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땅이 보이는 강화제적봉 평화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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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안녕하세요?

정진화: 네. 기자님. 안녕하세요?

기자: 이제 아침에는 서리가 내린 것을 볼 수 있는데 서울은 어떤 가요?

정진화: 11월 초반에 잠깐 기온이 떨어졌고 아침과 저녁에 온도 차이는 뚜렷하지만 낮에는 아직도 가을날씨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기자: 그렇군요. 아침저녁으로 온도차가 심하면 감기에 걸리기 쉬우니까 감기 조심하시구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정진화: 네. 오늘은 제가 사는 지역에서 남한주민과 탈북민이 어울려 가을 소풍을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기자: 가을 소풍을 다녀오셨다고요?

정진화: 네.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이나 탈북민이 70명 이상 사는 지역이면 '북한이탈주민지역협의회'라는 기구가 꾸려져 있습니다. 이 기구는 구청(북한의 구역행정위원회)이 주최가 되어 자기 지역에 정착하는 탈북민들의 생활에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위원들은 구 의회 의원 그러니까 북한으로 말하면 구역대의원도 있고요. 탈북민들의 생활, 취업 등을 도와주는 기관 담당자들 그리고 지역의 유명 인사가 참여합니다. 지역협의회는 해마다 두 번 정기회의를 소집해서 탈북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사업도 수행하는데 일 년에 한번씩 워크숍을 조직합니다. 지역주민과 탈북민이 친목과 화합의 차원이기도 하고 일 년 동안 쌓였던 피로도 풀고 등의 여러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워크숍은 가을 소풍 겸 좋은 곳으로 여행 삼아 다녀왔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소풍은 어디로 다녀오셨나요?

정진화: 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속한 강화도입니다. 강화도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봐도 굉장히 유명한 곳인데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과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과 북한의 평양과 가깝고 한강과 임진강(림진강) 그리고 예성강(례성강)의 바다 쪽 출구를 막는 중요한 요충지 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고향인 저희들 입장에서는 남한의 어떤 지역보다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고향사람들의 생활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제일 마음에 와 닿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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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땅. /RFA Photo-정진화


기자: 강화도가 북한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라고 하셨나요?

정진화: 맞습니다. 남한에는 강원도 고성, 경기도 김포, 경기도 연천, 경기도 파주 등 여러 곳에 북한지역을 볼 수 있는 전망대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강화도가 가장 가까이에서 북한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2년전 추석에 강화 전망대에 다녀왔는데 그때 강 건너 북쪽에서 한복을 입고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적이 있습니다.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도 가끔 사람이 보이기는 하는데 들판에서 일을 하거나 동네서 걸어 다니는 모습이라서 강화 전망대에서 본 그 모습은 너무 신기했습니다.

기자: 강화도에서 보이는 북한은 어느 곳입니까?

정진화: 북한의 개성시, 황해남도 연안군, 배천군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개성도 마찬가지고 연안군이나 배천군은 일반 주민들은 특별 증명서 없이 들어갈 수 없는 민간인 통제지역이라 북한에서도 가보지 못했던 곳인데 남한에 와서 본다고 하니 기막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기자: 망원경을 이용하지 않고도 사람을 볼 수 있는 가까운 거리군요.

정진화: 흐리거나 안개가 낀 날이면 망원경으로 북한을 볼 수 있지만 이번에는 날씨가 좋아서 육안으로도 충분히 북한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남한과 마주한 곳이라 해서 그런지 북한 쪽 동네는 수십동의 문화주택을 줄을 맞춰서 건설해 놓은 모습이 보입니다.

기자: 북한에서 남쪽으로 보면 뭐를 볼 수 있을까요?

정진화: 북한 쪽에서 남쪽을 보면 일단 전망대가 보이겠죠. 전망대는 산 위에 있는데 타원형식 건물입니다. 그리고 전망대 옆에는 기념탑이 있습니다. 그리운 금강산이라고 실향민의 아픔을 전하는 노래탑 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남북이 갈라진 민통선 지역에 가면 철조망이 있는데 그것이 보일 것이고 아무래도 강화도 전망대가 가장 잘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북쪽에는 문화주택 수십 동을 건설해 놨다고 했는데 남쪽의 집이나 밤에 불빛도 북쪽에서 볼 수 있을까요?

정진화: 그런 것은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강화도 자체가 섬이지만 산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전원주택도 있고 해서 거기에서 불을 켜면 북한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고요. 특히 김포 쪽에 갔을 때는 애기봉이라고 매년 12월 크리스마스 때는 오색등을 밝히는데 북한에서 그것을 켜지 말라고 남쪽에 강력히 요구를 했는데 밤에 불을 켠 모습은 굉장히 찬란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기자: 정진화 씨는 고향을 떠난 지 이젠 20년이 지났고 다른 탈북민들도 고향을 떠난 지 몇 년이 되었겠는데 고향을 바라보면 마음이 어떤 가요?

정진화: 그렇지 않아도 함께 간 남한 분들이 저에게 그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남한에 온 지 한참 되었는데 아직도 고향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냐고요? 그래서 "고향엔 동생도 있고 또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때는 정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더 많이 든다. 그리고 평소에도 고향을 잊지 못하고 사는 건 주변에도 같은 고향에서 탈북민들이 많고 특히 텔레비전에서도 북한관련 소식이 끊이지 않으니 생각하지 않고 사는 때보다는 늘 생각하면서 사는 것 같다."라고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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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들. /RFA Photo-정진화


기자: 네, 고향을 언제 다시 가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리운 마음이 더 간절할 것 같아요.

정진화: 맞습니다. 저의 친구 중에는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서 중국 변방지역에 여행을 갔다가 집이 보이는 가까이까지 가서 30여분을 지켜봤는데 금방이라도 대문을 열고 누군가가 나올 것 같았지만 끝내 나오지 않아서 펑펑 울며 돌아선 적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기자: 정진화 씨는 평소에도 강화도처럼 북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자주 가는 편인가요?

정진화: 네, 사실 이번 워크숍도 탈북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라 저희들에게 가보고 싶은 곳을 추천하라고 했습니다. 남한에 온지 얼마 안 되는 탈북민들은 아직 가본 곳이 많지 않아서 어떤 곳이든지 간다면 무조건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간 강화도도 전망대만 간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석모도 수목원 그리고 보문사라는 유명한 절을 포함해서 강화 지역에서 유명 관광지로 손꼽는 그런 곳을 함께 돌아보는 일정이었는데 단풍도 절경이고 특히 서울에 비해 공기가 너무 좋았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기자: 평소에는 일도 하고 공부도 하다가 머리도 식힐 겸 또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경치 좋은 곳에 다녀오면 그 자체로도 휴식으로 충분히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어떤 가요?

정진화: 맞습니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사람들은 주5일을 일하니까 주말에는 여가생활을 많이 즐깁니다. 금요일 저녁이면 가족이나 연인들, 친구들끼리 혹은 혼자서 토요일, 일요일까지 1박2일 여행을 떠나거나 영화를 보거나 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저도 지금은 시간만 되면 친구나 아들과 같이 놀러 가는 계획을 세우는데 그런 일상이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특히 학생들 경우에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간다고 하면 학교에서 체험일정으로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편이라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 주시죠.

정진화: 네. 북한이 고향인 탈북민의 입장에서 강화도처럼 북한을 가까이에서 볼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저는 고향인 북한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지난 11월 8일에 북한 평양에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최근에 온 탈북민에 따르면 요즘은 먹거리보다 더 귀한 게 땔감이라고 하더라구요. 저의 고향 함흥도 겨울이면 평균 날씨가 영하 20~25도가 보통인데 겨울이면 근심걱정이 두 배, 세 배가 될 테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북한사람들도 살아갈 걱정이 없는 그런 세상에서 사는 행복한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가을 소풍 이야기로 북한 땅이 보이는 강화도를 다녀온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정진화, 진행 이진서 에디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