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안녕하세요?
정진화 :네. 기자님. 안녕하세요?
기자 : 남한에서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 당일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정진화 :네. 지난 3월 9일 아침 6시부터 전국의 투표장에서 동시에 시작됐고요. 이번에는 코로나 19로 건강이 안 좋으신 분들도 많아서 다른 선거보다 1시간 30분 연장된 저녁 7시 30분에 투표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선거 날이라고 해서 북한처럼 거리에 방송차가 다니면서 음악을 틀어놓고 선동 방송을 하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옷을 단정히 입고 아침 일찍부터 줄지어서 투표장으로 가는 모습도 볼 수 없습니다. 남북한 선거 제도에서 다른 모습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전선거 제도입니다. 선거당일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36.93 %를 기록했습니다.
기자 :전체 투표율이 70%가 넘었다고 하는데 안 하는 분도 있잖습니까?
정진화 :네, 남한에서도 선거일은 공휴일 그러니까 휴식일 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리 투표를 하는 사람들은 투표 당일에 어디로 놀러 가거나 그날에 회사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군인도 대부분 사전투표를 합니다. 그리고 일은 없어도 선거 자체에 큰 관심이 없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자 :내 권리지만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을 강제로 하게 할 수는 없죠.
정진화 :네, 맞습니다. 선거는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북한과는 전혀 다른 모습 입니다. 탈북민 가운데는 중국에서 돈을 벌다가 북한에서 선거를 한다고 하면 북한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선거는 중요했고 선거에 이유 없이 참여 안 하면 반역자로 몰려 정치범수용소로 가야 하는데 남한에는 그런 법이 없습니다. 자기가 원하면 할 수도 있고 이번처럼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도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이 없으면 투표를 안 하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자 :한번 대통령에 선출되면 5년동안 행정부를 이끌게 되는데요. 당선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정진화 :아. 저도 그렇고 많은 탈북민들이 대통령 당선인에게 탈북민들을 위한 여러가지 정책을 발표해 달라고 했었습니다. 거기에는 2016년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재단을 조속히 설립하겠다는 약속과 탈북민 정착지원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약속이 있었습니다.
탈북민 정착지원제도 전면 개편에는 탈북민 중 어려운 가구에 대한 지원체계를 보강하고 탈북하는 과정에 생긴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한정착 초기에 집중해서 지원을 하면서 취업과 개인 창업 또 영농 교육에 대한 지원 폭을 크게 늘이겠다고 했습니다.
기자 :앞으로 여러 정책이 바뀔 것으로 기대해도 되겠군요. 그 외는 없었습니까?
정진화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일은 당선인께 한 탈북민의 사연을 전달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일입니다. 강원도에 정착한 탈북민이 당선인께 코로나 때문에 남한에 입국하지 못하고 중국에서 고생하는 부모님과 많은 탈북민들을 중국 정부와 협력해서 하루빨리 남한으로 데려오게 해달라는 내용으로 편지를 올렸습니다. 정말 전국을 누비며 하루 24시간 선거유세를 하는 당선인께서 그 편지를 전달했는데 직접 읽어 봤다고 비서진이 전해주었습니다.
기자 :당선인이 후보 시절 정책도 발표하고 편지도 받았다는 말이군요. 정진화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정진화 :제가 남한에 온 후 여러 번의 선거가 있었습니다. 이번과 같은 대통령 선거는 대선,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해당하는 국회의원 선거는 총선이라고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마지막까지 경합으로 간 두 후보가 불과 0.7%의 근소한 차이로 당선자가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선거는 밤 12시가 되면 대체로 윤곽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다음날 새벽 4시가 넘어서야 확정이 되었습니다.
기자 :북한하고는 다른 점이 되겠군요.
정진화 :그렇습니다. 북한은 조선로동당이 유일 당이니까 후보자들 간의 경쟁이란 말도 모르고 오직 찬성만 하니까 낮 12시만 되면 100% 참가에 전원 찬성의 결과가 나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형식적인 선거를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남한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후보로 나오고 싶은 사람은 일정한 조건만 충족 시키면 다 나올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대통령 당선자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엄청 많았는데 연령대에 따라서 그 사항이 다르고 지역에 따라서 그 요구가 다릅니다. 북한주민들도 지도자에게 자신이 뭘 원하는지 요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기자 :탈북민의 선거 참여는 어땠습니까?
정진화 :북한에서 선거는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고 배워서 그런지 대부분 잘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선거 참여율이 60%, 70%라고 하면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선거도 북한과 같은 100퍼센트 참여에 전원 찬성 투표가 나오는 선거는 없더라고요. 사실 외국인들도 북한의 선거가 무슨 선거냐 하고 웃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저도 어느 후보가 우리를 위해 더 좋은 공약을 내는지 보고 결정을 합니다.
기자 :대통령 선거 전에 거리유세도 하지만 텔레비전 공개토론도 하는데 보셨나요?
정진화 :네, 저도 봤습니다. 이번에는 14명이 나오긴 했지만 지지율이 높은 4명의 후보자가 나와서 질문도 하고 비판도 하면서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후보들이 공약을 제시하고 그것을 놓고 후보들이 토론을 했는데요. 제가 처음 왔을 때는 거리유세를 했는데 요즘은 그런 것은 거의 없어지고 대신 거리에 후보 사진을 붙여놨습니다. 여기엔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도 있는데 공약을 말하고 지지를 호소하는데 북한에서는 상상을 못하는 일이죠. 앞으로는 이런 텔레비전 토론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 주시죠.
정진화 :네. 2022년 3월에 다시 대한민국을 5년간 이끌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많은 국민이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대통령에게 부탁했고 대통령도 국민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3만 3,700여명의 탈북민 모두가 행복한 세상, 5천여만의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행복한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최근 있었던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정진화, 진행 이진서 에디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