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먹는 북한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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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정진화: 네, 오늘은 남한에서 먹는 북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자: 남한에게 흔히 볼 수 있는 북한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진화: 처음에 제가 남한에 왔을 때는 탈북자가 많이 오지 않은 때였는데도 평양냉면, 함흥냉면, 신의주 찹쌀 순대, 속초 아바이 순대 이런 식으로 북한 지명을 붙인 음식들이 꽤 됐어요. 거리에서 그런 간판을 보면 너무 신하고 저는 특히 함흥 출신이라 함흥 냉면 집은 거의 다 찾아가 본 것 같습니다.

기자: 함흥냉면은 더운 여름에 많이들 찾는데 북한에서 먹던 것과 비교해 맛이 어떻던가요?

정진화: 함흥 냉면 음식점은 서울에만도 수 십 개가 있어요. 여기 사람들은 내가 제일 먼저 여기에 함흥 냉면을 개발해서 식당을 차렸다고 하면 원조란 말을 쓰는데 그런 집들을 다 찾아가 봐도 지금 함흥에서 하는 '신흥관' 냉면이 제일 유명한데 그런 냉면 맛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기자: 맛이 어떻게 다른 겁니까?

정진화: 첫째는 육수가 달랐어요. 그리고 가장 다른 것은 양념입니다. 한국 음식은 기본적으로 모든 음식에 당분이 많이 들어가서 육수도 북한 식으로 말하면 들큼하다고 하는데 시원하고 담백한 맛 보다는 달짝지근한 또는 새콤달콤한 맛을 가진 양념이 많아서 달랐습니다. 그리고 함흥 냉면은 굉장히 가늘고 질긴데 여기서는 면발과 양념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기자: 냉면 하면 비빔 냉면하고 물 냉면 이렇게 두 가지인데 비빔 냉면은 어땠나요?

정진화: 진짜 비빔 냉면은 북한에서는 솔직히 많이 못 먹어봤어요. 한국은 워낙 양념이 많고 다양하다 보니까 정말 식당마다 보면 비빔 양념이 다 달라요. 그것이 자기들의 영업비밀이라고 해서 알려주진 않지만 그 비빔 냉면의 양념에 따라서 냉면의 맛이 달라지는 거잖아요. 처음에는 비빔 냉면이 입맛에 맞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냉면은 시원한 육수에 얼음을 둥둥 띄워서 시원하게 물도 들이키면서 먹고 해야 하는데 물도 없고 냉면 면발에 비빔장을 넣어서 비벼 먹는 다는 것이 조금 생소했습니다.

기자: 냉면 면발도 다르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다른 겁니까?

정진화: 네, 면발은 서울시내도 보면 함흥 신흥관처럼 그렇게 약한 면발을 하는 식당은 거의 없어요. 면은 평양 냉면하고 좀 달라서 함흥 냉면은 감자전분으로 뽑기 때문에 면이 가늘어도 끊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여기 사람들은 냉면을 먹을 때 면이 목에 걸린다고 해서 가위로 잘라서 먹는 특징이 있더라고요. 그래도 냉면이 함흥처럼 그렇게 가는 면은 없습니다.

기자: 이제는 남한생활이 오래돼서 입맛도 많이 변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정진화: 정말 처음에 왔을 때는 추억으로 먹잖아요. 간판을 보고 함흥이란 고향의 이름에 끌려서 들어가고 했는데 지금은 남한에서 18년을 살다 보니까 냉면도 그렇고 모든 음식을 저번에 먹어봤으니까 이번에는 싫어 이렇게 해서 안 먹는 것은 있어도 입맛에 안 맞아서 못 먹는 음식은 없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어도 북한에서 먹던 음식은 지금도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먹고 있습니다.

기자: 냉면 말고 또 유명한 것이 순대 아닐까 싶은데요. 순대 맛은 어떻습니까?

정진화: 순대는 진짜 달라요. 북한의 순대는 돼지가 많지 않으니까 육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내장을 깨끗하게 손질해서 시래기 넣고 쌀 넣고 각가지 채소 넣고 해서 크기도 크고 또 고기와는 다른 맛으로 먹는 이런 것으로 해서 순대를 먹는데 한국에 오니까 쌀 순대 보다는 고구마로 만든 당면을 신흥관 냉면보다는 면이 한 10배 정도 굵게 뽑아서 그것을 다져서 넣은 당면 순대를 많이 먹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남한에 온지 몇 년씩 지나도 맛이 없다고 안 먹는 분들이 있어요. 신의주 찹쌀 순대 또 속초에 가면 함경남도 북청 쪽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서 속초 아바이 마을이 있는데 거기 가면 함경도 아바이 순대가 있습니다. 그 순대는 신의주 찹쌀 순대와 같이 북쪽에서 내려와 만든 순대는 쌀 순대라서 좀 괜찮지만 그래도 그분들은 전쟁 전에 내려온 실향민들이라 70년이 됐잖아요. 그래서 지금 북한에서 만드는 순대와는 그 안에 들어가는 양념도 좀 다르죠.

기자: 냉면이나 순대 말고는 없나요?

정진화: 또 있죠. 동해바다 쪽에서 내려오신 분들은 북한에서 흔했던 가자미나 명태를 가지고 무를 깍두기처럼 썰어 넣고 마늘,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서 숙성시킨 식혜를 많이 해서 먹는데 1년이 한번씩 열리는 이북5도청 주민들의 체육대회에서 제일 인기 있는 식품이 가자미 식혜와 명태 식혜입니다.

기자: 지금 말한 음식들은 탈북자들이 만든 그런 것보다는 고향이 북한인 실향민들에 의해 알려진 음식들인데요.

정진화: 처음에 저희가 한국에 와서 보니까 북한 음식이 있네 하고 맛들였던 것이 그 음식들이었고 2000년대부터는 지금까지 3만5천여명의 탈북민이 한국에 와있으니까 정말 재간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 전에 북한에서는 사회급약(식당)망이라고 하는데 식당에서 종사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90년대 중반부터는 시장에서 장마당 음식이 많이 생겼잖아요. 예를 들어서 두부밥, 인조 고기밥이 생기고 시장에 나와서 냉면도 팔고 두부도 팔고 이렇게 여러 가지를 팔았는데 그런 음식을 가지고 한국에서 차린 식당도 많습니다. 원주에 가면 금강산 막국수가 있고 서울에는 북한전통음식 문화원이라고 해서 순대, 냉면, 두부전골 또 많이 하는 것이 북한 지역은 춥다 보니까 감자가 많이 나잖아요. 냉면도 감자로 만드는 것도 있고 감자를 얼쿼서 만드는 감자 송편, 언감자 떡 이런 것도 있거든요. 그런 것은 여기서 해서 먹으면 정말 별미예요. 맛있어요.

기자: 이젠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남한에서 먹는 북한 음식 정리를 해주시죠.

정진화: 네, 한국에 와서 처음 접했던 냉면이나 순대나 이런 것도 있지만 또 이후에 탈북민들이 와서 많은 북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남한 분들에게 팔고 있습니다. 또 행사 때도 그렇지만 이웃에서 친구들이 해와요. 송편을 만들었다. 흰떡을 만들어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북한에서는 기지떡 또는 술떡이라고도 하는데 진짜 맛있거든요. 이런 음식은 단순히 음식이 엄청 많은 이 시절에 없어서 못 먹고 다루기 쉬워서 먹는 음식이 아니고 하나의 추억이고 또 살아가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가 늘 고향을 잊지 않고 부모 형제를 잊지 않은 기억인 것 같습니다. 음식이란 것이 오랫동안 고향에서 엄마 손맛에 길들여진 입맛이란 것이 있잖아요. 그래서 내가 처음 한국 와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고 또 어떤 것은 정말 성의 있게 해놨는데 음식이 나의 입에 안 맞아서 먹기 힘든 경우도 있고요. 내 친구들을 보면 참기름을 못 먹겠어 또는 후추가 너무 싫어 이런 사람이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남과 북의 입맛을 맞춰가고 또 음식을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렇게 차별이 없이 먹는 그날이 통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남한에서 먹는 북한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