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북열차방송원의 남한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오늘은 가정의 달 5월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5월에 있는 기념일에 대해 전해주신다고요.
정진화: 네, 한국에서의 5월은 가정의 달 입니다. 5월은 1일이 근로자의 날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셋쨋주 월요일은 성년의 그리고 21일은 부부의 날입니다. 온 가족 그리고 나를 낳아 키워준 부모님뿐만 아니고 스승에 대한 감사까지 많은 분들이 가장 고마운 사람에게 감사를 전하는 그런 달이라고 기억됩니다.
기자: 이런 기념일들이 전부 공휴일은 아니죠?
정진화: 네, 어린이 날은 법정 공휴일이고요. 나머지는 휴일이 아닙니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어버이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휴일 지정이 안됐군요.
정진화: 네, 공휴일이 아닙니다. 사실 처음에 왔을 때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북한의 어버이랑 여기 어버이랑 단어를 가지고 따져본 적이 있었어요. 한국은 어버이라고 하면 나를 낳아서 키워준 부모님을 가리키는 것이고요. 북한에서의 어버이는 우리가 김일성 부자를 가리켜서 어버이 수령, 어버이 품 이런 용어로 불러왔단 말입니다. 항상 어버이라고 하면 단어는 같지만 북한에서는 수령, 여기서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다 보니까 한국 사람들이 부모님에게 항상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런 말을 할 때는 저희가 처음에는 굉장히 생소했어요.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제일 쉽게 내뱉지 못하는 말이 감사합니다. 이런 인사하는 말이었는데 북한에서 살던 것이 습관이 돼서 감사함을 마음 속으로는 느끼는 데 쉽게 입 밖으로 안 나오는 거예요. 북한에서 김일성 생일에 선물을 준다 음식을 선물로 받았다고 하면 초상화 앞에서 또는 동상 앞에 가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했는데 이것은 그것이 아니고 항상 나를 낳아서 키워준 나와 함께 한 집에서 살고 있는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생소하고 놀라웠습니다.
기자: 꼭 기념일이 휴일이어야만 한다는 것은 없지만 사실 부모님 공경은 늘 하지만 하루만이라고 좀 특별하게 모시고 나가서 좋은 곳에서 식사도 하고 하려면 일을 하루 쉴 수 있도록 공휴일이 되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진화: 그렇습니다. 한국은 주 5일 근무다 보니까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잖습니까. 저희는 처음에 와서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북한은 주 5일 근무가 없잖아요. 어떤 땐 7일을 꼬박 일해도 진짜 살기 어려운데 한국은 공휴일이 너무 많은 거예요. 주 5일 일하는 근로자들이 반 이상이 넘고요. 공무원들은 무조건 5일 일하고 학교도 그렇고 일반 회사는 3교대라고 해서 생산일정이 꼭 맞물려 돌아가는 회사를 빼고는 대부분의 회사는 주 5일 근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징검다리 연휴까지 이어지면 언제 일을 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잘 살지? 이렇게 처음에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저희도 노는 날이 많은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기자: 어버이날 다음에는 스승의 날이 있는데요.
정진화: 네, 중국에 오니까 9월 10일을 교사절이라고 해서 스승의 은혜를 기념하고 있는데요. 남한에선 스승의 날이라고 하더라고요. 북한도 비슷한 말이 있긴 해요. 김일성이 1977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교육은 어떻게 중요하고 뭘 가르쳐야 하고 한 것을 종합적으로 만들어 놓은 강연이 있는데 그날이 북한에서는 교육절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부모까지 동원돼서 체육대회를 여는데 한국에서는 스승의 날에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도 하고 학생들이 선생님 가슴에 꽃을 달아줍니다. 또 요즘은 인터넷이 잘 돼있어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위한 깜짝 동영상을 만들어서 선물도 하고요.
기자: 방송을 보니까 한국에서는 옛날 어린 시절 자신의 스승을 찾는 그런 것도 있던데요.
정진화: 그렇습니다. 각 도에 교육청이 있는데요. 거기에 보면 교사 찾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만약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을 찾고 싶다고 하면 그 선생님의 인적 사항만 알면 지금 그분이 어느 학교에 근무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놀랐습니다. 아무튼 북한에서는 선생님에게 꽃을 달아준다는 것은 없었어요. 꽃이라고 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달아주려고 꺾는 것이 아니고 김일성이나 김정일 생일에 맞춰서 동상이나 초상화 앞에 무조건 갖다 받쳐야 하니까 이불 밑에서 꽃을 피우고 난로 위에서 온도를 보장해서 꽃을 피우고 이렇게 정상을 쏟는데 선생님이나 부모님을 위해서 꽃 한 송이를 선물했다는 것은 없었습니다.
기자: 그러고 보면 5월에는 꽃집도 장사가 참 잘되겠어요. 기념일이 많아서요.
정진화: 오늘 아침에도 뉴스가 나오고 5월이면 꽃에 관한 뉴스가 나오고 하지만 여기는 뭐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여자친구를 위해 꽃을 사주기도 하고 또 생일에도 꽃을 선물하고 하기 때문에 특별히 5월이 아니어도 꽃은 항상 피어 있고 동네에도 꽃은 엄청 많아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기수 먼저 나온 친구가 있었는데 집은 어떤가 하니까 언니 여기는 공원 같아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북한에서 공원이라고 하면 나무도 우거지고 꽃도 많고 한 곳을 말하는 데 여기는 진짜 물론 동네마다 공원이 있지만 어디를 가나 녹음이 잘 돼있어서 북한 식으로 말하는 공원이에요. 저는 꽃이라고 하면 진달래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데 정말 이름 모를 꽃들이 거리와 마을에 늘 피어있고 꽃집은 항상 잘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런데 21일 성년의 날은 말 그대로 만 20세가 되는 젊은 청년이 법적으로 성년이 됐다고 선포하는 날인데요. 부부의 날은 좀 생소한데 어떤 기념일인가요?
정진화: 요즘은 북한에도 이혼이 많이 있다고 그런 말이 들려오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시대가 발전하고 사람들 수준이 높아지면서 서로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 부모님 세대에서처럼 가정을 이루면 죽을 때까지 여자들 보고는 너는 그 집안의 귀신이 되어야 한다 이런 말은 시대적으로 뒤떨어진 것 같아요. 북한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이혼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이혼이 권장할 것은 아니잖아요. 특히 자녀들 키우다 보면 아무래도 한부모 자녀는 좀 위축되는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법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는 이런 이혼은 막아야 한다고 해서 만들어 놓은 날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이제는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정리를 해주시죠.
정진화: 네, 저는 한국에 와서 여러 가지 명절이나 기념일을 많이 보내게 되는데 특히5월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날이 많아 가족의 소중함을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정말 사는 것이 바빠서 그리고 남한 같은 체제가 아니다 보니 내 부모는 나를 낳아준 사람일 뿐이라 생각하고 돌아가신 부모님께 한번도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이런 말들을 못했습니다. 이런 것을 생각해 볼 때 한국의 어버이날은 특별한 기념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얼마 안 있으면 저의 아들이 성인이 되는데 이런 기념일들을 함께 지내다 보면 부모로 또 자녀로 서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가정의 달 5월에 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