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북한-22] 래리 닉시(Larry Niksch) 전 의회조사국 아시아 분석가 "김정일, 주민에 대한 빈곤 강요로 정권지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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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의회조사국(CRS)에서 30여년간 아시아 전문가로 봉직하며 북한 문제에 관한 분석 보고서와 참고자료를 통해 의원들의 의정생활을 뒷받침해온 래리 닉시(Larry Niksch) 박사로부터 북한의 문제점에 관해 들어봅니다. 닉시 박사는 지난 2월 의회조사국에서 은퇴한 뒤 지금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여전히 북한 문제에 관해 폭넓은 견해를 제시하고, 북한관련 토론회에도 곧잘 모습을 드러내 북한 문제에 관한 미국 내 여론을 진작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닉시 박사는 북한이 오늘날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난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북한 경제가 붕괴 상황이다 보니 주민들의 고통과 핍박이 하늘을 찌르다보니 탈북 주민들이 많아지고, 북한 정권은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 수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 김정일 정권은 지난해 화폐개혁과 같은 반시장적 조처를 통해 과거 김일성 시대의 계획경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고 개탄하고 그 기저에는 어떤 식으로든 정권을 지탱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닉시 박사는 김정일 정권이 실패한 경제로 인해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이처럼 주민들이 고의적으로 고통을 받는 일종의 빈곤 강요정책을 취함으로써 사회 통제를 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극도의 궁핍 생활을 해야 정권에 어떤 정치적 위협도 되지 않는다고 본다. - 래리 닉시


Dr. Larry Niksch

: (That actually is part of Kim Jong Il's policy of what I call forced poverty, forced policy that he follows in his economic policy towards the masses...)

“북한 정부는 주민들의 빈곤을 강요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본다. 즉 김정일은 북한 민중에 대한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빈곤을 강요하고 있는데 그 목적은 북한 주민들에게 매일매일 최소한의 생필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정도의 힘든 생활을 강요하려는 데 있다. 김정일과 지도부는 북한 주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모든 정력을 기본 생필품을 확보하는 데 보내야 할 정도로 극도의 궁핍 생활을 해야 정권에 어떤 정치적 위협도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렇다면 김정일 정권을 뒷받침하고 있는 특권 계층은 어떨까요? 닉시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군부와 지도층을 포함한 특권계층에 대해선 고통받는 일반 주민들과는 다른 선심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자신의 정권을 지탱하기 위해선 핵심 계층인 엘리트층의 지지가 절대적이라는 겁니다. 또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이런 저런 경제적 보상이나 특혜를 주는 방법을 택해왔지만 여기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고 닉시 박사는 설명합니다.

Dr. Larry Niksch

: (Even that strategy has its limits ideologically. I think we've seen these limits with attempts to outlaw foreign currency...)

“김정일의 그런 전략은 분명 이념적으론 한계가 있다. 외화를 불법화하려는 시도며 장마당을 폐쇄하려는 시도가 단적인 예다. 최근 실패로 끝난 화폐개혁도 여기에 포함된다. 사실 이런 것들이 북한 엘리트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줬다. 이런 경제적 기회를 통해 엘리트들은 시장에서 소비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었고, 외화를 이용해 그밖에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또 이들은 기존 화폐를 저축도 하고 쌓아둘 수도 있었다. 그런데 김정일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는 엘리트조차 경제적 부를 추구하면서 너무 독자적으로 행동하도록 해선 안 되고, 이들에 대해서도 고삐를 죄어야 한다고 느꼈다. 이게 바로 최근 북한 최고 지도부가 취한 경제정책 변화의 주된 동기였다고 본다. 즉 새 화폐를 도입하면서 기존 화폐를 몰수하고 외화를 불법화하며 준시장인 장마당을 폐쇄하려던 조치가 그것이다.”

닉시 박사는 지난 30여년간 의회조사국에서 북한문제를 관찰해왔지만 북한의 변화는 좋은 쪽보다는 오히려 나쁜 쪽으로 진행돼왔다면서 특히 경제부문이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북한에서 소위 식량난이 1980년대 말부터 시작돼 90년대 들어 하루 두끼를 강요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김정일 정권은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경제마저 피폐해지자 오히려 이런 식량난을 기화로 주민들에게 빈곤을 강요하는 기형적인 정책을 추구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기본 생필품의 공급은 오히려 김정일보다는 김일성 시대가 더 좋았다고 닉시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북한 김정일 정권이 성공적인 개혁, 개방을 통해 부유한 나라로 성장한 중국이나 베트남의 선례를 따라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처럼 진정한 개방, 개혁으로 나갈 경우 정권을 지탱할 힘도 영속성도 없다는 겁니다. 그 때문에 김정일 정권은 핵개발을 일종의 국가 생존전략으로 삼고 있지만, 핵개발의 이면에는 실패한 경제로 외화벌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닉시 박사는 원래 북한이 1980년대부터 처음 핵을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만해도 남한에 대한 군사적인 호전성 정책에서 기인했다고 말합니다. 즉 핵을 남한에 대한 군사적 우월감의 표시이자 향후 군사적 공격 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간주했다는 겁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북한은 경제가 붕괴되고, 김일성 주석이 점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하기 시작하면서 김일성이 자신에 대한 군부의 지지를 계속 담보할 수 있게 만든 방법이 핵개발이었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90년대 들어 경제가 본격적으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면서 외화획득에 차질이 생겼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부족분을 보충하려 한 측면이 있다고 닉시 박사는 설명합니다.

Dr. Larry Niksch

: 특히 1990년대 후반 김정일이 진정한 경제개혁을 거부한 채 기존의 계획경제를 답습했는데 그 때문에 한 가지 골칫거리가 생겼다. 즉 경제는 엉망이지만 여전히 외부에서 정권으로 돈은 유입돼야 했다. 김정일은 수출 주도형 경제를 이룩해 많은 외화를 벌어들인 중국과 베트남처럼 진정한 경제개혁을 착수해야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그렇다면 김정일은 특히 엘리트와 군부 지도부의 경제적 충족을 위한 상당량의 외화자금을 확보해야 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 대량살상무기의 판매와 위조지페의 판매 등으로 충당했다. 따라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은 북한정권의 주된 수입원이었고, 또 북한은 이란과도 다양한 협조관계를 지속했다. 여기에 위조지폐도 큰 수입원이었다. 북한은 이런 활동 덕에 매년 15억~2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런 대량살상무기 확산은 김정일이 진정한 경제개혁을 거부한 데 따른 외화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한 대체품목인 셈이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만일 핵과 미사일 기술이 없었다면 김정일 위원장도 경제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압력을 느꼈을 것이고, 경제개혁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닉시 박사는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일 정권이 바뀌면 희망이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닉시 박사는 설령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아들에게 세습해도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과 같은 독재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별로 기댈 희망은 없다고 말합니다. 특히 김일성을 거쳐 김정일 부자의 1인 절대 독제체재를 감안할 때 김정일 이후 권력 이양과정에서 북한의 불확실성은 더해갈 수밖에 없다고 닉시 박사는 진단합니다.


Dr. Larry Niksch

: (I think certainly you're likely to have the same old system. You're likely to have the initial stages of stability...)

“권력이양이 이뤄져도 북한은 기존 체제를 그대로 답습할 것 같다. 또 초기엔 안정 단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권력 이양 뒤 서너해 동안 정말 불안정한 시기를 예측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 초기엔 정권의 안정될 것 같다. 또 상당 기간은 공산당과 군부 지도부로 이뤄진 집단지도체제이 진정한 권력을 행사할 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명목상의 지도자로 부각할 것이다. 김정은이 실질적인 힘과 권한을 확보하기 전까진 명목상의 지도체제가 최소 10년 정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것이다. 과거 구소련과 동유럽에서 집단지도체제가 권력을 장악하면 파벌 간에 투쟁이 벌어지는 걸 보곤 했다. 만일 북한에서도 권력 이양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북한의 내부 상황은 더욱 격동적이고 불확실해질 수 있다.”

닉시 박사는 이어 현재 북한 정권과 보안기관, 군부의 잔혹성과 경제적 피폐를 감안해볼 때 과거 1980년대 후반 동유럽 국가에서 국민들이 공산정권에 항거한 것과 같은 현상을 북한 주민에게 찾아보긴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는 김정일 정권에 항거할 만한 조직화된 정치조직이나 야당 세력이 없다는 겁니다. 다만, 권력 이양과정 후 집단지도체제에서 이견이 노출돼 개방, 개혁과 같은 문제에 관해 찬반 양파가 갈릴 경우 분파주의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 경우 북한 주민의 입장에선 좀 더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올 수 있는 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간기획 <내가 보는 북한> 오늘 순서에서는 미국 의회조사국 아시아 전문가로 반평생을 보낸 래리 닉시 박사의 견해를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