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겨울나기 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정진화: 네, 이번 주부터 좀 추워지긴 했지만 대한민국은 아무리 추워봐야 북한과 비교하면 제일 따듯한 날씨 정도입니다. 그래서 겨울나기 준비라고 해봐야 가벼운 내의나 솜동복 정도고요. 그래도 겨울이라고 하면 마트나 슈퍼 같은 곳에서는 창문이나 문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막는 문풍지도 팔고요. 장판을 대신하는 전기장판(전기매트)을 많이 이용했었는데 요즘은 전기가 인체에 해롭다고 물을 사용하는 온수장판(온수매트)이 대세입니다.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정진화: 네. 오늘은 아들이랑 오랜만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기자: 제주도는 국내 사람도 많이 가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가는 관광지가 아닌가요?
정진화: 맞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해외에서 여행객이 들어오지 못하다 보니 대한민국 사람들만 온다고 하는데도 엄청 사람이 많았습니다.
기자: 제주도는 처음 가신 건가요?
정진화: 아닙니다. 몇 번 갔었는데요. 처음 갔을 때는 제주도는 육지와 떨어진 섬이라는 생각만 했을 뿐 북한에 있을 때도 그렇게 아름다운 이국적인 모습일 거라고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제주도는 한반도 제일 남쪽에 있는 큰 섬이라 항상 더운 곳으로 남방에서나 볼 수 있는 열대 나무들이 공항에 내리면 바로 볼 수 있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기분이 들게 했습니다.

기자: 섬이다 보니 배나 비행기로 가야 하는데 요금이 비싸지 않나요?
정진화: 아니요. 예전보다 정말 많이 눅어(싸다)졌습니다. 그게 전에는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편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제주공항으로 운항하는 항공사들이 많아서 그만큼 가격이 내려갔고 한두 달 전에 예약을 하면 싸게 살 수 있으니 이용객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혜택을 받는 겁니다.
기자: 서울에서는 제주도까지 비행기로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정진화: 네. 시간은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되지만 아무래도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다 보니 짐이 많아요. 그래서 미리 나가는 겁니다. 그런데 표를 검사 받고 비행기에 오르려면 신분증을 표와 같이 보여야 하는데 이번에 새로운 방식이 도입된 걸 봤습니다. '바이오' 등록이라고 해서 신체의 일부분을 등록하면 신분증을 검사 받는 순서가 간소화되는데 오른손목을 등록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이오 등록은 대한민국 국민에게만 해당되는 혜택인데 바이오 등록자는 길게 줄을 서지 않고 그냥 통과하도록 출구가 따로 있어서 너무 편리했습니다.
기자: 지문 등록이 아니고 손목이라고요.
정진화: 옛날에는 신분증을 대신 한다고 하면 지문을 찍었는데 어떤 사람은 일을 많이 하다 보면 지문이 없어지는 사람도 있잖아요. 저희도 보면 가끔 설거지를 하고 찍으면 지문이 금방 안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바이오는 동맥을 등록하는 거에요. 그래서 손가락을 펴고 손목까지 해야 등록이 되는 겁니다. 지문등록하고는 좀 달랐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러면 이번에 다녀온 곳은 어디인가요?
정진화: 네. 전에는 성산 쪽에 다녀왔지만 이번에 2박3일이라 하루는 애월읍, 하루는 조천읍에 다녀왔습니다. 애월은 공항에서 보면 오른쪽 방향, 조천은 왼쪽방향 이었는데 숙소가 제주시내 호텔이라서 두 곳 다 다니기에도 부담 없었습니다.

기자: 아무래도 제주도 현지 정보가 없으면 좋은 구경을 하기 힘든데요. 누구 추천을 받았습니까?
정진화: 네. 제주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는데 택시 기사님이 알려주었습니다. 요즘은 새로운 관광지가 많이 생겼는데 특히 소문은 안 났지만 정말 좋은 곳들이 많다고 알려줬어요.
기자: 현지인만 아는 그런 곳이 중요하죠.
정진화: 맞습니다. 그리고 그런데 가면 알려진 곳이 아니라 가격도 싸고요. 제주도는 외국인도 많이 가는 국제적 관광지다 보니 기사님들이 안내원 역할을 하는 겁니다. 택시가 하루 일당 13원만 드리면 저희가 가자는 곳은 다 간다는 겁니다.
기자: 제주도에서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입니까?
정진화: 그래서 간 곳이 제주 레포츠랜드, 에코랜드 테마파크, 선녀와 나뭇꾼 테마파크, 산굼부리었고 애월읍 바닷가에서는 아들이 쪽배도 타고 바다를 따라 만들어 놓은 둘레길도 걸었는데 정말 아들도 좋아했고 저도 너무 좋아하는 곳만 골라 주신 것 같았어요.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이름만 들어서는 상상이 안 가는데 선녀와 나무꾼 이곳은 어떤 겁니까?
정진화: 네. 1970년대 이전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축소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북한 식으로 말하면 박물관인데 농쟁기, 우표, 음식, 방앗간, 인쇄소, 구멍탄(연탄), 우물, 옛날식 가정집 부엌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이 그대로 있습니다. 택시 기사님이 말하는데 박물관을 꾸릴 때 옛날 물건을 구입하느라 돈이 엄청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과거 생활에서 쓰던 물건을 모아 놓은 곳이 선녀와 나무꾼 이라는 제목의 공원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역사 박물관 같은 곳이군요
정진화: 네, 맞습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기자: 제주도하면 늘 따라다니는 말이 있는데요. 그런 것을 진짜 느낄 수 있었습니까?
정진화: 제주는 여자, 돌, 바람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런 말이 여전히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동문시장에 가보니까 요즘은 감귤 철이라 시장 전체가 감귤 빛이었습니다.
기자: 감귤이라고 하면 북한 분들이 아실까요?
정진화: 귤이라고 하면 알죠. 감귤로 만든 초콜릿부터 젤리, 감귤 색으로 뜬 모자, 손전화 장식품, 인형도 있고요. 바닷가이다 보니 물고기 회도 정말 눅었습니다. 그 외 생선으로는 옥돔이 유명하구요. 흑돼지, 말고기 요리, 그리고 돼지고기 국수가 유명했습니다.
기자: 옛날에는 제주도에서는 똥을 사료로 한다고 해서 제주도 똥돼지가 유명했는데요.
정진화: 지금 북한이 그런 식으로 돼지를 키우는데요. 돼지도 그렇고 말도 그렇고 개도 사료를 먹이잖아요. 지금은 똥돼지란 말은 없어졌고 대신 검정 돼지인 흑돼지 고기로 만든 국수가 유명합니다.
기자: 그렇군요.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 주시죠.
정진화: 대한민국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관광지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제주도는 그 이름만으로도 특별한 최고의 관광지입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물론 외국의 관광객들도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로 뽑히는 제주도를 북한주민들도 자유롭게 오가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제주도 여행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정진화, 진행 이진서 에디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