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해야 할 일들을 꼼꼼히 챙깁니다.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기 위해서인데요. 오늘 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10년 또 그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접고 대학에 진학해 학구열을 불태우는 사람이 있어 소개합니다. 함경남도 홍원군이 고향으로 현재 남한에서 부산 디지털대학에 다니는 강연화 씨 입니다.
강연화: 첫날 수업을 받고 (대학공부가) 이런 것이구나. 내가 너무 몰랐던 것이 많고 이제 알아간다는 그런 느낌…
지난 2004년 남한에 정착해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강 씨는 지금 대학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에 첫 학기를 보냈고 이제 3월에 시작하는 두 번째 학기를 준비 중입니다. 강 씨가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쟁이 생활을 포기 하고 대학 공부를 시작한 것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됩니다.
강연화: 회사를 그만 두고 3 일만에 결정을 내려서 공부를 해보겠다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북한에서 와서 남한에서 산다는 것은 그 환경 자체가 틀려요. 그래서 필요한 것은 제 자신이 준비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그냥 배워 봐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는데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남한생활을 오래해서 일반 대화를 나눌 때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북한출신이란 것을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입니다. 하지만 대학공부를 하면서는 강 씨가 처음 남한에 도착했을 때 경험한 당황스러운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강연화: 제가 북한에서 와서 여기서 15년정도 살았어도 언어상에 대학교재 용어를 알아듣는 다는 것은 좀 어려움이 있거든요. 일반사회에서 듣는 것과 대학에서 쓰는 말은 굉장히 다르거든요.
강 씨는 디지털 대학이라고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상황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강 씨가 다니는 대학은 인터넷으로 통해 각자 집에서 수업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사이버 대학입니다. 북한주민에게 쉽게 설명하자면 매일 학교에 가지 않고 통신수업 통해 4년 공부를 한다. 이렇게 설명을 하면 전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학기는 처음 받는 대학 수업이라 경황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강연화: 한 25분 수업이었는데 '글로벌 사회 인격 이해' 이 과목이 인상적이었는데 교수님이 설명을 잘 해주셨는데 제가 알아 듣기에는 좀 힘들었어요.
강 씨는 대학에서 노인복지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강연화: 한 과목에 25분 수업이고 일주일에 총 6과목을 들어야 하는데 하루에 2과목 들을 때도 있고요.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까 모르는 것과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교수님에게 문자로 물어보는 거죠. 학우들을 못 보니까 단체 톡에서 문자로 정보를 교환 하는 거예요. 카톡으로 물어보고 학과 마다 또 교수님들이 글을 올려서 보내주세요.
남한생활을 아무리 오래했어도.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면 즉 컴퓨터 사용을 안 해본 사람은 온라인 수업을 받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강 씨에게는 매일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자신의 시간을 마음껏 쓸 수 있기에 좋다고 합니다.
강연화: 어쩌면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은 학교에 가서 강의를 듣는 것이 좋을 수도 있어요. 강의를 온라인으로 집에서 듣는 것도 힘든 부분이 있거든요. 대신 내가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저는 만족합니다.
아무리 좋은 점이 많아도 그것을 사용할 준비가 안돼 있다면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없는데요. 강 씨는 온라인 수업을 받기 위해 나름 준비도 많이 했고 수업을 따라 가기 위해 노력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기자: 대학에서 한 학기를 마쳤는데요. 과제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까?
강연화: 리포트 쓰는 것이 제일 어렵더라고요. 네이버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이나 리포트에 대해 교수님이 제시한 것을 검색해서 했어요.
기자: 컴퓨터로 리포트 즉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우선은 타자를 칠 줄 알아야 하는데 원래 타자는 치셨나요?
강연화: 아니에요. 저는 타자 치는 것을 연습 많이 했어요. 타자 치는 것을 처음엔 어디에 뭐가 있는 지 몰랐어요. 타자 연습을 손목이 아프게 했어요.
무엇이든 처음 하는 것은 어렵고 하는 것도 어설픈 법이죠. 나름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뒤 돌아보면 아쉬움도 남는데요. 강 씨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오늘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연화: 처음에 긴장을 많이 했어요. 시험을 한 학기에 중간시험 치고 기말 고사를 보는데 중간고사를 볼 때는 언어도 생소하고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한 번 쳐보고 나니까 생각이 정리가 되더라고요.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대학공부를 시작한 것이 내 자신이 준비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책을 보면서 공부를 했고 노력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진학하면 19살이나 20살이 됩니다. 강 씨는 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이니 일반 대학생과 단순 비교를 하면 굉장히 늦은 나이인데요.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죠? 강 씨는 앞으로 3년 열심히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원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강연화: 그냥 대학생이 됐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교수님 강의를 통해 내가 배워 나가고 부족함을 채우는 거에 전 만족하고 있어요. 지식을 습득해 가는 것이 나에게는 힘이 되는 거에요. 내가 모르는 부분을 알아가는 것이 좋은 것이고 준비돼 가는 것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노인의 문제는 다른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고 나한테도 해당이 되는 문제에요. 그리고 50대가 되면 퇴직을 하고 직업에 대해 또 고민을 하는 시기라고 봅니다. 저는 나중에 노인요양원을 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지난 2000년 탈북해서 중국에서의 생활을 거쳐 이제 남한에 정착한지 16년이 된다는 강 씨. 태어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살던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며칠밤을 지새우며 얘기해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요. 지금도 탈북하던 당시를 생각하면 가슴부터 저 밑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 목소리부터 잠겨옵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에만 매달려 살수는 없는 일. 남은 인생 값지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자고 다짐합니다.
강연화: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살던 그 생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살자니 더 배워야 하고 그런 것 같아요. 타인에게 인정 받는 삶이 아니라 나는 내 자유로운 삶을 살자고 하니까 내 힘이 필요하고 결국에는 노인요양원까지 할 것이고 독거노인들 또 저의 주변에 나같이 답을 몰라서 헤매는 사람들 상담도 해주면서 살려고 합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부산 디지털 대학에서 노인복지학을 공부하는 강연화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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