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열차 방송원의 남한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오늘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가을 운동회 입니다.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이번에 실향민들의 체육행사에 다녀오셨다고요?
정진화: 네, 북한에서도 해마다 10월 둘째주에는 각 공장, 기업소, 학교별로 가을철 체육대회가 열리는데 여기 서울에도 10월이면 이북5도민 체육대회가 열립니다. 오늘은 이북5도민 체육대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기자: 이북 5도민 회는 어떤 단체죠?
정진화: 이북5도는 1945년 8월 15일 광복 당시 북한의 행정구역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평안도, 황해도, 함경도, 강원도 그리고 경기도를 말합니다. 북한사람들에게는 경기도만 내놓고 다른 도들은 다 아는 지명입니다. 현재 북한의 개성지역은 광복 이전에 경기도 지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지금의 개성이 예전에는 경기도란 이말씀이죠.
정진화: 네, 이렇게 8.15광복 전후와 1950년 한국전쟁(북한에서는 조국해방전쟁) 이후에 북한에 고향을 두고 남한으로 내려온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행정기구가 바로 이북5도위원회입니다. 한국에서는 천만 이산가족이라고 하는데 이산가족 1세 다시 말하여 실향민들이라고 부르는 이분들은 북한에 고향을 둔 분들은 이제 고령이 되어 현재 생존해 계시는 분들은 5만 3천여 명밖에 안 됩니다. 북한주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남북이산가족상봉에는 매번 남북의 합의에 따라 제한된 200여명만 참여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1세 분들이 가장 참석할 기회가 많지만 1세 분들은 고령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런 집 들에서는 2세, 3세가 대신 나가는 집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체육대회에는 2000년대부터는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체육대회는 올해로 37번째 열리고 있습니다.
기자: 탈북자분들이 이 단체 운동회에 참가를 하고 계신다고요?
정진화: 네, 1990년대 중후반부터 북한을 탈출한 분들이 많았고 현재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3만 5천만명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부터는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도 이북5도위원회 초청을 받아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각도 시군별로 자기 고향이면 스스로 찾아가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기자: 예전에는 탈북자와 실향민 자리를 따로 했다가 이젠 하나가 됐다는 말이군요.
정진화: 네 처음 저희가 갔을 때는 저 같은 경우 함흥이니까 예전과 다르지 않아 찾기 쉬웠는데 일부 탈북민은 자기 고향에 대해 낯선겁니다. 왜냐하면 분명 함경도라고 썼는데 혜산, 풍산 등 지금 북한에서는 양강도에 속하는 지역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기자: 탈북자는 예전 자신이 살던 곳과 행정구역이 달라 혼란스러웠단 말이군요
정진화: 특히 지금은 北강원도 소재지인 원산도 그 행사장에서는 함경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북5도위원회에는 경기도와 강원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미수복지구라고 되어있는데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는 쉽게 말하면 전쟁 후 통째로 북한지역이 되었고 경기도와 강원도는 南과 北으로 갈라졌기 때문입니다.
기자: 실향민들이 서울에만 사는 것이 아니고 전국에 사는데 모이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정진화: 이북5도위원회는 전국 각 지역에 지부를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1년에 한번씩 모이는 전국 행사이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오시더라고요. 강원도 원주에서는 버스 5대로 150여명이 왔는데 고령자분들은 버스로 오시는 것이 힘드니까 자가용으로 오시는 분도 많습니다.
기자: 모여서 체육행사만 하고 끝나는 것은 아닐텐데요.
정진화: 아닙니다. 국무총리도 참석을 하는데 먼저 1년 간 이북5도민으로서 공을 세운 분들에게 무궁화 훈장과 대통령 표창을 비롯하여 많은 상장과 표창이 수여됩니다. 제 2부행사가 체육경기입니다. 남북한이 분단되어 달라진 모습은 경기종목에서도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축구, 줄다리기(북한 줄당기기), 100m. 400m 달리기, 발목 묶고 달리기 등 집단경기가 기본입니다. 종목에서는 남북이 거의 비슷하지만 북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류탄 던지기 종목은 남한에는 없습니다.
기자: 이런 행사한번 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모이는 겁니까?
정진화: 엄청나게 많습니다. 저희 함흥시는 제일 규모가 작고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황해도입니다. 2000년대부터 탈북민이 참여하면서 커진 도가 함경북도입니다.
기자: 행사가 있는 날은 전국에서 수 천명이 모인다는 말인데 식사문제는 어떻게 해결합니까?
정진화: 도시락이 전부 공급됩니다. 체육대회 당일에는 전국에 사는 이산가족들이 지역별로 버스를 타고 서울에 있는 효창운동장으로 모입니다. 자가용 승용차는 주차를 제한할 정도로 많은 차량이 몰리고 지하철이 통과하는 효창운동장역은 정말 하루 종일 발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로 붐빕니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실향민들이 명태 식혜, 가자미 식혜(가재미식혜)를 비롯해서 예전에 고향에서 먹던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행사장 안에서는 탈북민들이 지금 북한주민들이 먹는 순대, 두부밥, 인조고기 등을 만들어 시식행사를 하기도 하고 팔기도 합니다. 아무튼 1년에 한 번씩 만나니까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특히 저희가 가슴아픈 것은 작년에 본 사람이 올해는 안보이시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니 가슴이 아프죠. 앞으로 우리 이산가족 5세가 아직 태어나진 않았지만 5세가 태어나기 전에 통일이 돼서 이북 5도민들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전체국민이 모여서 지역별로 치루는 행사를 하는 풍경이 마련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열차 방송원의 남한이야기. 오늘은 매년 10월 남한에서 열리는 이북 5도민 체육대회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