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출신 고등학생들,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교육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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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시민연합이 지난 8월 24일 발간한 연구보고서‘통일을 위해 청소년들이 바라는 북한 이탈 주민에 관한 교육’에 북한 출신 고등학생 3명이 보조 연구원으로 참여해 교과서 서술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제언했으며, 또한 설문조사에 남한출신 청소년 46명, 북한줄신 청소년 48명이 참여했으며 심층 인터뷰에도 남북한 출신 청소년 각각 4명이 참여했다고 북한인권시민연합 교육훈련팀 (차미리 팀장과 최슬기 간사 주도) 최슬기 간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보고서 보조연구원으로 참가한 주 모양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무조건 배려해야 하는 존재’ 로 인식하는 그런 부분을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초대석 오늘은 동 단체 최슬기 간사와 ‘탈북 청소년이 바라는 것’은 무엇이었는지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보조연구원으로 참가한 주 모 양의 이야기도 들어 봅니다.

질문 1): 9개월간의 연구 과정을 통해 나온 연구보고서에 탈북 청소년들이 원했던 것은 무엇입니까?

최슬기 간사: 이번 연구에 보조 연구원으로 참여한 탈북청소년들 그리고 인터뷰와 설문조사에 참여해준 친구들이 원했던 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북한이탈주민을 딱히 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존재로 다뤄졌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북한출신 청소년들이 교과서에 북한이탈주민이 ‘어렵다’, ‘도움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이 너무 많은 게 오히려 북한이탈주민을 좀 특수한 존재로 규정짓는 것 같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물론 실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라는 내용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오히려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던 학생들도 이 내용만 보고 편견이 생길 것 같다’라고 걱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교과서에 북한이탈주민이 어떤 사회적 약자나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으로 다뤄지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북한이탈주민이 겪는 어려움을 서술할 때도 이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냥 생활환경이 달라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로 접근해서 다뤄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참여한 학생들이 원했던 점은 교과서에 청소년의 시각이 반영되면 좋겠다라는 점이었는데요. 지금 교과서는 주로 북한이탈주민 성인에 대한 내용이 많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참여한 탈북청소년들은, 탈북청소년들이 겪는 게 성인과는 다르기도 하고, 이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들도 청소년이다 보니까 성인에 관한 내용이 너무 많으면 청소년들이 크게 공감을 못할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물론, 탈북청소년이 북한이탈주민의 일부이니까 당연히 북한이탈주민 전반 그리고 성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더 큰 관점에서는 맞지만, 교육의 효과성을 생각했을 때는 해당 내용을 배우는 청소년들이 좀 더 공감할 수 있도록 청소년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청소년의 시각에서 좀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과서가 서술되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질문 2) 이번 연구에 참가한 남한 청소년들, 탈북청소년들을 어떤 존재로 봤습니까?

최슬기 간사: 앞에 탈북청소년 친구들과 비슷한 응답이 나왔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을 어떠한 존재로 느끼나요?’라고 설문조사를 했을 때 약 60%가 넘게 북한이탈주민이 그냥 ‘우리랑 똑같은 존재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되나요?’ 라고 물어봤을 때도 평범하게 다른 친구들이랑 똑같이 대하면 된다라는 응답을 해줬습니다. 심층 인터뷰에서도 ‘북한이탈주민은 어디에서든 살고 있을 수 있는 존재’이다. 뭐 내 옆에서 살 수도 있고 뭐 저기 다른 지방에서 살 수도 있지만, 그냥 ‘똑같은 이웃이자 친구인 것 같다’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남한 청소년들도 북한이탈주민을 그냥 우리랑 ‘똑같은 존재’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구요. 다만, 우리랑 생활환경이 좀 다르고 내가 자주 못 만나다 보니까 ‘혹시 만났을 때 말실수를 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좀 가지고 있기는 했었습니다.

질문 3): 교과서 내용의 분석 결과도 설명해 주시지요.

최슬기 간사: 분석 결과, 북한이탈주민은 주로 어려움을 겪고 그래서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존재로 교과서에서 서술되고 있는 걸 확인했는데요. 저희가 교과서 분석을 할 때, 북한이탈주민이 어떤 존재로 정의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각 문단 별로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를 하나씩 추출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업을 완료했을 때, 앞서 말씀드렸던, ‘북한이탈주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는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분석한 문단에 전체 한 80프로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어요. 북한이탈주민이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고 한국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서 이 내용이 교과서에 꼭 필요한 거는 맞지만, 비율 상으로 너무 어려움을 겪는 내용이 많아서 북한이탈주민이 사회적인 약자로서 바라봐질 수 있겠다라는 우려가 들기는 했습니다.

질문 4) 북한이탈주민의 ‘능동적 모습이 강조’된 내용도 소개해 주시죠.

최슬기 간사: 북한이탈주민의 능동적 모습이 강조된 내용 또는 이들이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이다’라는 내용이 있는 문단은 굉장히 소수였는데요. 전체 분석 문단의 약 4프로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서 성공할 수 있는 존재이다’ 또는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옆에서 살고 있다’ 이런 내용이 매우 소수였던 거죠. 그래서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한국 사회의 이웃이 자 친구로서 인식이 되려면, 교과서에 북한이탈주민의 능동성을 강조한 내용, 우리 이웃이라는 내용이 좀 더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5) 보조 연구원으로 참가한 탈북 학생 주 모 양의 참가 소감 들어 봅니다.

주 모: 참여하면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큰 영향을 가져올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9개월여 동안 선생님들이라랑 다른 연구원들이랑 함께 프로젝트를 해나가면서, 토론도 하고 연구도 쌓는 과정에서 저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북한이탈주민이잖아요. 그래서 북한이탈주민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 지 아니면 무엇을 해야 할 지 등 사명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질문 6)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 관한 주 모 양의 견해는

주 모: 참여하면서 남한사람들 중에 일부가 가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오해는 어릴 적에 받은 교육에서부터 시작된 것일수도 있겠다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왜냐면 교과서에서 북한이탈주민은 수동적인 존재로 그린 경우도 있고, 변화된 북한의 방향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질문 7) 배려에 대한 주 모 양의 생각입니다.

주 모: 북한이탈주민을 무조건 배려해야 하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그런 부분을 고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먄 배려는 남한사람과 북한사람이 둘 다 해야 되는 것이지 북한사람들만 일방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8): 앞으로 새로 발행될 교과서(새로 개정될 교육과정)에 반영될 것에 바람이 있다면 해 주시지요.

최슬기 간사: 여러 가지 바람이 있는데 좀 요약해서 말씀을 드리면, 교과서 서술에 있어서 개정되었으면 좋겠는 점, 그리고 제도적 차원에서 바뀌었으면 좋겠는 점이 있습니다. 먼저 교과서에서는 일단 첫 번째로 북한이탈주민의 어려움을 다루는 서술 내용이 전반적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북한이탈주민이 이미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움에 관한 내용은 줄이고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이웃으로서 성공하고 있는 사례라든가 곁에서 살아가고 있는 일상적인 사례들이 좀 더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남한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 그리고 북에서 온 친구들이 함께 상호작용하면서 통일을 좀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교과 활동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교과서에 북한이탈주민이 ‘통일의 사다리이다’, ‘미리 온 통일이다’ 이런식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학생들이 정작 왜 북한이탈주민이 통일의 사다리인지를 직접 경험해보거나 좀 더 깊게 고민해볼 수 있는 활동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교과서 개정에 있어서 학생들이 북한이탈주민이 말로만 그런게 아니라 실제로 함께 통일을 그려나가는 존재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함께 상호작용할 수 있는 교과 활동이 추가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도적 차원에서는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교육이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교과서 집필 과정이나 아니면 집필 완료 후에 북한이탈주민전문가나 북한이탈주민이 검수를 하거나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어떤 장치가 마련되어서, 교과서 내용이 좀 더 객관적으로 서술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초대석 오늘은 북한인권시민연합 최슬기 간사와 ‘탈북 청소년이 바라는 것’은 무엇이었는지에 관해 그리고 보조연구원으로 참가한 주 모 양의 이야기도 들어 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