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멈춰선 북한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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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 1월 벌써 절반이 지났습니다. 이제 곧 음력설 입니다. 그곳 분위기는 어떤가요?

정진화 :네.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올해 음력설이 2월 1일인데요. 이때는 전 국민이 자기집을 찾아가는 명절입니다. 어제부터는 열차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대부분 젊은 사람들은 휴대폰이나 인터넷으로 표를 구매하는데 나이드신 분은 그런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보니 창구를 이용합니다. 요즘은 고향으로 가는 차표 구입에 모두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또 1월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올 한 해에 무엇을 할지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정진화 :네. 오늘은 북한에서 온지 얼마 안 되는 탈북민을 만나면서 얘기를 나눴는데 그때 들었던 생각을 전하려고 합니다.

기자 :어느 장소에서 얘기를 나누냐에 따라 그 내용도 달라지는데 긴 얘기를 나누셨나요?

정진화 :네, 저희가 강원도 쪽으로 결혼을 한 친구가 있어서 함께 다녀왔습니다. 이분은 솔직히 금방 와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 어디 가본적이 없답니다. 그래서 탈북민 친구와 함께 강원도 가서 바다도 보고 문어도 먹고, 묵도 먹고 왔습니다. 회사 취직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휴가도 있겠는데 일한 지 얼마 안돼서 당일로 다녀왔습니다. 강원도 쪽을 가면 북한이 가까이 보이잖아요. 그래서 그분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사실 자기 고향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도 북한과 가까운 강원도, 파주 이런 곳에 가면 가슴이 아프거든요. 그런데 이분은 고향 떠난 지 얼마 안됐으니까 그런 생각이 얼마나 더 간절하겠습니다. 북한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은 탈북민이 다 같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기자 :그분은 탈북해 바로 남한에 온 분인가요? 아니면 중국 생활을 좀 했던 분인가요?

정진화 :아뇨. 중국에서 체류하지 않았고요. 탈북해 바로 한국에 온 분이었습니다.

기자 :자본주의 생활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많이 혼란스럽지 않을까 싶은데요. 얘기를 나눠보니 어떻던가요?

정진화 :네, 저희가 탈북해서 중국 거쳐서 남한에 왔을 땐 정말 모든 것이 낯설었는데 제가 북한 사람들도 현재 남한 소식을 잘 듣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그분이 남한에 온지 1년밖에 안됐는데

한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너무 잘 아는 겁니다. 오래 생활한 우리와 다른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북한에서도 남한 소식을 듣고 있다고 그렇게 얘기하는 거에요. 그 말을 듣고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자 :남한생활 선배로 정진화 씨가 초기 정착 때 경험했던 것을 많이 나누지 않았을까 싶네요.

정진화 :네, 맞습니다. 저희가 강원도를 가는 중에 차 안에서 많은 얘길 나눴는데 예를 들면 아파트 던, 단층(주택)이든 언덕에 있는 집들이 있잖아요? 특히 강원도는 산이 많은 지역이라 차를 타고 가면서 보면 그런 집들이 꽤 많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저렇게 높은 곳에서 살면 겨울에 수돗물이 나오는가?" 이러시는 거에요. 저도 남한에 금방 왔을 때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청정지역이라고 해서 도시와 멀리 떨어진 산골이나 진짜 깊은 산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우리는 막 웃는데 그분이 하는 말씀이 모든 걸 보면 자꾸 북한이 생각난다고 하시더라고요.

기자 :방금 전 언급을 해주셨지만 북한에서 상상하던 것과 실제 남한 생활은 많이 차이가 날 테니까 모든 것이 신기하고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진화 :그러니까 북한의 우상화나 잘못된 교육의 결과라고 보는데 북한에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 음악이 들어가서 한국 사회를 알고는 있다고 하지만 북한 식으로 생각하는 거죠. 북한의 영화에는 일부러 꾸민 그런 장면이 많이 나와요. 그러니까 한국의 드라마에도 그런 상황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 와서 보니까 탈북민에겐 남한에 오면 아파트를 주죠. 아파트에는 난방이 돼있고 24시간 더운물 찬물이 콸콸 나오죠. 그리고 자기가 일해서 벌면 슈퍼나 마트에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잖아요.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산다는 말을 하는데 그런 자유가 정말 보장이 되는지 궁금했는데 한국에서 1년을 살면서 보니까 실제 그게 맞구나 하는 생각을 시시각각으로 체험한다고 하더라고요.

기자 :이분이 제일 관심을 두는 것은 어떤 것이던가요?

정진화 :그분도 나이가 있으니까 자신의 노후 걱정을 하는 거에요. 지금은 일을 하지만 나중에 어떻게 살 것인지 걱정을 하시는 거에요. 솔직히 한국사회는 100세 시대잖아요. 65세부터는 정부지원이 있는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자기 능력이나 건강만 된다면 솔직히 걱정할 일은 일은 없어요. 시골에 가서도 사람이 부족해서 일을 못하는 거지 일감이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일자리에 대한 걱정을 제일 많이 했어요. 나이를 먹고 와서 노후걱정이 많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기자 :그래서 뭐라고 답변을 해줬나요?

정진화 :저는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 해줬어요. 건강만 하면 되고 그 분이 전기 기술자였는데 사무직도 아니고 기술을 가진 분들은 아무 회사에서나 오랫동안 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길 해줬습니다.

기자 :직업에 대한 걱정 외에는 어떤 일을 궁금해 하던가요?

정진화 :또 이분이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뉴스를 들으면 새해에는 뭐가 달라진다. 이런 말을 하는데 실제 달라지는가 하고 의문을 가졌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신년사라고 해서 뭘 하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데 실제 주민생활에는 그것이 나타나는 것이 없거든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실제로 되나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에선 국가가 국민에게 공약하는 것은 실천하기 위한 것이지 빈말이 아니다. 실천하지 않으면 국민이 가만있지 않는다 라고 했는데 그런 것들은 아직 크게 마음에 와 닿지 않는가 봅니다.

기자 :그분이 전기 일을 한다고 했는데 일에 관한 질문은 없었습니까?

정진화 :이분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자기가 전기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직업을 가지고 오래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묻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탈북민 남성들이 운전직, 전기 기술자다. 한국은 자격을 중시하는 사회다. 일을 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해야 할 것이다. 전기 일을 오래 하려면 전기 기능사 자격을 가져야 하고 또 월급도 많이 받고 오래 일하자면 전기 기사라는 자격이 필요한데 그 자격증을 따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얘기를 해줬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전문직 기술자라고 해도 남한에서 바로 자기가 하던 일을 이어갈 수는 없잖아요.

정진화 :그분은 다른 분들보다 그런 것에 대한 우려가 적은 것이 일단 자기가 전기 기술로 용어가 남북한에서 쓰는 것이 달라서 자격증을 따진 못했지만 기술은 남보다 못하지 않고 공부를 해서 나중에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겁니다. 전기 일은 현장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는 말을 귀담아 듣는 것 같았습니다.

기자 :아무래도 북한을 떠난 것이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최근 소식을 듣게 됐을 텐데 마음이 어땠습니까?

정진화 :네. 저는 안타까웠던 것이 장마당이 활성화 되고 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달라진 것이 아니고 굉장히 거칠어 졌다고 느꼈던 것이 옛날에는 간부로 일하다 퇴직해도 해당하는 직책을 불러주면서 존경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간부가 퇴직해서 사회에 나오면 그날로 용어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호칭이 없고 너나 나나 이젠 다른 것이 없지 않는가 하면서 한국 식으로 하면 야자타임이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분이 그런 말을 했어요. 한국에 와서 보니 모든 것이 너무 차이가 나서 자꾸 북한 생각이 더 나는 것 같다. 우리는 지도자가 3대에 이를 때까지 계속 충성한다. 우리는 언젠가는 잘살 것이다. 이런 말들만 해왔는데 변한 것이 너무 없다는 겁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두만강 가에서 빨래 하는 사람들, 우물에 가서 물길어 오는 것 이런 것은 우리가 있을 때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지금도 그렇게 산다고 하니 너무 안타까운 거에요.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 주시죠.

정진화 :네. 요즘 텔레비전에서 '육남매'라는 드라마를 합니다. 한 엄마가 남편없이 여섯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앉아서 밥 시간 기다리고 늘 배가 고파서 남의 밥그릇 쳐다보고 하는 장면들이 볼수록 북한에서 살던 우리집 모습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남한의 1960~70년대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아직도 그런 모습이니까. 답답한 겁니다. 언제면 북한주민들이 잘 사는 날이 올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남한생활 1년밖에 되지 않은 탈북민을 만나서 느꼈던 감정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정진화, 진행 이진서 에디터,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