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담배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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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외국산 담배를 피우지 말데 대한 김정은의 지시에 대해 현지 소식통들은 순수하게 북한이 자체로 만든 국산담배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의 무리한 지시에 반발했습니다.

오중석: 문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외국산 담배를 피우지 말데 대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중국산 담배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문 기자가 지금까지 이런 주장과 보도를 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 외국산 담배의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집니다. 자세한 소식 좀 이야기해주시지요.

문성휘: 네, 우선 이야기에 앞서 북한이 장마당들에서 외국산 담배를 단속하게 된 배경부터 설명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미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도를 했지만 "외국산 담배를 피우지 말데 대한 지시는 11월 22일 '간부강연회'에서 참가자들에게 비공개로 전달됐다"고 양강도의 한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시가 전달되기 이전인 11월 17일부터 양강도 소재지 혜산시에 있는 '조•중 친선세관'에서는 중국담배의 반입을 일체 차단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이런 소식통들의 이야기들을 놓고 볼 때 "국내에서 나오는 담배도 좋은데 왜 애국심 없이 외국담배를 피우냐"는 김정은의 지적은 11월 중순 경에 있지 않았냐고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양강도 '혜산장마당'에서 중국담배를 단속하기 시작한 시점은 11월 20일부터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세관에서 중국담배의 반입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사꾼들은 크게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중석: 네, 세관에서 먼저 중국담배의 수입이 중단됐으니 곧 장마당에서도 중국담배의 단속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장마당의 장사꾼들이 미리 대처를 했다는 그런 의미인가요?

문성휘: 네, 맞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장사꾼들이 담배 단속에서 많은 피해를 보지 않은 원인이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소식통들은 그와 관련해 "실제 장마당에서는 중국산이나 외국산 담배의 수요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중국산 담배와 외국산 담배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그렇군요. 그런데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한때는 북한의 장마당을 중국산 담배가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지금은 중국산 담배나 외국산 담배의 인기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거죠?

문성휘: 네, 소식통들을 통해 좀 조사를 해 보았는데 1990년대 말까지 북한에서 자체로 생산되는 담배는 10여 가지밖에 안됐다고 합니다. 워낙 여러 가지 담배들이 많았는데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담배공장들이 생산을 못했다는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간부들도 외국산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그러나 2000년대 초부터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산 상표를 단 가짜 담배를 많이 생산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담배 제조기술과 제조공장이 급속히 성장했다는 거죠.

한마디로 가짜 담배를 만들던 경험을 살려 이제는 북한 자체 상표를 가진 담배들도 질이 좋게 많이 생산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중석: 외화벌이를 위해 가짜 담배를 만들어 왔는데 그게 결국 북한이 자체 상표를 가진 담배들을 많이 생산하게 된 기초가 됐다, 이 말씀인가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오중석: 그럼 현재 북한에서 자체 상표를 가진 담배는 몇 종류나 있습니까?

문성휘: 네, 현재 외부에 알려진 것만 해도 북한의 담배공장은 '평양담배공장', '대동강담배공장', '룡성담배공장', 그리고 '라선신흥담배공장'을 비롯해 14개 정도가 됩니다. 현지 소식통들을 통해 알아본 결과 북한고유의 상표를 달고 장마당에서 팔리는 담배만 무려 65종이나 된다고 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실제 잘 팔리지 않아 애초 장마당에 내놓지 않는 담배들까지 합치면 그 종류는 이백여 가지라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담배들이 중국 담배와 맛이 다를 바 없고 비싼 종류의 담배들은 장마당에서 간신히 버티는 몇몇 중국담배들에 비해 오히려 맛이 더 좋다고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오중석: 가짜 외국산 담배들을 만들던 기술로 이제는 중국산 담배보다 맛이 더 좋은 담배들도 많이 만들고 있다, 이런 얘기가 되는데요. 북한 장마당들에서 중국담배와 북한 담배의 가격은 얼마나 차이가 납니까?

문성휘: 네, 북한이 내놓은 담배 종류도 많지만 여전히 북한의 장마당들에선 중국담배가 일부 팔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중국 '길림성 연초공사'가 만들고 있는 '장백산'이라는 담배를 들 수 있는데요.

이 담배는 중국에서 한 갑당 가격이 인민폐 7원(위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중국인민폐 10원이라고 하고요. 중국담배 '중남해' 역시 북한 현지에서 인민폐 10원, 그 외 '홍탑산'은 인민폐 7원, '홍매'는 인민폐 5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중국산 담배에 비해 오히려 맛이 더 좋다고 주민들속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 북한산 담배 '려명'은 장마당에서 중국인민폐로 8원입니다. 또 '금수강산'은 인민폐 5원, '동양'은 인민폐로 3원 50전입니다.

북한이 직접 만들어 주민들속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는 '백산'과 '풍년'이라고 하는데요. '평양백산담배합영회사'에서 만드는 '백산'과 '회령담배공장'에서 만드는 '풍년'은 장마당에서 중국인민폐 2원으로 눅(싼)은 값이라고 합니다.

오중석: 외국담배에 비해 상당히 눅은 값이군요. 북한이 자체로 생산하는 담배도 많지만 그래도 중국산 담배가 여전히 팔리고 있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요? 북한에서 외국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대개 어떤 계층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문성휘: 네, 소식통들에 따르면 외국산 담배를 가장 많이 피우는 사람들은 북한의 당 간부들, 사법기관 간부들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많이 피운다는 외국산 담배도 자신들이 직접 돈을 들여 구입한 담배가 아니라는 거죠.

오중석: 자신들이 직접 돈을 들여 구입하지 않았다면 뇌물로 받았다는 건가요?

문성휘: 네, 그렇습니다. 평양에 가면 중국담배 외에도 '평양개선청년공원'이라든지, '해맞이 식당' 이런 곳에서 '말보로', '던힐', '세븐'과 같은 외국담배들을 공개적으로 팔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엔 '말보로'나 '던힐', '세분'이 가짜도 많은데요. 진품의 경우 가격은 한 값에 중국 인민폐 30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중국담배이든, 다른 외국담배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누구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자신이 직접 피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간부들에게 고이기(뇌물로 바치기)위해서 산다는 거죠. 당연히 이런 사람들은 담배를 한 갑씩 사는 것이 아니라 한 보루씩 사는 것이 보통이라고 합니다.

오중석: 네, 결국 북한에서 외국산 담배 수요는 위에 있는 간부들에게 뇌물로 바치기 위해서라는 그런 얘기가 되는군요.

문성휘: 네, 한마디로 그렇습니다.

오중석: 그럼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피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7.27'이라는 담배는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얼마에 팔리고 있습니까?

문성휘: 현재 북한에서 '7.27' 담배는 그 어디서든 팔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김정은이 피우고 있는 '7.27'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이 피우던 '목란'이라는 담배를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이 피우던 '목란'은 평안남도 '성천담배공장'에서 특별히 만든 담배입니다. 소식통들은 북한이 자체로 만든다는 담배들은 모두 중국에서 원료를 사들여 가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순수 국산이라고 자랑할 만한 담배는 현실적으로 북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아무리 담배를 많이 생산한다고 해도 외국에서 사들인 원료를 가지고 제조하는 수준이라면 그것 또한 외국담배라는 말이 되는군요. 그런 의미에서 외국산 담배를 피우지 말데 대한 김정은의 지시가 내용을 따지고 본다면 아주 허황된 지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고요.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