랑이니 이성이니 하는 문제는 많이 생각을 안 해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텔레비전 연속극에서 조차 너무 많은 남녀관계의 모습을 다루고 있어 어떻게 하는 것이 이상적인 만남을 갖는 것인지 조금은 혼란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최옥경: 저는 북한에서 사랑도 연애도 모르고 그냥 부모님에 의지하면서 살았죠. 아버지가 정말 유식하셨고 엄마가 학교는 못 다녔지만 정중하신 분이세요. 엄마랑 아빠가 웃방에서 다투신 것은 있었는지는 몰라도 싸우고 하는 것은 보질 못했었죠. 그런데 정작 내가 한국 땅에 와서 연속극도 보고 하면 아무것도 모르다가 남한에서 한 번에 겪자 하니까 어려운 것이죠.

최씨는 개인적 감정의 문제들로 인해 어려운 점도 있지만 반면 생활적인 것은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남한 사회를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와는 달리 돈의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을 하게 됐고 돈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옥경: 말을 배우고 인간생활을 배우고 돈의 가치와 물건의 가치를 배우고 느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일하는 것을 숨기고 국가에서 주는 돈을 타서 썼습니다. 그것이 불법이지만 북한에 엄마도 찾아야 하고 브로커에게 줄 돈도 크고 해서 돈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돈을 벌어서 꼭 갚을 것입니다.

한편 최씨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탈북해서 중국에 있을 때 남한의 사회교육 방송을 듣고 중국현지 탈북여성의 이야기를 보냈다가 전파를 타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그때 언젠가는 자신이 전문 작가가 돼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탈북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소개하는 방송작가가 되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최옥경: 저는 꿈을 포기 하지 않았고 저는 뒤로 한발짝도 물러설 자리가 없습니다. 중국에 와서 떠돌면서 조선인민공화국이라는 것에 인식을 다시 하게 됐고 한국에서 진실을 알게 됐고 우리 탈북자들이 왜 북한을 떠나게 됐고 그런 것을 텔레비전 드라마로 고발하는 것이죠. 우리 탈북자들의 인생이 힘들었는지 탈북여성들이 왜 매춘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 이런 것들을 말하고 싶은 겁니다.

그는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올해부터 대학에서 극작가 수업을 받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해에 대학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일 때문에 휴학계를 내고 학교를 가지 못했는데 더 이상 대학공부를 미룰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최옥경: 빨리 공부를 하자는 이유도 국가에서 만 35세까지 대학등록금 혜택을 준다고 하니까 제가 나이도 35세고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하는 겁니다.

최옥경씨는 새 학기가 시작하는 이번 3월부터는 수입이 절반으로 줄게 됐습니다. 그는 대학 수업 시간을 자신이 일하는 주유소 근무시간과 조절해서 등록을 마쳤습니다. 그래서 한 달 수입과 지출을 더욱 꼼꼼히 챙기면서 언젠가는 방송작가로 활동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최옥경: 이번에 학교에 가서 급식을 알아봤는데 식권제로 한다고 하더라고요. 점심 한 끼를 먹는데 비싼 것은 2,500원 제일 싼 것이 1,800원입니다. 월요일, 화요일은 일을 하고 오후 강의를 받으니까 점심 한 끼는 회사에서 먹는다. 그리고 교통비를 합해서 한 달 지출 내용을 뽑아 봤습니다. 그리고 같이 공부하는 학교동료들이 술을 한잔 하자고 해도 몇 만원을 쓴다. 이런 것을 계산해 뒀습니다.

워싱턴-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