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역, 100년 역사를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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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안녕하세요?

정진화: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이제 봄이란 것을 피부로 느끼는데요. 요즘 남한 거리의 풍경은 어떻습니까?

정진화: 네, 요즘은 가는 곳마다 벚꽃이고 온갖 종류의 꽃이 다 피었습니다. 지금 여의도에는 벚꽃 구경으로 아침저녁으로 사람들이 엄청 많을 때인데 코로나 때문에 추첨제로 해서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뉴스를 보니까 하루에 몇 명씩 추첨을 해서 1시간 반씩 돌아보는 코스를 만들었다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정진화: 네, 얼마 전에 경북 경주에 다녀왔는데 제가 강의를 갔던 학교에서 버스로 1시간 가량 달리면 경주역전이 나옵니다. 그런데 기차역 안의 모습이 하나의 전시관처럼 많은 역사적 자료가 진열돼 있는 거예요. 원래 경주는 신라의 도시이고 관광도시라 처음에는 무심하게 봤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까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경주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전할까 합니다.

기자: 기차역 안을 전시관처럼 해봤다고요? 그 중에서 어떤 것이 기억에 남습니까?

정진화: 경주역에서 제가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1910년부터 지금까지 경주역의 역사가 전시돼 있더라고요. 1910년이면 일제 강점기인데 그때부터 경주 역 직원들이 해마다 신년초에 찍은 단체사진도 있고 역 귀빈실에는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 귀빈자들의 소감문을 써놓은 책자가 진열돼 있었습니다. 거의 100년이 넘었으니까 정말 중요한 자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 보통 기차역들이 지역의 관문이기 때문에 지역을 소개하는 안내문이 다 있지 않습니까.

정진화: 맞아요. 다른 역전에 가도 우리 역에서 내리면 중요한 곳은 어디고 가 볼만 한 곳은 어디고 이렇게 소개하는 안내판은 있습니다. 그런데 경주 역에도 그런 안내문도 물론 있는데 그 제일 중앙에 있는 것이 경주역의 역사를 담은 진품명품이란 코너였습니다.

기자: 소중한 자료다. 이런 말인데요. 진품명품에는 어떤 것을 소개하고 있습니까?

정진화: 1910년에 찍은 경주역 사진도 있고요. 일제 강점기라서 일장기를 들고 역 직원들이 찍은 사진 등이 있더라고요.

기자: 철도 이용자들이 타고 내리는 역 건물을 전시관처럼 꾸며 놨다면 규모도 다른 기차역보다 큰 것인가요?

정진화: 경상도나 전라도 쪽에 가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처럼 신식 건물이 아니라 옛날식 고풍스런 한옥의 건물이 많거든요. 전주역도 그렇고 남원역도 그렇고요. 경주역도 기와를 올린 건물인데 크기는 다른 역사과 비교해 크지 않은데 그 안에 있는 내용은 다른 기차역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고급스럽고 자료의 분량이 많았습니다.

기자: 건물 규모도 다른 기차역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그 많은 자료를 전시한다는 것이 놀라운데요. 자료량이 엄청나게 많지 않습니까?

정진화: 해마다 찍은 사진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사진을 다 올리면 엄청난 분량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10년마다 시간대를 둔 사진, 김동리 소설가나 유명인사가 와서 소감문을 쓴 것은 사진을 찍어 놨고 벽에 액자로 해서 걸어놨습니다.

기자: 아무래도 북한에서 열차를 타고 다니는 일을 해서 관심이 더 많이 갔던 거군요.

정진화: 그렇죠. 기차역사로 들어가는 앞에 공원에 보면 관광 안내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가 진짜 관광객이 많은가 보다 하고 역사 안으로 들어갔는데 제가 북한에서 기차를 타는 일을 하다 보니 역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뜻밖에 경주역에서 본 역사 자료는 북한이나 한국을 통틀어 경주역에서만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열차를 타고 여러 지방을 다녔고 했기 때문에 많이 비교가 되셨을 텐데 이런 것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없었습니까?

정진화: 저는 그런 아쉬움은 없고요. 북한에서 철도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북한도 이런 식으로 자료를 만들어놨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생각을 해봤어요. 왜냐하면 어떤 내용이 경주역에 있었는가 하면 경주역의 연혁을 기록한 책자가 있고 1년 이용자로 해서 벌어들인 수입이 얼마인가 하는 내용도 있고 연도별로 한국 철도수입에 대한 자료도 있는 겁니다. 이런 것을 보면 철도 박물관이 아닌가 하고 신선하게 느껴졌고요. 저희도 함흥에 있을 때보면 역이 단층집이었는데 큰 도시에 어울리는 역 건물이 아니라고 해서 1970년 중반에 폭파를 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거든요. 지금 건물은 2층 건물로 화려하고 크지만 거기에 옛날 함흠역이 어떤 모습이었다. 이런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북한에는 지금까지 온 사실적 역사가 없는 것이 아쉽게 생각이 됐습니다.

기자: 다른 사람들 보다는 아무래도 기차역에 관심이 많이 갔던 이유가 북한에서 열차방송원을 오래 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정진화: 그렇죠. 경주역을 저처럼 버스를 타고 와서 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말 경주 관광이 목적인 사람도 있을 것인데 어떤 경우든 경주역에서 지역 정보를 모두 볼 수 있고 경주역에도 이런 깊은 역사가 있구나 이 기차역이 1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역이구나 하는 것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았습니다.

기자: 보통 열차 이용자를 위해서 역에는 기차 여행 중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곳도 있는데 그런 편의 시설도 잘 돼있었습니까?

정진화: 요즘에는 어느 역을 가도 그런 것은 기본으로 있습니다. 경주역 안에도 커피나 차를 파는 가게가 있고요. 경주라고 하면 굉장히 유명한 빵이 있습니다. 경주빵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그런 것을 생과자라고 옛날에는 불렀는데요. 밀가루로 구운 빵인데 안에 팔을 넣은 겁니다. 경주빵은 정말 한국에서 역사가 유명한 빵인데 역에서 팔고 있었고요. 역 건물에서 나가서 5분도 안 되는 곳에 성동시장이라고 해서 경주 어르신이 모두 나와있는 시장도 있고 해서 주변을 돌아봐도 그렇고 기차를 기다리는 1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기자: 역사 박물관처럼 꾸며진 경주역. 이제 정리를 해주시죠.

정진화: 네, 한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경주역에 도착했고 오는 구간에는 벚꽃이 한창이라 정말 아름다운 꽃 동굴을 지나온 느낌이었고 경주역에 도착해서 1시간 열차시간을 기다리면서 둘러본 경주역은 말 그대로 한국 철도 역사를 담은 하나의 전시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철도의 역사를 보시려면 경주역에 가보시라고 소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경상북도 경주 기차역 건물에 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