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즉 '다섯 소년들의 한국전쟁 회고록'이 최근 아마존 출판사를 통해 영문으로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책 저자 최연홍 씨는 미국의 한국 참전이 없었더라면 김일성 3대 세습 독재 아래서 신음하는 북한 같은 나라가 한반도 전체에 존재할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된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이 책 저자인 워싱턴 문인회 초대 최연홍 원로시인으로부터 책 발간에 따른 이모저모의 이야기 나눕니다.
질문: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Five Boyhood Recollection of the Korean War, 1950-1953' 즉 '다섯 소년들의 한국전쟁 회고록' 영문으로 발간하게 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최연홍: 한국전쟁은 미국에서 이미 "잊혀진 전쟁" Forgotten War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전쟁이지요. 트루먼 대통령이 냉전 시대의 한 획을 그은 한국전쟁은 3년 동안 희생이 물론 컸지만, 한국이라는 신생국가가 전쟁 후 폐허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발전의 모델이 된 나라가 되었고요. 전쟁의 폐허에서 살아나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 저는 미국의 한국 참전이 없었더라면 김일성 3대 세습 독재 정부 아래서 아직도 신음하는 북한 같은 나라가 한반도 전체에 존재할 끔찍한 상상력을 발휘하곤 합니다. 그래서 미국과 유엔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펴냈습니다.
질문: 한국전쟁에 관해 많은 책이 나왔습니다만, 이 책이 주는 가치 그리고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최연홍: 어린 나이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가 육군소위로 임관하고 전쟁의 생사고비를 수없이 넘은 안홍균 선생님 글을 읽다 보면, 우리들의 회고록이,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반드시 세상에 나와야 한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공산당원에 의해 납치, 납북,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버지를 잃은 백순 박사를 보면 그의 삶의 질곡을 알게 됩니다. 부산에서 중학생이었던 강창욱 박사는 위의 두 형님이 있었는데 한 분은 낙동강 전투에서 겨우 살아난 피투성이로 돌아온 병사였고, 다른 한 분은 1950년 11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장진호 전투에서 퇴각한 경험 등, 정신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장애를 경험한 가족사를 갖고 있습니다. 강창욱 박사가 결국 미국에 와서 저명한 정신과 의사가 된 이유도 두 형님의 정신적인 타격이 한국전쟁이 너무 컸기 때문에 왔던 게 아닌가? 저는 보고 있습니다. 다른 한 분의 글은 대구중학교 신입생으로 영천에서 기차 통학하던 최재원 박사의 글인데요. 그 동네에서 가장 촉망받던 고향의 선배가 경북고등학교 3학년 형이 소총 몇 발 쏘고 자원입대해 포항전투에서 장렬하게 죽은 충격을 회고록에 담고 있습니다. 모두가 진솔한 소년기의 추억이 되겠습니다만, 아픈 추억이면서 또한 귀중한 추억이 되었고.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그의 집이 한때 인민군 포로수용소가 되었던 추억도 있어서, 이 책의 가치와 의미는 크다고 저는 보았습니다.
질문: 그동안 최연홍 교수의 산문과 시들은 언제, 어떻게 쓰여졌습니까?
최연홍: 저의 사실은 70주년을 향해 이 글들을 쓴 게 아니고, 그동안 6.25가 올 때마다 매년 코리아 타임즈 칼럼니스트로 칼럼과 시를 썼습니다. 625가 올 때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충격이었던 거지요. 제가 전쟁 기간에 살았던 서울, 충청북도 고향, 그리고 부산 피난 시절은 언제나 잊어버릴 수 없는 화석과 같이 제 심중에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이 책에 발표한 미국 상선 메리디스 빅토리 호의 레날드 라루 선장은 흥남부두에서 떨고 있었던 14000명의 피난민들을 태우고 겨울 바다를 항해, 거제도에 1950년 크리스마스 전야에 내린, 아마도 지금 살아 계신다면 노벨평화상을 받을만한 큰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루 선장의 부음을 워싱턴 포스트에서 알게 되고, 그의 삶을 책으로 읽고 나서 코리아 타임즈 새해 2009년 1월 특집으로 발표한 글입니다. 이 글에는 그분에게 바치는 "기적의 배"라는 시가 한편 동반 기사로 들어가 있습니다. 정말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그의 전기였습니다. 그는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수도원으로 들어가 일생 세속으로 나오지 않은 가톨릭 수사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기적의 배'라는 시 직접 작가의 낭송으로 듣습니다.
Music
'기적의 배' -최연홍
알몬드 장군 휘하의 미 10군단은 중공군의 인해 전술에 밀려
12월 10일 흥남 부두를 철수했습니다.
피난민들이 부두에 몰려들었습니다.
10만 톤급 유조선의 선장 레날드 라루는
바다를 향해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난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12월 20일 출항, 24일 밤 거제도에 닻을 내렸습니다.
겨울 바다를 항해하는 바람이 달려왔습니다.
추위 속에 14,000명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체온을 유지했고
기적적으로 5명의 갓난아이가 배 위에서 태어났고,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뭍으로 내렸을 때 크리스마스이브가 섬에 도달했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졌습니다.
30명 선원 이외 아무도 태울 수 없었던 선장이
겨울 바다 위에서 들었던
"저 난민들을 너의 배에 태워라"는 말씀이
선장을 수도원으로 가게 했습니다.
기적은 선장과 선원, 14,000명의 난민, 5명의 갓난아이에게 만 온 것이 아닙니다.
기적은 끊임없이 겨울 바다 파도처럼 우리에게 내게로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아니 겨울밤 하늘 위에 별들처럼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 기적의 배가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다 부서졌는지 모르지만
눈 내리는 오늘 밤 같은 겨울밤
차디찬 눈발을 맞으며
그 배 잠 못 든 내게 물살을 헤치며 서서히 다가옵니다.
눈발과 나는 그 배를 타고 달립니다.
그 선장이 천국으로 떠난 후에도
눈 내리는 오늘 밤 같은 날
Leonard Larue
Music
질문: 이 책 출판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최연홍: 이 책은 '아마존닷컴'이라고 미국인들이나 세계인들이 책방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독자들에게 주문이 오면 전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출판사입니다. 그래서 아마존에서는 종이책으로도 내지만, '이북, e-BOOK'이라고 해서 킨들(KINDLE) BOOK을 내고 있는데 제가 펴낸'FIVE BOYHOOD RECOLLECTION OF THE KOREAN WAR, 1950-1953' 책은 종이책으로도 나와 있고, 'e-BOOK'으로도 나와 있습니다. E-BOOK은 컴퓨터로 보는 책이기 때문에 거의 무료에 가깝습니다만, 종이책은 주문이 가면 소비자에게 책이 전달되고 있습니다. 종이책 출판은 지난 24일에 나오도록 준비가 돼 있어서 저는 지금 방송되는 시점에 제가 주문한 책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e-BOOK은 이미 아마존에서 사서 본 분들도 워싱턴 일원에 몇 분 계십니다.
질문: 이 책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주고 싶은 말은
최연홍: 한국전쟁에 관한 문헌은 군사적으로나 냉전적, 정치적 즉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많이 나와 있습니다만, 다섯 소년들이 쓴 회고록 지금은 다 80 객이 된, 노인들이 집필한 이 책은 아직 전 세계 어느 도서관이나 어느 책에서도 찾을 수 없는 기록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학자적인 글도 아니고, 아무나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한국 전쟁 회고록이기 때문에 많은 분이 이 책을 읽어 주시고 한국에 역사와 한국인의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된다면 저는 한없이 기쁘겠습니다.
질문: 이 책이 한인 2-3 세들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면
최연홍: 이 책은 미국에서 나오도록 준비했던 이유는 미국인들이 한국 전쟁을 절대 잊지 말아야 될 전쟁이라는 인식과 미국에 사는 우리 2-3세들이 한국전쟁의 역사를 모르고, 우리들의 1세들의 역사를 알 수는 없다는 제 믿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이 책을 출판한 이유가 그 두 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RFA 초대석 오늘 이 시간에는 '다섯 소년들의 한국전쟁 회고록' 저자인 워싱턴 문인회 초대 최연홍 원로시인과 책 발간에 따른 이모저모의 이야기 나눴습니다. 인터뷰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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