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해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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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말합니다. 어릴 때는 학교가고 시험보고 하면서 나는 언제 어른이 되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 직장생활을 하고 가정을 갖게 되면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하루가 금방 지나갔네 하고 뇌까리게 됩니다. 오늘은 함경북도에서 온 전진(가명)씨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전진: 내 인생을 살아보니까 나는 여기 와서 인권이 어떤 것인가 알았습니다.

뭔가 비로소 깨달음을 얻은 듯 말하는 전진 씨는 1940년생으로 80살 입니다. 탈북 전에는 함경북도 은덕군 그러니까 남한사람들에게는 아오지란 이름으로 더 익숙한 곳에서 안전원으로 일했는데요. 지난 1999년 북한 지도자를 욕했다는 누명을 쓰고 위험에 처하자 탈북했습니다. 중국에서 몇 년 살다가 남한행을 택했는데요. 전 씨가 남한에 도착했을 땐 벌써 환갑이 지난 63살 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남한생활은 15년이 넘었습니다. 나이만 생각하면 건강을 걱정해야 하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바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전진: 내 경우는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북한에 있을 때는 하루가 한 달처럼 시간이 안 가고 했는데 여기 와서는 어찌나 시간이 빨리 가는지 봄인가 하면 가을이고 그래요. 아침 5시에 일어나 나가서 헬스클럽 가서 운동하고 7시에 들어옵니다. 와서는 아침먹고 내 볼일을 보고 교회 설교를 들으면서 좀 연구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통일 후에 대처할까 이런 것 많이 연구합니다.

연구라고 말하니까 무슨 학술기관이나 정보기관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전진: 나는 여기와서 특별히 한 것은 없습니다. 나이가 많았거든요. 여기는 벌써 50대 초중반이면 퇴직하잖아요. 남한에서 한 것이란 것이 믿음 생활을 하자고 교회를 다녔어요. 왜 기독교를 택했는가 하면 김일성 정일이가 제일 욕한 것이 기독교 입니다. 기독교를 무서워했단 말입니다. 또 한가지는 김일성 서랍에서 성경책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내가 죽기 전에 꼭 성경을 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욕망을 품다보니 살아보자는 욕구심이 더 강해졌죠.

기독교와 그 종교의 교리를 적은 성경. 전 씨는 북한의 생활과 성경 속 이야기를 놓고 인생을 재해석 하고 있습니다.

전진: 도대체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하고 세상에 자기밖에 완전한 인간이 없다던 김일성 정일이가 뭐가 부족해서 성경을 봤겠는가? 성경안에는 무슨 내용이 있기에 봤는가? 한 번 죽기 전에 꼭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죽지 않고 이때까지 살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실제 보니까 성경에 우리 인간 삶에 대한 진리가 다 있더라고요.

여기에서 직접 어떤 이유로 탈북했는지 본인에게 들어보죠.

전진: 안전기관으로 남한으로 치면 경찰기관에 있었습니다. 무슨 일을 했는가 하면 사람들 동향을 감시하는 주민등록 부서에 있다가 가정혁명화로 지방으로 가서 세포비서로 있다가 탄광에서 안전원 하다가 누명을 써서 중국으로 탈출했습니다.

기자: 남한 사람들이 말하는 제일 힘든 곳에 있다 오셨네요.

전진: 네, 그렇죠. 힘들었죠. 지금은 건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때 다친 어혈이 자꾸 나와서 아파 죽겠어요. 허리도 아프고 갈비도 아프고 그때 갱에서 돌에 얻어 맞았는지 나이 먹으니까 이제 나타나요.

처음 남한생활 할 때와는 달리 몸도 많이 약해진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꾸준히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같은 나이 또래들 보다는 건강하다는 말을 듣는 답니다. 지난 세월을 놓고 생각해볼 때 남한생활 하면서 많은 것에 놀랐지만 자유와 인권 그리고 성경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주로 어떻게 사는 것이 값진 인생인가 그런 문제인데요.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처음 남한생활 시작할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전진: 내가 제일 여기 와서 처음 느낀 것은 북한은 시골과 도시 차이가 뚜렷한데 여기는 도시와 도시 사이가 육안으로 봐서는 몰라요. 표시판을 찾아 봐야 도시와 지방의 경계를 알 수 있어요. 한국은 하나의 큰 도시란 것을 알게 됐어요. 또 여기는 내가 지식이 있고 재능이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사회입니다. 북한은 사상만 확고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상을 자꾸 근로자들에게 주입하는데 그건 아니란 말입니다. 여기 와보니 실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돈이 아닙니까? 돈이 있어야 경제를 움직이죠. 북한도 돈이 없기 때문에 경제가 안 움직인단 말입니다. 이것을 놓고 봤을 때 북한사람들이 사상을 첫째로 놓고 교육하는 것이 잘못 됐구나.

때로는 아직도 남한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든 점도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하지도 않은 지도자 욕을 했다해서 험한 고생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남북한이 정말 다른 세상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합니다.

전진: 여기와서 느낀 것은 대통령을 욕한단 말입니다. 우리는 김정일 욕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내가 여기 올적에 김정일을 욕하지도 않았는데 욕했다고 해서 도망쳐 왔습니다. 여기는 거기와 정 반대예요. 막 욕한단 말입니다. 너희 왜 욕하는가 하니까. 내가 선거해서 뽑은 대통령인데 일을 잘못하면 욕을 할 수도 있지 뭐가 문제인가 이러는 겁니다. 여기는 별난 사회다 하니까 여기 사람들은 별난 사회가 아니라 여기가 진짜 자유민주주의라고 그러더라고요.

일요일이면 교회가서 목사님 설교 듣고 사람들 만나는 것이 큰 행복이랍니다. 한주일에 한 번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고 하는데요.

전진: 우리 주일에 교회갑니다. 그러면 여기 있던 분들이 우리가 가면 안아줍니다. 북한에서는 포옹이란 것을 몰랐습니다. 악수나 하고 휙돌아서면 전부인데 여기는 안아줍니다. 처음에는 좀 어색한데 지금은 상당히 행복합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나한테 와서 북한에 대해 물어보고 설명듣고 갈 때 정말 행복합니다. 제발 너희가 잘 배워서 우리가 못한 것을 해라 앞으로 그렇게 해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기쁘고 입가에 웃음이 돌고 그래요.

요즘 전진 씨가 조용히 준비하는 것이 있습니다. 북한선교와 통일을 대비한 기독교인들의 마음이란 내용으로 남한생활을 하면서 교회를 다니며 생각한 내용을 글로 적어 한권의 책으로 출판하는 겁니다.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전진 씨의 책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진: 제목은 북한복음화의 최전선은 우리주변에 있는 탈북민들과 그들이 다니는 교회이다. 탈북자들을 잘 교양해 달라 그러면 북한 복음화에 효과적이다. 남한에 3만명 넘는 탈북자가 사는데 이분들이 자기 고향에 가서 복음을 전하면 얼마나 좋은가 이런 것을 남한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북한에서 온 분들에게는 우리가 꼭 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는 의욕을 주자는 것이죠.

제2의 고향 오늘은 함경북도 은덕군 출신 전진(가명) 씨의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