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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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안녕하세요?

정진화: 네. 기자님. 안녕하세요?

기자: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연말 모임도 많고 할 텐데 어떠십니까?

정진화: 네. 아무래도 한해를 마무리해야 시간이라서 이 시기가 되면 누구에게나 다음해로 미룰 수 없는 일을 처리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은 결혼식이 많습니다. 코로나로 미뤘던 결혼식을 최근 규제가 완화 돼서 청첩장이 많이 와서 저는 결혼식장 두 곳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그 동안 코로나 통제로 인해서 미루다가 해를 넘기지 말자 해서 12월에 결혼식이 많은가 보군요?

정진화: 그런 것 같습니다.

기자: 이번에 참석하신 것은 어떤 분의 결혼식이었나요?

정진화: 네. 친구 자녀들의 결혼식이었는데요. 한 친구는 딸을 시집 보내서 사위를 맞았고 다른 친구는 아들을 결혼시켜 며느리를 맞아들이는 결혼식이었습니다.

기자: 결혼식 하객의 사람 수를 제한한다고 하던데 요즘은 괜찮나요?

정진화: 네. 요즘은 한국은 규제가 많이 완화된 시기입니다. 결혼식장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축하하러 온 하객(손님)이 많아야 분위기도 사는데 요즘은 인원 제한이 풀려서 그런지 손님이 정말 많았습니다.

기자: 최근에는 또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변종 바이러스 때문에 다시 모임에 대한 제한이 심각하게 고려되는 분위기 아니겠습니까? 다행히 결혼식은 이전에 있어서 괜찮았군요.

정진화: 네, 맞습니다.

기자: 한국에서는 보통 결혼식을 예식장에서 많이 하죠?

정진화: 맞습니다. 한국에서는 웨딩홀이라고 결혼식만 전문으로 하는 예식장들이 따로 있습니다. 결혼식 날짜를 미리 잡으면 웨딩홀에 가면 전문 사진사가 결혼 사진도 찍어주는데 다양한 예복을 입고 원하는 장면을 연출해 찍을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기자: 이번에 결혼한 분들은 모두 탈북민이었습니까?

정진화: 네. 첫 번째 결혼한 쌍은 남남북녀 그러니까 남한출신의 남성과 탈북민 출신의 여성이 결혼했고 두 번째 커플은 북남북녀 커플 그러니까 남녀 모두 탈북민 출신이었습니다.

기자: 남한입국 탈북자의 수가 늘어난 만큼 결혼 연령기에 있는 사람도 많죠?

정진화: 맞습니다. 남한에 온 탈북민이 3만 3,700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탈북민들이 남한에 대량으로 입국한지 20년이 되다 보니까 2000년에 남한에서 출생했다 해도 20살이 되는 거고 10살에 남한에 왔다고 해도 30살이 된 겁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탈북민 결혼식이 많아졌습니다. 이번에 본 친구 딸도 10대였는데 이젠 성숙한 처녀가 돼서 결혼식을 하는데 너무 예뻤습니다.

기자: 저도 기억을 하는데 탈북민이 대거 남한에 입국한 초기만 해도 결혼식을 하면 하객이 없어서 합동 결혼식을 올리고 한 보도가 많았는데요.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은 결혼식의 풍경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정진화: 맞습니다. 솔직히 2000년대 초반 탈북민들이 많지 않을 때에는 결혼식장이나 돌잔치에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어느 결혼식에 가도 하객 중에 탈북민이 정말 많습니다. 탈북민들 가운데 함경북도, 량강도 지역 사람이 제일 많고 평양, 함흥, 원산, 평성, 개성, 사리원, 신의주 어느 지역을 꼽아도 다 있습니다. 고향사람들끼리는 좀 있으면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도 여는데 결혼식에도 빠질 수 없죠. 이번 신부(새 각시)의 부모는 교회집사인데 하객은 고향지인들과 회사동료들 그리고 교회성도들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결혼식장이 꽉 찼습니다.

기자: 북한과 남한 결혼식도 차이가 있을 텐데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요?

정진화: 네. 제가 얼마 전에 북한에서 결혼식을 했다고 보내온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예전에는 저희가 있을 때는 집에서 상차림하고 신랑신부 맞절하고 했는데요. 요즘은 북한에서도 돈 있는 집들은 예식장을 빌린다고 합니다. 특히 신부가 입는 웨딩드레스는 북한에서는 아직 조선치마 저고리라고 부르는 한복을 입긴 하는데 북한식으로 말하면 완전 구식이라서 촌스럽습니다. 남한에 온 탈북여성들은 웨딩드레스가 너무 입고 싶어서 남편에게 졸라 사진관에 가서 빌려 입고 사진으로 남기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북한과 다른 모습니다. 또 다른 것은 신랑신부의 혼인서약입니다. 결혼해서 서로를 믿고 잘 섬기겠다는 혼인서약이 있고요. 신랑신부가 아들딸 잘 낳고, 부모님 잘 섬기면서 까만 머리 파뿌리 되도록 잘 살라는 덕담을 해주는 순서도 북한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기자: 아무래도 결혼식 하면 비용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어떤 가요?

정진화: 맞습니다. 사실 결혼식에 드는 비용이 작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남한에서는 작은 규모의 결혼식을 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일가 친척만 불러서 결혼식을 치르는데 드는 비용을 절약해서 실제로 살림을 꾸미는데 보탠다고 합니다.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결혼식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또 있죠. 바로 신혼여행인데요.

정진화: 그렇습니다. 솔직히 북한에는 신혼여행이란 것이 없습니다. 내가 신혼여행으로 평양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갈 수도 없는 것이고요. 김일성 동상이나 공원에서 사진도 찍고 요즘은 보니까 동영상도 찍는데 북한 사람에게는 신혼여행이란 말 자체가 생소합니다. 제가 처음에 한국에 오니까 신혼여행으로 외국에 나가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그게 신기했습니다. 요즘은 코로나 19 때문에 외국에 나가지 못하다 보니 제주도가 유일한 신혼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결혼하는 두 쌍도 4박5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다녀온다고 합니다.

기자: 주말을 끼고 하면 한 주는 그냥 쉴 수가 있는 거죠.

정진화: 그렇죠. 주말은 가격도 비싸고 하니까 평일을 잡아서 제주도로 4박5일 다녀온다고 합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 주시죠.

정진화: 네. 대한민국에 온 탈북민들이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그들의 2세, 3세가 태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이번 결혼식에 가서 잠시 북한에 있는 동생 생각을 했었습니다. 조카들도 결혼을 할 나이가 되었거든요. 요즘은 연락이 끊어져서 소식을 모르는데 조카들이 남한에서처럼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겨울은 좀 편안하고 안전하게 잘 넘길 수 있는 북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친구 자녀의 결혼식장에 다녀온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정진화, 진행 이진서 에디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