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정부의 재난지원 정책을 보면서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한 가게에 붙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 문구. 전 국민의 약 88%가 1인당 25만원씩 받는 상생 국민지원금은 작년 긴급재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동네 마트, 식당, 편의점 등에서 쓸 수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한 가게에 붙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 문구. 전 국민의 약 88%가 1인당 25만원씩 받는 상생 국민지원금은 작년 긴급재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동네 마트, 식당, 편의점 등에서 쓸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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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 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정진화: 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상황이 지속되면서 남한에서는 벌써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정부정책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재난 상황에 대한 정부정책"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기자: 네, 재난지원금이라고 하면 무엇을 말하는 것이지 예를 들어 주시겠습니까?

정진화: 네, 재난상황이라고 하면 산불 피해도 있고요. 많지는 않지만 지진 피해, 바다에서 일어나는 해일 피해나 강풍 피해 그리고 요즘처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많은 비가 쏟아지는 큰물 피해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자연재난에 의한 피해인데 그런 대규모의 피해가 발생하면 국가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대책을 세워주고 피해지역과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한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겁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러면 이번에 정부에서 한다는 재난지원금은 1인당 얼마나 되는 겁니까?

정진화: 네. 대한민국 정부는 1인당 재난지원금을 25만원씩 지원한다고 발표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남한은 아무리 대통령이 있다고 해도 대통령 혼자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제한이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재난지원금 협의도 국회(북한 최고인민회의)와 정부 그리고 집권여당인 더불어 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 힘 등이 다 함께 참가하여 여러 차례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 통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자: 25만원이면 미화로 200달러가 조금 넘는데 매달 이렇게 준다는 말인가요?

정진화: 아니요. 매달 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벌써 네 차례나 대한민국 정부는 가계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나 생활이 어려워진 국민들을 상대로 지원금을 주었습니다. 1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었는데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자: 큰돈은 아니라고 느껴지는데 정부정책에 대한 반응은 어떤 가요?

정진화: 맞습니다. 사실 코로나 19로 어려운 자영업자들도 속출하고 많은 사람들의 경우 취업 그러니까 직장을 얻기도 힘들다고 하니까 그런 정책들이 다 포함되어서 될수록 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원금이 돌아가게 하자고 논의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응은 굉장히 좋습니다.

기자: 남한생활 하면서 이런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양한 정부지원을 보면 북한에서 살 때랑 많이 비교가 되겠어요?

정진화: 그렇죠. 남한은 지금 휴가철입니다. 다른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요즘은 장마철 갑자기 내린 폭우로 물놀이를 간 사람들에게 피해가 있을 것을 대비해 중앙은 중앙대로 그리고 지역은 지역대로 모든 국민들에게 문자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손전화기에 문자를 발송하는 건데요. 저도 얼마 전에 강원도 홍천에 물놀이를 다녀왔는데 양양과 가까운 지역이라서 그런지 홍천 군청에서 보낸 문자도 오고 또 양양 군청에서 보낸 문자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이런 문자 서비스는 정말 아무 준비 없이 휴가를 떠났거나 위험상황이 닥쳐오는 데도 그것을 모르고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지역 관공서에서 어떤 문자를 보냈다는 겁니까?

정진화: 그날 문자에는 폭염(엄청 무더운 날씨)이 계속되지만 양양 지역이나 홍천 지역은 기습적 폭우 예보가 있으니 물놀이하시는 분들은 주의를 기울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자: 최근에 강원도 지역에 내린 폭우로 계곡에 물이 불어나서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봤는데요.

정진화: 맞습니다. 그래서 놀러 갔다가 갑자기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119 구급대원들이 늘 대기상태에 있어서 전화로 112 문자만 누르면 바로 재난상황실에 전달이 되고요. 헬리콥터(직승기)가 와서 외딴섬이나 골짜기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출해줍니다. 재작년에는 제가 사는 아파트 옆 강이 며칠 동안 내린 비로 안전수위까지 물이 찰 위기에 처했는데 24시간 경찰들이 오가는 차량을 통제하고 길거리 안내판에도 강의 수위가 몇 미터라고 알려주는 빨간색 문자가 오가는 사람들이 잘 볼 수 있게 밝혀져 있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북한에서 살 때와 비교를 하면 어떤 가요?

정진화: 사실 저는 고향에 살 때와 많이 비교를 하는데 며칠 전에도 텔레비전에서 함흥에 폭우로 주택가가 침수되었다는 영상을 내보내는데 그냥 침수가 아니고 동네 전체가 물에 완전히 잠기고 지붕만 약간씩 보였습니다. 한눈에 봐도 피해가 너무 커서 처참한 모습이었는데 어떻게 정부가 대처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의 이런 재난은 매번 반복이 된다는 말입니다.

기자: 함흥이라면 정진화 씨의 고향이라 더 놀랐겠어요.

정진화: 사실 함흥시에는 주민들의 식수 겸 공업용수로 이용하는 성천강이라는 큰 강이 있습니다. 재작년에도 중국과 가까운 국경지역인 함경북도 회령 등지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고 알려졌고 그 전에는 황해도 지역도 똑 같은 상황이라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지금 북한사람들은 다른 재난이 아니더라도 사는 것 자체가 재난이 아닙니까? 그런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부는 지시만 내리고 모든 건 인민들 몫이니 남과 북, 왜 이렇게 사람 사는 모습이 다른 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네. 그리고 정부 지원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재해 지역에 봉사활동도 가고 하지 않습니까?

정진화: 맞습니다. 저의 아들도 요즘 코로나 때문에 헌혈하는 사람이 줄었다고 하면서 며칠 전에 헌혈을 하고 왔어요. 그런데 그건 전적으로 누구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행동이에요.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돕자는 마음에서 대기업부터 개별적인 사람들까지 많은 돈도 후원하고 식품을 비롯한 여러 가지 후원 물품을 가지고 직접 재난 현장을 찾아가기도 하구요. 지난 기간 여러 재난 현장에 저도 그렇고 우리 탈북민들도 자원봉사자로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기자: 남한을 포함해서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이 많이 이루어지죠.

정진화: 네, 대한민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건 모든 것이 사람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엄청 잘 되어있지 않습니까? 또 그런 것들이 잘 되어있지 않으면 국민들이 정부에 요구를 하구요.

기자: 최근에 북한 소식 들은 것은 없는지요?

정진화: 네, 작년에 북한을 탈출한 친구가 있는데 정부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 먹고 사는 걸 제발 가만히 둬두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이야기인가 하니 이젠 배급도 없죠. 치약, 칫솔, 빨래비누 같은 생필품 공급마저 없고 정말 인민들이 다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가는데 평양에다 뭘 짓는다고 시멘트 내라, 철강재 내라, 유리 내라 심지어 식량 바쳐라, 돈 바쳐라 이런 부담은 주지 않으면 살 것 같다는 거였습니다. 이번 폭우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 가족에게도 정부차원에서는 아무런 위로도 없을 건 뻔합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주시죠.

정진화: 지금 남한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예방접종은 예방접종대로 실시하면서 코로나로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나 영업에 피해를 받은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4차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주민들은 어떤 피해를 당해도 '정부의 재난지원금' 이런 말조차 모르고 산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북한도 코로나로 또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인민의 생활을 챙겨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남한 정부의 재난대책에 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참여 정진화,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