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간 탈북자들은 남한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탈북자가 제일 많이 사는 행정도시는 인천 남동구입니다. 전입하는 탈북자가 계속 증가하자 이곳에서 탈북자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기관과 단체도 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인천 남동구에 있는 직업학교가 탈북자만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을 계획한다는 소식과 함께 이 지역 탈북자 취업과 교육 등의 현황에 관해 남동 하나센터 관계자의 말을 들어봅니다.
인천 시청이 있는 번화가에 자리 잡은 중앙직업전문학교에서 이번에 탈북자 대상으로 컴퓨터의 활용과 전산회계 과정을 배우는 단독반을 4월 중 개설합니다. 이전에는 인천에 사는 탈북자가 컴퓨터 교육을 받기 위해서 전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1시간 이상 걸리는 서울로 가서 수업받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컴퓨터 사용법을 배울 수 있게 된 겁니다. 물론 그 비용은 나라가 부담하고 탈북자는 교육 기간에 생활비 보조금까지 받게 됩니다. 학교 행정을 맡은 이금순 씨입니다.
이금순: 교육비는 무료고 한 달에 교통비 5만 원, 식비는 6만 6천 원, 총 11만 6천 원을 받습니다. 그리고 교육생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 고용지원센터에 신청하면 통일부에서 200만 원을 줍니다.
일반 남한 사람은 돈을 내고 수업을 받지만 탈북자는 무료입니다. 그리고 수업을 받는 동안 교통비와 식대가 100달러 정도 나오고 교육 후 자격증을 따면 2천 달러의 격려금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업훈련 장려금이라고 해서 교육을 받는 사람은 1천 100달러 정도를 또 받게 됩니다.
교육 대상자는 자신이 북한 출신임을 증명하는 서류와 사진 두 장만 학교에 제출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육은 하루 5시간, 주 5일로 모두 5개월 과정입니다. 이런 혜택으로 얼핏 생각하면 매우 많은 사람이 몰려 장사진을 이룰 것 같지만 정작 탈북자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이금순: 사람들이(장려금을) 많이 준다고 생각 안 합니다. 저는 컴퓨터 배울 때 한 달에 생계 지원비 40만 원과 교통비 식비 지원만 받고 다녔지만 예전에는 여기에 30만 원을 더 받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없어졌습니다.
일부 탈북자는 지난해 이미 교육을 받은 동료 탈북자의 말만 듣고선 직업훈련 교육을 받으면 돈을 얼마 준다고 하는데 왜 난 안 주는가? 이런 식으로 문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겁니다. 이 씨는 컴퓨터 교육을 받고 나면 학교에서 직업 알선에 대해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금순: 학교에 직업훈련 상담사가 있습니다. 교육을 받고 나서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원하면 그쪽으로 알려줍니다. 그래서 직업을 원하는 분이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나이가 드신 분들은 자격증만 따겠다는 분도 있고요.
남한 정부에서 탈북자 직업교육의 하나로 컴퓨터 활용 과정을 지원하는 이유는 첫째 탈북자가 더 많은 정보를 자신 스스로 검색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는 컴퓨터 활용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요즘 직장 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문서작성과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에 접속해 전자우편을 주고받는 남한 사람과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 컴퓨터 교육은 거의 필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각종 혜택을 주는데도 컴퓨터 교육을 받고자 하는 탈북자가 적은 것일까? 혹시 인천에 사는 탈북자들이 이런 교육에 대해 모르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남동 하나센터 최미정 사무국장에게 사정 얘기를 들어봅니다.
최미정: 여기에 단독반만 개설한 학원만 3-4곳이 됩니다. 학원들의 경쟁에 의해 모집 정원이 안 된 것도 있을 겁니다. 인천 남동구에 1천 명이 넘게 탈북자가 사는데 이분들이 이런 좋은 기회를 잡지 않을까 하는데 5년이 된 분도 있고 1년이 안 된 분도 있고 적어도 한 3년 정도 되는 탈북자분은 공식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을 하는 분도 많습니다. 각자 욕구가 틀립니다.
3월31일 현재 30명 모집에 컴퓨터활용 교육을 받겠다고 신청을 한 탈북자는 18명입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탈북자는 1천100명 이상으로 남한에서는 행정구 단위로 따져서 서울을 제치고 탈북자가 제일 많이 모여 사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모든 탈북자가 컴퓨터를 활용 방법을 꼭 배우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최미정: 한 달에 지역적응 교육을 받는 분이 10명 정도라고 한다면 20대 초기 탈북자는 하나원에서 대안학교를 정해놓고 오는 경우가 있고 일부는 아이가 있어서 교육받기 힘든 분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족이 있으니까 일단 그분들에게 의지하면서 상황을 보는 분도 있습니다. 말처럼 이런 자리가 있다고 해서 쉽게 갈 수 있는 분이 많지 않은 겁니다.
최근 몇 년간 인천 남동구에 탈북자가 대거 유입된 배경은 일단 서울과 근접한 대도시란 점. 그리고 남동공단이라는 대규모의 생산조립 공장이 있어 취업이 잘될 것이라는 기대감. 특히 지난 5년 사이 새로 임대주택이 많이 들어섰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많이 유입됐다고 최 사무국장은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탈북자의 초기 지역사회 적응을 돕는 하나센터는 물론 지역에 있는 민간단체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취업률이 남한 사람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선 단순한 숫자상의 지표가 아닌 탈북자의 나이와 개개인의 사정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최 사무국장은 지적했습니다.
최미정: 탈북자의 취업률이 왜 남한 사람보다 낮은가 한다면 우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취업이 어렵다는 것은 남한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그중 탈북자의 취업률이 특히 낮은 것은 나이가 많아서, 학교에 다니는 분, 직업전문학교에 다니는 분 등 이유가 많습니다. 저희는 작년 3월부터 나라에서 명단을 받아서 탈북자의 정착을 1년간 집중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그런데 1년 안에 취업이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낮은 취업률을 해소 하고자 사업체 사장님도 만나고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실제 남한에 사는 2만 명의 탈북자 중 취업률은 40% 정도밖에는 안 된다는 발표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로 대량 탈북 사태가 이어졌고 많은 수의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간 2000년대 초에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 남한 정착 탈북자 중에는 박사, 교수, 신문사 기자, 사업가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탈북자도 적잖습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탈북여성 최인영 씨는 지난해 남한의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구 의원에 도전했던 여성입니다. 최 씨는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며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처지의 탈북자를 돕기 위해 상담사가 되기 위해 공부한다면서 자신이 느끼는 남한 생활을 이렇게 들려줍니다.
최인영: 당연히 집을 떠나온 사람이 새로운 사회에 자리를 잡으려면 어려움이 있겠죠. 저는 북한에서 아버지가 정치범이어서 정신적 고통을 너무 많이 받아서 고통을 감내하는 방법은 이미 터득한 상태입니다. 이 세상은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고 시골지역이든 어디든 인천을 떠나서 남한이란 곳이 우리에겐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지만 자유가 있는 세상으로 너무 좋은 거죠.
‘제2의 고향’ 오늘은 남한 최대의 탈북자 밀집 지역으로 떠오른 인천 남동구의 소식을 전해 드렸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