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서울살이] 내연기관 종료 시대와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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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는 와중에, 어느새 전통적인 더위철 삼복이 다가왔습니다. 16일은 삼복의 초입구인 초복입니다. 한국은 삼복이 되면 북에서 닭곰이라고 부르는 삼계탕을 먹는데, 초복에 이미 삼계탕집이 예약이 꽉 차서 줄이 길게 늘어섭니다. 올해는 특히 그 어느 때보다 더운 삼복이 될지 모릅니다.

더우면 여기는 그래도 에어컨이라 불리는 냉풍기를 가동시켜 시원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만, 고작 선풍기에 의존하는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에어컨은 전기가 풍족하지 못하면 쓰기 어렵습니다. 한국도 1년 중에 전기 소비량이 가장 많은 시기가 겨울이 아니라 7월 20일부터 8월 말까지 약 40일 동안입니다. 이때 국가의 전기 생산 능력이 총 가동됩니다. 전력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이 모자라면 대량 정전사태가 벌어지는데, 고도로 발달된 국가일수록 에어컨뿐만 아니라 컴퓨터 등 모든 것이 전기에 의존하고 있어 대량 정전이 되면 나라가 마비됩니다. 북한처럼 늘 정전이 되는 곳과는 다릅니다.

한국에서 올 여름 하루 최대 전력 수요는 9600만K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게 어느 정도인가 하면 북한의 경우 전력 생산능력이 지금 대략 200만KW로 보는데, 실제는 그보다 낮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에 비하면 한국이 전기를 최소 50배 더 생산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밤에 위성으로 보면 한국 땅은 환하지만, 북한 땅은 바다처럼 새까맣게 보입니다. 마치 한국이 섬나라인 것처럼 착시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전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러분들에게 지금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한 가지 사례를 한번 설명 드려볼까 합니다.

바로 전기차 시대의 도래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자동차라고 하면 휘발유나 디젤유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기차는 배터리로 가는 차입니다. 한번 충전하면 500㎞는 가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저도 전기차를 타 봤는데, 정말 좋긴 했습니다. 소음도 없고, 3~4초 안에 시속 100㎞에 도달하고, 쾌적하고, 매연도 없고, 아무튼 장점이 많습니다. 전기차를 타 본 사람들은 다시 휘발유차로 돌아가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전기차의 단점은 충전 시설이 부족하고 충전 시간이 좀 많이 걸리는 것인데, 이것도 지금 빠르게 결함을 고쳐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발 빠르게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앞으로 10년 안에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차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인 벤츠도 2025년부터 A클래스, B클래스 내연기관 승용차를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 2030년까지 모든 차를 전기차로만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30년이면 길게 느껴질 것인데, 불과 8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벤츠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는 향후 10년 안에 모두 단종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자동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한정적인 자원인 석유의 고갈을 우려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지금 북한에서 고위 간부들은 벤츠를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솔직히 북한에서 생산되는 차량이 없으니 유럽 고급차나 일본차를 타고 다니는데, 8년 뒤부터 더 이상 내연기관차는 살 수 없습니다.

더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김정은이 타고 다니는 차량이 벤츠 S600 방탄차량입니다. 가격이 50만 달러가 넘습니다. 원래 북한은 제재를 받아 이렇게 비싼 승용차가 들어갈 수가 없는데, 북한은 2018년 네덜란드에서 몰래 사서 두 대나 들여갔습니다. 바로 들여가면 압수될 수 있으니까 네덜란드에서 중국 대련으로, 대련에서 일본 오사카로, 다시 한국 부산으로, 그리고 러시아 나호드카항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비행기로 평양에 들여갔습니다. 허술한 컨테이너에 숨겨서 장장 4개월에 걸쳐 추적을 피하면서 들여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벤츠가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앞으로 10년 뒤 쯤이면 고장이 났을 때 부속을 암거래 시장에서조차 사기 어렵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중앙당 간부들의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외화도 없는데, 북한에 있는 고급 승용차들을 앞으로 10년 안에 어떻게 전기차로 바꾸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큰일입니다. 물론 전기차만 생산된다고 해서 당장 내연기관 차량도 다 사라지지 않겠지만, 어쨌든 시간이 갈수록 내연기관 차량은 고장이 나도 부품도 제대로 구입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전기차를 새로 사서 들여갔다고 칩시다. 그럼 더 큰일이죠. 북한이 휘발유는 중국의 무상 지원을 받든가 아님 사서 들여갈 수 있지만, 전기는 그렇게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전기차가 있어도 충전할 곳도 없으니 그때 가서 북한은 차량이 다닐 수가 없습니다. 평양에 충전소 몇 개를 세우고 충전할 수 있게 전기를 보장한다고 해도, 지방에 갔다 방전되면 어떻게 합니까.

북한이 전기차의 시대에 발을 맞추려면 앞으로 10여 년 내에 북한의 전기 생산량이 전기차를 충전할 만큼 비약적으로 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김정일이 전국에 발전소 짓는다고 그렇게 유난을 떨었던 것이 벌써 20년이나 됐는데, 지금도 전기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10년 뒤에 갑자기 전기가 차량에 충전할 정도로 풍족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지금처럼 가다가는 남들은 전기차 시대로 가는데, 북한은 거꾸로 달구지 타고 다니는 시대로 갈 판입니다.

세계와 동떨어져서 뒷걸음질만 치는 북한에겐 어쩌면 필연적인 운명이기도 할 겁니다. 그 전에 김정은 체제가 붕괴돼 북한 사람들도 전기차를 타고 다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