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옛말에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당사자가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억지로 시킬 수 없다는 말인데요. 대기업에 취직해서 매달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것을 선호하는 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작아도 자기 가게를 차려서 사장이 되겠다는 탈북자도 있습니다. 오늘은 함경북도 경원군 출신의 최지애(가명)씨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최지애: 평안남도 증산 용덕리에 있는 11호 노동단련대에 가서 1년동안 겨우 살아서 목숨만 건져 살아 온 사람이예요.
노동단련대에서 영양실조 3도로 내일이면 죽는다고 해서 풀려 나왔다는 최 씨. 얼마간 몸을 추스린 후 다시 도강을 해서 중국에 갑니다. 그곳에서 불법체류자로 신분을 숨기고 살다 남한행을 택합니다. 최 씨는 현재 편의점에서 시간제 일을 하면서 화장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지애: 우리 일반 식품들을 판매해요. 도시락, 김밥, 음료수, 아이들 간식 등 생활용품을 파는 겁니다.
기자: 하루 몇시간이나 일하십니까?
최지애: 하루 5시간, 주 5일 일하고 오후에는 반영구 예약 손님 받고 주말에는 출장도 가고요. 저를 가르친 선생님하고 일하는 데 그 가게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고 예약 손님있으면 출장 나가고요. 네일아트 자격증을 따려고 하는데 필기는 됐는데 실기에서 떨어져서 이번에 또 신청 했어요.
기자: 일반사람들이 반영구라고 하면 잘 모를텐데요.
최지애: 눈썹문신 아이라인 하는 겁니다. 요즘 눈썹을 그리기 힘든 사람이 그리지 않게 하기 위해 하잖아요. 젊은 사람도 그렇고요. 남자들도 눈썹을 하고 아이라인도 해요. 또렷한 눈매를 위해서요.
매일 하는 화장이 아니라 한 번 시술을 하면 지워지지 않는 화장을 해주는 기술자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화장을 안하는 남성에게는 미용 문신을 해준다 정도로 말하면 이해가 빠를 수도 있겠습니다.
최지애: 반영구라고 해서 3년이면 다 지워져요. 색소가 빠져요.
기자: 하고 나서 마음에 안들면 어떻게 하나요?
최지애: 디자인부터 본인이 원하게 하는 거죠. 그리고 기술이 들어가는거죠.
쉽게 설명하자면 먼저 시술할 밑그림을 보여주고 거울을 보면서 확인을 한 후에 마음에 들면 지워지지 않게 화장시술을 해주는 겁니다. 최 씨가 처음부터 이 분야 일을 했던 것은 아니고 이전에는 약국에서 약사 보조일을 하다가 업종을 바꾼 겁니다.
최지애: 재밌어요. 나만의 기술이니까요.
기자: 적성에도 맞고요?
최지애: 제가 원래 그런 것을 좋아하니까요. 너무 좋아요. 제가 반영구를 잘 배웠다고 생각해요.
기자: 약국에서 일할때는 막 움직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찾아오는 손님만 받으면 되잖아요.
최지애: 스트레스가 좀 있어요. 내가 약을 잘못 주면 안 되니까 스트레스를 받죠. 쉬운일이 없어요.
기자: 미용기술 몇 년 배워서 반영구하고 네일을 하는 겁니까?
최지애: 반영구는 4개월 넘게 배워서 그때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시술도 다해요.
최 씨는 중국에서 10년을 살다 남한에 갔습니다. 그래서 탈북해 바로 남한생활을 하는 사람보다는 쉽게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이 됐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남북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또는 중국에서 살면서 몸에 익숙해졌던 것과는 차이가 있어 어색한 부분을 극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최지애: 오래 여기서 살다보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여기서 할말 해야 하고 내 의견을 말할때는 해야 하지만 자제해야 할때는 자제를 해야겠구나 하는 것을 많이 배웠어요. 음성도 높이고 막 싸워보기도 했는데 내 할말 다해보기도 했는데 여기서는 감춰야할 것은 감추고 숨겨야 할 것은 숨기고 피해야 할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더라고요. 또 내가 벌고 싶은만큼 쉬고 싶은만큼 쉴 수도 있으니까 너무 좋고 노력의 대가를 받는 자체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여기서 못 산다는 것은 내가 노력을 안해서 못사는 거예요.
처음에는 시간제 일도 하고 약국에서 일하면서 남한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편의점 일과 화장시술을 병행하고 있지만 이런 일들은 내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경험을 쌓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최지애: 지금 제가 네일아트 자격증을 따려고 준비 중에 있어요. 내 기술을 갖고 나이 들어서도 먹고 살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많이 번다기 보다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네일아트 자격증이라고 하면 손톱과 발톱을 전문 관리해주는 사람이 갖는 국가인증서 인데요. 보통 피부미용 등 화장을 전문으로 해주는 가게를 운영하자면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자격증이 없이 시술을 하다 발각이 되면 처벌을 받기 때문입니다.
최지애: 이게 국가 자격증이예요. 가게를 차리자면 자격증이 있어야 해요.
기자: 그러니까 실력이 있더라도 가게 운영을 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이말이죠.
최지애: 네, 자격증이 있어야 해요. 반영구는 내가 자격증을 땄잖아요. 반영구 화장이라고 해요. 국가 자격증이예요.
사실 네일숍 즉 여성의 손톱을 아름답게 가꾸어 주고 장식을 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게를 열기 위해 자격증 시험을 한 번 봤었는데요. 이 시험은 이론 즉 필기시험을 먼저 보고 합격한 사람이 실기 즉 실제 기술 시험을 치루게 됩니다.
최지애: 자격증은 아트 자격증부터 4가지로 나눠서 시험을 보는 겁니다. 마지막이 네일 한 것을 지우는 거예요. 4가지 시험 중에 어떤 것이 나오는지 모르는 데 이중에서 나오는 거죠.
최 씨 북한에도 눈썹 반영구 화장을 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최 씨 역시 북한에서 눈썹문신을 했었다고 말하는데요. 자세히 설명을 들어도 전문용어가 많아 솔직히 무슨 말을 하는 지 무슨 외국말처럼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최 씨는 지금 다시 시험을 보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최지애: 60점부터는 합격인데 시험이 어렵더라고요
기자: 이번에는 합격할 수 있겠습니까?
최지애: 자신있어요. 계속 연습을 하니까 문제없어요. 저번에도 소독을 빼먹어서 그렇지 기술이 약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었어요.
오늘은 직원으로 일하지만 언젠가는 내 가게를 차려서 사장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는 최 씨. 예약 손님을 받기 위해 동서남북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돼있습니다.
최지애: 차 끌고 다니면서 출장을 다니고 해요.
기자: 수입은 더 많아졌겠어요.
최지애: 거의 비슷한데 나만의 기술을 가지고 하니까 즐겁고 편하고요. 약국에서 일할때는 눈치를 많이 봐야 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했는데 이것은 그런 것은 없어요. 나만의 기술로 손님이 만족하면 성취감을 느끼고요. 내가 하는 일이 즐거워야 하잖아요.
기자: 올해 계획은 뭡니까?
최지애: 지금 네일아트 시험을 봤는데 6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서 떨어졌어요. 내가 실수를 했어요. 한국은 기술보다 위생을 철저히 보는데 마지막에 소독을 해야 하는데 안해서 감점을 받아서 떨어졌는데 이번에 다시 시험보면 잘할 것 같아요.
제2의 고향 오늘은 함경북도 경원군 출신의 최지애(가명)씨의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