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새해 첫날 모습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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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정진화: 네, 양력 설이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제가 한국에 와서 본 1월의 대한민국. 이런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기자: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진화: 감사합니다. 새해를 축하합니다.

기자: 남북한이 새해 첫인사 말도 이렇게 다르네요.

정진화: 지금 기자님도 말씀 하셨지만 저희가 양력설과 음력설을 쇠는 문화도 다르고 또 설날에 저보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나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서로 주고 받는 설 인사의 말도 다르더라고요. 북한에서는 "새해를 축하합니다." 이러는데 여기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어르신들에게는 만수무강 하세요. 이러는데 저는 처음에 만수무강이라는 단어 자체가 북한에서는 지도자에게만 쓰는 특별한 단어라 놀랐어요.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 말을 쓰는 법이 없거든요. 한국은 100세 시대라 동네 노인정에 가도 80세 이전에 오면 끼지를 못한다고 하는데 나이 많으신 분들에게 절을 하고 인사를 할 때는 만수무강 하세요. 이런 인사가 보편화 돼있어서 그게 굉장히 처음에는 낯설었습니다.

기자: 새해 첫날이면 일어나자 마자 깨끗이 씻고 좋은 옷 입고 부모님께 세배하고 그러잖아요. 북한은 어떤가요?

정진화: 세배는 해요. 북한에선 우리가 자랄 때 보면 4형제였는데12월 31일 밤이면 이리뛰고 저리뛰고 명절 기분으로 들떠있고 했는데 혹시 누가 졸고 이러면 아빠가 하시는 말씀이 오늘 밤에 자는 사람은 눈썹이 희게 된다. 이러셨거든요. 솔직히 우리는 12월 31일, 12시 종을 치면 부모님께 세배를 하고 했어요. 그러면 용돈을 조금 주고 했는데 솔직히 용돈을 받아본 기억은 별로 없고 그냥 가족이 앉아서 맛있는 것을 먹는 게 명절이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설날이면 무조건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거예요.

기자: 아들에게 세배는 받으셨어요?

정진화: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 여기 아이들은 "엄마 저를 낳아줘서 감사해요. 키워줘서 감사해요." 이런 인사를 하는데 북한에서 제가 아들 나이었을 때는 한번도 부모님에게 저를 낳아줘서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이런 말을 못해봤어요. 처음에는 이런 말이 낯설고 어색했는데 한국에서 산지 19년이 되다 보니 이제는 편안하고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답을 해줘야 하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아들한테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고 대학입학을 앞둔 중요한 시기가 됐으니 학교 성적을 올리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에서는 자정이 지나면 밤에 세배를 한다고요?

정진화: 네, 그렇게 해요.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1월1일 아침이면 앉아서 세배 드리고 떡국을 먹고 할 시간이 없어요. 왜냐하면 9시부터 지도자 신년사를 하기 때문에 전국민이 청취를 해야 해요. 신년사를 받아 적는 사람도 많아요. 3일 학교에 가거나 출근을 하면 그때부터 총 학습에 들어가거든요. 달달 외우고 문답식 학습 경연을 대회를 하고 거의 반년 동안 신년사를 공부해요.

기자: 그러면 바로 일어나서는 뭘 합니까?

정진화: 네, 그리고 신년사를 듣기 전에는 꽃바구니를 가지고 동상에 갑니다. 북한 사람의 모든 생활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고 지도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온 가족이 덜덜 떨면서 한복을 입고 겉에는 동복을 입고 목도리 두르고는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축원한단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1월 1일 앉아서 나를 낳아준 부모님께 세배 드리고 이럴 시간이 없어요.

기자: 부모님뿐만 아니라 친척 어르신이나 선생님 또는 직장 상사에게 인사를 가잖습니까.

정진화: 저희가 와서 보니까 새해를 맞는 분위기는 북한 하고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북한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직장 상사를 찾는 것이 고작이거든요. 그리고 북한 1월 모습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눈이에요. 하얀 눈이 엄청 많이 오거든요. 한국의 설은 다른 것은 다 마음에 드는데 눈이 없는 설날이 아쉬워요. 눈이 안 오잖아요. 여기는 강원도 스키장 가는 사람들 또 1월 1일이면 해맞이를 하면서 소원을 빌고 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전국에 해맞이 하는 곳을 보면 코로나 때문에 이번에는 그 전보다는 적은 사람이 갔지만 예전에 보면 보통 기차 10칸에 승객이 꽉 차서 해맞이 구경을 한다고 강원도 강릉에 가는 모습을 봐요. 이런 풍경은 북한하고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기자: 또 연초에는 직접 찾아가지 못하는 분에게는 새해를 축하하는 인사편지를 보내잖아요.

정진화: 요즘에는 새해 연하장을 다 휴대폰으로 보내잖아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엽서를 씁니다. 꼭대기에다가 " 새해를 축하합니다. 위대한 지도자 동지의 만수무강을 축원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새해를 맞아 공부를 잘하고 혁명과 업적에서 큰 혁신" 이런 상투적인 글을 쓰는데 한국에서는 휴대폰으로 예쁜 그림에다가 온 가족 행복하세요. 올해는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정말 그 사람에게 필요한 문구만 보내잖아요. 그래서 한국의 1월은 새해를 맞는 사람들이 누구나 자기가 새해에 꼭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이야기 하는 달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자: 1월달이면 올 한해 운세를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정진화: 정말 많이 봐요. 저는 한국에 와서 토정비결 책자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저는 북한에서 태어나서 저희 세대는 양력만 아는 세대에요. 그런데 저희보다 나이가 좀 많은 세대는 음력도 아는데 토정비결을 보니까 너는 음력 생일이 언제다 그리고 태어난 시까지 있는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또 손금을 보는 사람도 있고 연인끼리 사랑 운도 보고 요즘은 또 컴퓨터 인터넷으로 점을 보는 것도 많은데 그냥 재미로 보는 거죠.

기자: 말씀 나누다 보니 벌써 마칠 시간이 됐는데 한국에서의 1월달 정리를 해주시죠.

정진화: 한국에 와서 19년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갔다고 봅니다. 제가 벌써 그렇게 됐어 하면서도 아들이 벌써 17살이란 것을 놓고 보면 제가 인정을 하게 되는 거예요. 엄마의 고향은 북한인데 아들의 고향은 서울이다. 아무튼 저는 한국에 살고 있고요. 요즘 그렇게 어려운 상황인데 하나원에는 코로나 19다 또 북한에 단속이 심하다 해서 탈북자의 남한입국이 못 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한 20여명이 현재 하나원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달 받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힘들어 했지만 우리 정부도 백신을 모든 국민이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까 다행스럽고요. 올해는 100년마다 한 번씩 온다는 흰 소띠의 해인데 좋은 일만 많이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2021년 새해를 맞는 1월 달 모습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