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보금자리: 통제가 없는 자유의 세상 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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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기획 '남한의 보금자리' 함경북도 혜산 출신으로 탈북과 강제 북송을 반복하면서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지난 2004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여성 김은선(가명)씨의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김씨는 북한에서 무역관계 일을 하다가 중국 상인이 돈을 떼먹고 사라지는 바람에 북한 당국의 문책을 받게 되자 결국 탈북을 해서 남한까지 가게 됐습니다. 이제 40대 중반이 되는 김씨는 북한에서는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한 탓인지 남북한의 생활에서 오는 차이보다는 남한의 여성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고 말합니다. 우선 남한에서 보는 여성들은 북한 여성에 비해 점잖고 우월감에 차있으며 그런 내면의 세계가 그들의 얼굴에 그대로 나타난다며 한 예로 버스나 상점에서 벌어지는 남북한 여성들의 모습을 비교해 들려줬습니다.

김은선: 북에서 여자들은 참 작상(떠벌이)이예요 버스를 타나 상점에서 뭘 보나 도덕이고 이런 것 없어요. 야, 오늘은 장사를 했는데 얼마를 벌고 그저 옆 사람이 좋아 하든 말든 어쩌든 상관없이 제 기분에 소리를 치죠. 아무 곳에 가도 복잡하죠. 남한에 와보니까 옆 사람들 하고 얘기 할 때, 손전화 받을 때도 소곤소곤 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몸에 베어 있거든요. 주의를 하고요.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주의를 안 해요.

반면 남한 여성들은 겁이 많고 나약한 것도 많고 내숭을 떠는 것도 많다며 대체적으로 여리게 보이지만 북한 여성들은 겪을 것을 다 겪었기 때문에 무서움을 모른다는 점도 지적을 했습니다.

김씨는 또 북한에서 말하는 식.의.주 중에서 남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아직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남한 사람들만큼은 여유롭지 못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선: 평양에서 살았는데 일본에서 보내주는 것으로 쓰고 살았기 때문에 저의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평범하게 북한에서 살다온 사람들은 쓰기 아까워합니다. 화장품, 자기 옷에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합니다. 하나라도 모으지... 남한에서 쓰는 것은 일본 것 하고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돈 만 있으면 백화점이 아니라도 시장에 가서 살 수 있고.

김은선씨는 탈북과 강제북송의 과정에서 북한에서 감옥도 수차례 갔고 몸도 많이 상했습니다. 현재 남한에서는 그 후유증으로 병원을 거의 매일같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병원 가는 것에도 적응이 될법한데 아직도 절차가 복잡하고 환자가 많은 남한 병원은 한마디로 자신을 피곤하데 만드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김은선: 시설도 좋고 모두 좋은데 너무 복잡합니다. 아픈 사람이 빨리 치료를 받아야겠는데... 남한 병원은 이비인후과, 내과, 산과(산부인과) 다 병원이 따로 있고 종합적으로 되어 있는 병원이 따로 있는데 거기서 예약을 해야 하고 또 돈을 상당히 내고 검사를 하니까 정신이 없어서 병원가기 싫어요. 예약 날짜를 맞춰 가느라고 신경을 써야하고요. 아플 때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중국 병원은 아파서 가면 그 자리에서 전부 해결을 보니까 그것이 좋더라고요.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은 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남한정부에서 주는 정착금과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보조금을 받으면서 생활한다며 주말이면 교회에 나가는 것이 반복되는 자신의 생활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은선: 처음에는 종교, 하나님을 받아 들여서 갔습니다. 그런데 점점 교회 사람들이 고생했다고 기도하고 해주는 것이 신기했는데 이제는 진실 되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그냥 예배드리고 밥 먹고 아는 사람들과 얘기 하고... 돌아서서 올 때는 내가 왜 교회를 갔나, 교회 가서 배운 것이 뭔가? 어쩔 때는 잠이 오고... 저는 신앙이 높다고 했는데 점차 믿음이 줄더라고요.

북한에서 알고 있던 종교와 실제는 정말 틀린데 처음 남한에 가서는 열심히 다니던 교회도 이제는 좀 시들해 졌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이제 많이 생활에는 적응이 됐다면서 남한 생활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자유로운 것입니다. 누구의 통제도 없고,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누가 자신을 감시 하는 일도 없는 남한은 사람 살만한 곳이라고 말합니다.

김은선: 북한에 있을 때는 도장 찍고 확인 받고 또 누구의 승인을 받고 이런 것이 많은데 남한에서는 없어서 좋습니다. 남한의 높은 사람이건 여건이 허락 되면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내가 오늘 뭘 먹고 싶다고 하면 먹을 수가 있고, 인터넷도 마음대로 찾아서 할 수 있고 그러니까 너무 좋은 겁니다.

단독으로 남한에 입국한 김은선씨는 이제 앞으로 여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제일 큰일이자 소망입니다. 그는 마음이 착하고 서로 위로 할 수 있는 또 아픈 상처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선: 남한에 와서 정착해 사는 여자들이 남한 남자를 만나서 잘사는 사람도 있고 마음을 못 맞춰서 또 시집과의 관계로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도 물어 봅니다. 그러면 대답이 혼자 사는 것이 낫다는 사람도 있고, 아플 때는 같이 걱정해 주고 하는 것이 북한 남자들과 비교가 안 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 자기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지금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