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왕조의 실체] 김정일과 줴기밥

0:00 / 0:00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식량난으로 주민들이 굶어 죽자 북한은 "김정일이 줴기밥(주먹밥)에 쪽잠을 자며 인민들을 걱정하고 계신다"고 선전했습니다. 식량난이 몇 해가 가도 해결되지 않자 나중에는 김정일도 하루 한 끼 '죽'을 먹는다고 했습니다. 김정일이 줴기밥에 쪽잠으로 인민들을 걱정한다는 노래까지 배포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전은 북한에서1988년부터 2001년까지10년 넘게 김정일의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 씨가 수기를 발간하면서 거짓이라는 게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후지모토 씨는 수기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김정일은 중국의 특별한 요리인 야자상어날개탕과 프랑스식 소고기 구이, 그리고 일본식 생선회와 뱀장어 철갑상어알 요리 등을 즐겨 먹었으며 한 끼 식사에 반찬이 모두 20-30가지는 족히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김정일은 최고급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측근을 외국에 파견했으며 주로 일본에서는 다랑어 생선을 동남아시아에서는 열대 과일을, 그리고 덴마크에서는 돼지고기를 구입해 오는 등 외화를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정일은 또 북한 음식 중에서는 송이버섯을 즐겨 먹었으며, 송이버섯 요리가 식탁에 오르는 날에는 김정일과 그 가족들이 한 사람 당 7-8개 씩은 먹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일은 특히 술을 좋아해서 개인 포도주 저장고에는 포도주가 1만 병이 비축돼 있고 프랑스산 코냑과 스코트랜드산 위스키, 체코산 맥주도 가득 진열돼 있다고 후지모토 씨는 전했습니다. 저장고의 술들은 주로 김정일이 측근들을 초대해 밤마다 연회를 열때 소비된다고 후지모토 씨는 수기에서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김정일이 아예 줴기밥을 먹어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북송교포 출신 탈북자 김철용(가명) 씨는 김정일이 현지 시찰을 갈때면 전속 요리사들이 산해진미를 즐기는 김정일의 입맛에 맞춘 특별 줴기밥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평양의 고위 간부에게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김정일만을 위한 이 특별 줴기밥은 갖가지 고급 재료들로 요리됐으며 재료값만 따져도 줴기밥 하나 당 미화로 $45달러가 넘는다고 폭로했습니다.


김철용: 김정일이 현지 시찰 갈때 전속 요리사도 함께 다닙니다. 줴기밥을 만드는데 거기에 바르는 기름이 동유럽에서 나는 기름이고 쇠고기가 뉴질랜드 산이고 그 안에 연어알도 들어가고 철갑 상어알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료비만 미화로 45달러가 넘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정일은 이렇게 특별하게 만들어진 줴기밥을 현지시찰 하러 갈 때 이용하는 벤츠 승용차 안에서 간식용으로 주로 먹는다고 알려졌다고 김 씨는 덧붙였습니다. 결국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이 생각하는 줴기밥과 쪽잠과는 전혀 다른 독일에서 수입한 벤츠 승용차의 넓고 편안한 의자에서 잠을 자고 출출하면 최고급 영양 간식으로 줴기밥을 먹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이애란 씨는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굶어죽어갈 때 김정일은 최고급 요리를 즐기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단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이애란 : 죽 먹는다고 하고, 인민들이 조밥 먹으면 자기도 조밥 먹는다고 하고 다 거짓말이라고 알고 있어요. 잘 먹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먹는 줄은 몰랐어요. 상어 지느러미에 초밥도 좋아하고 일본에서 그거하나 만들려고 일본에서 요리사까지 사가지고 오고 요리 재료 사려고 다른 나라에 출장 보내고 그런 것을 아니까 분노하게 되더라구요.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과거 북한 내에서도 사정을 잘 아는 사람끼리는 “인민들 굶을 때 쪽잠에 줴기밥 먹었다면서 배는 왜 그렇게 나왔나?”며 공공연히 김정일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최근 김정일이 건강이 나빠져 수척해진 모습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감동하거나 동정하지 않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한 전투는 일년 내내 계속되지만 식량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어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식량을 구할 수 있었던 장마당마저 통제된데다 화폐 개혁까지 단행되자 주민들의 불신과 불만은 극에 달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이제 북한 사람들은 김정일이 ‘앞으로 좋아질 것이다’며 어떤 약속을 해도 믿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김정일의 호화로운 식탁과 기쁨조 연회에 대해서 이미 북한 내부에도 소문이 나 있으며 이밥에 고깃국을 먹여준다는 약속을 믿는 주민들은 더이상 없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