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오늘날 북한의 국영철도에는 국가가 정한 규정가격과 암거래에서 거래되는 가격 등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열차를 비롯해 대중교통 시설이 매우 열악하고,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뇌물과 비리가 만연해 열차의 이중 가격은 시스템화됐는데요,
"북한의 철도는 승차권은 물론이고 짐을 추가할 때도 요금을 내야 하는데, 모든 것이 이중 가격이 형성돼 있습니다. 철도의 마비, 노동자를 국가가 잘 보살피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이중 가격제가 거의 시스템화 됐다고 봅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웃돈과 뇌물을 줘야만 이용할 수 있는 북한의 열차 상황을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북한 열차의 이중 가격, 뇌물과 비리 만연
- 열악한 철도 운영, 이동의 제한, 역무원의 낮은 생활 수준
- 북한 국영철도 "뇌물과 비리의 난장판"
- 북한 장사꾼 "뇌물 줘서라도 이용"
- 이중 가격도 시장경제처럼 수요와 공급의 원칙
2013년 9월, 당시 양강도 혜산에서 평양까지 가는 열차 승차표의 국정 가격은 북한 돈 1천500원, 하지만 암거래에서는 무려 20배에 달하는 2만 5천 원~3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2013년 12월 당시 실세 환율은 북한 돈 1,000원=0.12달러)
현재 북한 국영철도는 국가에서 규정한 국정가와 암거래가, 두 가지 가격이 공존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역무원과 승무원의 부정부패로 승객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열차의 정상운행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0일 밝혔습니다.
북한의 열차 사정을 취재한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열차에 타려는 승객 수에 비해 항상 표가 부족합니다. 열차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데다 암거래상과 결탁한 역무원들이 차표를 빼돌리기 때문인데요,
북한의 철도가 국영철도이기 때문에 운임도 국정 가격이 원칙이지만, 모든 요금을 이중 가격으로 내야 합니다. 열악한 대중교통과 철도 운행의 마비, 그리고 철도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낮은 생활 수준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북한의 철도는 승차권은 물론이고 짐을 추가할 때도 요금을 내야 하는데, 모든 것이 이중 가격이 형성돼 있습니다. 그 원인은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국영철도 자체의 운영마비가 심각합니다. 전기, 기관차도 부족하고, 많이 낡아서 정시 운행을 거의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렇게 되면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잘 안 되니까 당연히 국정 가격에 추가 요금을 붙여서라도 사람들이 내고 타려고 합니다.
두 번째로 철도국에서 일하는 사람의 대우가 매우 나쁜 상황도 큰 원인이 되고 있는데요, 철도국에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은 거의 식량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고. 월급으로는 시장에서 쌀 1kg도 못 삽니다. '당연히 현금 수입을 어디서 얻어야 하는가?' 하면 철도 손님에게 추가 요금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철도의 마비, 노동자를 국가가 잘 보살피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이중 가격제가 거의 시스템화 됐다고 봅니다.

암거래로 구매한 차표는 국정 가격보다 훨씬 비싸지만 편리합니다. 국정 가격으로 표를 사기 위해서는 증명서와 통행증이 필요하고, 사전에 신청하거나 장시간 줄을 서야 합니다.
열차가 언제 다시 오고 떠날지 모르는 북한의 열차 사정 때문에 차표를 사지 못한 사람은 역의 담을 넘거나 역무원에게 뇌물을 주고서라도 열차에 타려고 하는데요, 돈벌이를 위해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승무보안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차에 탑승해 열차 내 치안을 유지하다 보니 이들도 뇌물을 받고 사람이나 짐을 열차에 태우는데요, 국가가 부여한 규제의 권한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여행증명서가 없거나 여행에 필요한 서류가 미비한 승객을 태울 때, 국가 통제 항목에 속하는 물건의 휴대를 허용할 때 등 승무보안원들이 뇌물을 받기 위해 적용하는 단속 항목은 셀 수 없이 많은데요,
[Ishimaru Jiro] 북한에서는 장사를 위해 이동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동하려면 당연히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승차권을 구매하기도 간단치 않고, 여러 승차권을 사자면 여러 통행증을 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쉽게 구하지 못하거나 급하게 이동해야 할 때는 뇌물을 주고 증명서 없이 표를 구해야 하는데, 그것이 뇌물을 주는 혜택이라고 할 수 있죠.
또 기차표를 살 때 기다려야 합니다. 때로는 하루 종일 줄을 서야 한다고 하는데요, 이것도 뇌물을 주면 바로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열차 이용객 중에는) 장사하는 사람이 많아, 짐도 크고 많습니다. 그런데 개인이 열차에 실을 수 있는 짐은 한도가 있거든요. 장사를 잘하자면 많은 양을 한꺼번에 보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추가 요금을 내면서 짐을 가지고 다니려고 합니다.

북한의 철도는 계속되는 정전과 고장으로 며칠에 한 번, 심할 경우 일주일에 한 번씩 운행하는 것이 일상적입니다. 그만큼 열차 이용이 불편하고 어렵다 보니 한 번 열차가 올 때마다 뇌물을 주고서라도 이용하려는 주민이 많은데요, 이처럼 뇌물에 의한 부정 승차와 짐의 반입이 횡행하기 때문에 북한의 열차는 빈약한 수송 능력에 비해 항상 과적 상태입니다.
또 이는 열차의 잦은 고장을 부르고, 결국 운행 정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Ishimaru Jrio] 북한 내부 협조자에 따르면 암거래 가격이 국정 가격의 20배, 많게는 30배까지 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일반적이고요, 거꾸로 말하면 그런 정도의 돈을 내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거죠. 움직이지 못하면 장사를 못 하니까 장사하는 사람은 이동의 밑천이 필요하다는 거죠. 지금의 이중가격도 물론 정부의 방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시장경제처럼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 금액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웃돈과 뇌물을 줘야만 이용할 수 있는 열차. 이는 북한 내 대중교통의 열악한 운영 실태와 이동의 제한, 그리고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유지할 수 없는 역무원들의 생활 수준 등이 뇌물과 비리가 일상화되는 오늘날 국영철도의 현실을 낳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