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오늘은 추석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남한에서 보내는 추석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고요.
정진화: 오늘은 해마다 맞는 추석이지만 제가 한국에 와서 18번째 맞는 추석인데 시간이 자꾸 흐르다 보니까 추석의 느낌도 바뀌는 것 같아서 추석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자: 남한에서 맞은 첫 추석은 어땠습니까?
정진화: 저는 첫해 맞이한 추석은 합심센터라고 탈북자가 남한입국 하고 하나원에 들어오기 전에 검증하는 기관이 있어요. 탈북자가 맞는지 검증하는 기관인데 그 안에서 첫 번째 추석을 맞았습니다. 지금처럼 자유로운 이런 것은 없었지만 한국에 와서 처음 맞이한 추석이다 보니까 그 안에서도 저희들한테 차려지는 음식 그리고 텔레비전으로 보는 추석의 정경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모습이어서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기자: 어떤 것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까?
정진화: 기억에 남는 것이 북한에서는 추석도 그렇고 명절이라고 하면 평소에 먹지 못하는 귀한 음식을 먹는 날로 기억이 되잖아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추석에는 이것을 먹어야 한다. 설날에는 이것을 먹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명절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더라고요. 제가 한국에 와서 느낀 것인데 기억에 남는 것이 언론에서 추석이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이러는 거예요. 추석을 맞아 고향길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저는 그 문장을 처음 들었을 때 굉장히 놀랐어요. 일단 북한에서는 추석을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지 않고요. 김부자 생일에만 붙이는 특별한 용어입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란 표현을 쓴다는 것에 굉장히 놀라웠고 또 추석에는 송편을 먹어야 한다는데 북한에서는 정말 한민족의 5천년 역사라고 하지만 그 사이 너무 잊혀지고 그런 말이 사라졌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것은 없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은 송편이다. 이렇게 말해서 놀랐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먹던 송편과 남한에서 먹은 송편 맛이 다르던가요?
정진화: 솔직히 제가 39살에 한국에 왔는데 정말 오랫동안 고향에서 먹던 음식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던 입맛에 맞는 음식이 있잖아요. 북한에서는 송편이라고 하면 팥이나 콩으로 압축되는데 한국 송편은 그 종류가 너무 많아요. 콩도 종류가 많고요. 그리고 팥도 북한에서는 껍질을 벗겨서 하는데 한국의 송편은 팥을 정말 정교하게 갈아서 껍질을 분리해서 만들어서 신기했고 아무튼 북한에서 먹던 송편과 한국의 송편은 많이 달랐습니다.
기자: 어떻게 다르다는 말씀인지…
정진화: 맛으로 비교한다면 한국에서는 콩이 북한에서는 전혀 먹지 못했던 것이라 제 입맛에는 뭐 맛있다. 이런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기자: 그러니까 남한 송편 맛이 별로였다는 거네요.
정진화: 북한에서 저희가 입에 길들여진 그런 음식과 거리가 있는데 아무튼 한국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오랫동안 그런 음식을 먹다 보니까 한국 분들과 저희가 똑 같은 그릇에 북한송편 남한송편 이렇게 차려 놓으면 서로가 서로에 대한 그런 음식에 대한 평이 좀 다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기자: 추석날은 송편 말고도 참 많은 음식을 준비하지 않습니까.
정진화: 여기는 워낙 모든 것이 흔한 나라다 보니까 갈비도 먹고 삼겹살도 먹고 서로 주고받는 선물도 많잖아요. 특히 잣, 아무래도 가을이다 보니까 밤, 땅콩, 잣, 대추 이렇게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그런 것들이 많고요. 또 추석에는 조상들한테 차례상을 차리잖아요. 거기에 놓이는 음식을 보면 수십 가지입니다.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음식이어서 모든 것이 풍족한 나라 또 어떤 것이든 마음 먹으면 내가 조상한테는 진심으로 상을 받친다. 이런 말을 하는 데 차례상을 차리는 것이 집집마다 좀 다르겠지만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도 고기는 어느 곳에 놓고 과일은 어디에 놓고 이런 식으로 북한에서는 저희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옛날부터 내려오는 풍습에 따라 정해져 있고 이런 것을 모른다고 하면 인터넷을 찾아볼 수 있어서 감탄을 합니다.
기자: 개인적으로 저는 후식으로 먹은 한과나 약과 이런 것이 참 좋았는데요.
정진화: 후식이라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저는 북한에 남동생이 맏아들이라고 해서 차례상은 양쪽에서 지내지 않는다는 풍습이 있어서 그래서 저는 여기서 차례상을 보지 않는데 항상 옆집에서 차례상을 지내고 나면 이웃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면 좋다고 이웃집 할머니가 항상 챙겨 주세요. 거기 보면 부침게도 있고 과일도 있고 떡도 있고 생선도 있고 정말 다양한 음식이 있는데 요즘은 그런 음식을 집에서 만드는 집도 많지만 대신 준비해 주는 전문 업체들도 많습니다.
기자: 차례 지내고는 식구들끼리 음식 나눠먹고 그러는데 그 다음은 뭘 하죠?
정진화: 하루 종일 먹는 거죠. 그런데 이번에는 추석이 주말이 끼었어요. 그래서 길게 쉬는데 솔직히 음식을 먹고 배부른 사람이 뭘 하겠습니다. 요즘은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휴대폰 게임에 빠져있지 않습니까? 뉴스도 보고 게임도 하고 심지어 영화도 휴대폰으로 봅니다. 그래서 집집마다 휴대폰이 생긴 다음에는 가족 사이에 대화도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설날이나 추석처럼 가족이 다 모일 때는 될 수록이면 대화를 하는 풍경이지만 아무래도 음식상을 물린 다음에는 휴대폰에 빠져있지 않나 그렇게 봅니다.
기자: 뉴스를 보면 이번 추석은 주말을 끼고 길어서 많이들 여행을 가는 것 같더라고요.
정진화: 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1년동안 자유를 구속돼서 지내다 보니까 답답한가 봐요. 그래서 강원도도 그렇고 타 지역들에 유락시설이 많은 곳은 이미 예약이 완료 됐다는 뉴스도 나오고요. 텐트를 치고 야외에 나가서 가족끼리 노는 사람도 많고요. 지금은 어떤 명절이든지 외부에 나가서 가족들과 함께 노는 풍경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올 추석은 정진화 씨는 어떻게 보내실 겁니까? .
정진화: 저희 아파트에도 다른 때는 잘 모르겠지만 추석이나 설에는 타 지역에서 부모님을 보러 오는 자식들이 많이 와서 주차장이 야유가 없이 빽빽합니다. 그런 모습이 올해 추석에는 좀 없는 것 같아서 아쉽고요. 솔직히 추석은 탈북자들에게는 좀 서러운 명절이죠. 다 가족을 찾아서 지방에도 가고 서울에도 올라오고 하는데 탈북자들은 대부분 혼자 온 분들이 많아서 어디 특별히 갈 곳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친구들 엄마 3명이 모이는데 한 엄마가 순대도 할게 송편도 빚을게 애들끼리 만나 본지도 한참 됐으니까 보자고 해서 아들하고 광명으로 가는데 모든 사람들이 이번 추석에도 그렇지만 어쩌다 모이는 이런 기회를 통해 돈독한 가족애를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남한에서의 추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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