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특집] “진정한 나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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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UN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북한에서는 “3.8 국제 부녀절‘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100여년 전 여성 차별 반대와 사회적 지위 향상을 외치던 운동이 오늘에 이르러 전 세계 여성이 나라와 인종을 뛰어 넘어 여성이란 이름으로 연대하고 기념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RFA 여성의 날 특집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탈북여성들이 느끼는 나를 위한 소중한 시간”을 정영 기자가 전합니다.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은 하루에 자신을 위해 얼마나 시간을 사용하십니까? 4시간 혹은 8시간? 그러면 일년에 여러분은 자신의 개발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십니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중요합니다. 행복하고 만족스런 삶을 위해서는 시간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북한과 외부 사회에서 느끼는 여성들의 시간에 대해 미국과 영국, 남한에 사는탈북여성들을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 음악 insert>

지금으로부터 114년 전인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는 1만 5천여 명에 달하는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습니다.

이들이 빵을 외친 것은 남성에 비해 턱없이 적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요구였고, 장미는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후 여성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수도 없는 투쟁이 이어졌고, 유엔은 1975년을 ‘세계여성의 해’로 정하고 1977년에는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로 지정했습니다.

그로부터 여성들의 권리는 끊임없이 신장되었습니다. 남성들과 똑같이 정치에 참여할 권리, 성차별 금지, 평등 임금, 육아지원제도 등 다양한 권리들은 다 이러한 역사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 볼 수 있는데요.

<북한 가요 insert> 음악 ‘여성은 꽃이라네’

북한에서는 ‘세계여성의 날’을 ‘3.8국제부녀절’로 부르고 있는데요. 이날을 맞아 여성들을 ‘나라의 꽃’ ‘생활의 꽃’이라며 체제선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탈북여성들에 따르면 이날은 직장에서 여성들을 위해 야유회도 조직해주고, 그날만큼은 남편이 밥을 차리는 문화가 요즘에는 자리 잡혀 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탈북 여성들이 느끼는 행복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못합니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이영숙(가명)씨는 2014년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이씨가 미국에 와서 돌이켜 보니 정작 북한에 있을 때 자신을 위해 쓴 시간은 별로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영숙 :수요일에는 수요강연회하고요. 우리 여맹에도 강연회라는 게 있어요. 금요일에는 혁명활동 연구실에 가서 진짜 숨죽이고 기침해도 안되지 않나요. 그리고 거기 가서 혁명력사를 배우지요. 그리고 토요일에는 생활총화를 하지요. 우리 여맹생활총화에서는 나는 일주일 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다, 그리고 직장 나가는 남편을 잘 도와주지 못해주었다. 이런 것을 비판합니다.

북한 여성들은 새해가 시작되면 퇴비(거름) 전투에 동원되어야 하고, 봄 가을 농사철에는 농촌동원되어야 하고, 한 주일에 3일은 각종 사상 학습과 생활총화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영숙 씨 역시 가족 부양의 힘든 짐을 져야 했는데, 여자가 당연히 해야 할 일로 받아들였다고 말합니다.

이영숙 :저는 시집가서 집에서 가축이나 기르고 그럭저럭 먹고 살았지요. 거기서는 아파도 돼지를 길러야지요. 개를 길러야지 염소를 길러야지 정말 고생했어요. 우리집에 밭이 좀 많았어요. 소토지라고요. 그저 뚜지고 심고, 진짜 애를 썼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힘들게 살 때 풀죽이라도 먹고 살았다는 거지요.

그 뿐만 아니라 남편시중, 육아전담, 시부모 공대 등 부담을 지게 되는게 북한 여성들이라는 겁니다. 더구나 여자가 장사를 못하면 가정이 불행하다는 편견이 북한 사회에 만연되어 여성들은 결혼만 하면 직장을 그만두고 장마당에서 물건을 팔아야 하는 등 생활전선에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영국에 정착한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는 북한이 선전하는 ‘여성은 꽃’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말합니다.

박지현 대표 :전세계적으로 '여성은 꽃'이라고 부르는 나라가 북한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실 북한 여성들이 꽃이였던게 아니라, 북한에서 여성으로서 모든 권리가 박탈되고 여성으로서 자유권조차 마음대로 누릴 수 없는 곳인데, 영국이라는 곳에서는 완전 다르지요. 가정의 모든 부담을 여성 혼자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같이 분담하고요. 그리고 북한에서는 결혼만 하면 여자는 하우스 와이프(가정 주부)로만 있어야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는 육아 부담 등 모든 것을 해야 하지만, 여기 영국에서는 여성들이 사회 나가서일을 할 수 있고, 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고, 여가 시간도 누릴 수 있지요. 완전히 극과 극이지요.

또 북한에서 강조하는 집단주의는 개인과 가정을 중시하는 영국과 확연히 다르다고 말합니다.

박지현 대표 :여기서는(영국) 일반 사람들이 나라에 충성하라는 게 없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나가서 돈을 벌면 본인을 위해서 쓰고, 본인의 가정을 위해서 쓰는 돈이지 뭐 나라에 바쳐야 하고, 물론 모든 사람들이 세금은 내야 하지만 북한처럼 북한 정권에 충성 자금을 바치라고 하든가, 모든 것을 지도자를 위해서 복무하라는 말이 없지 않습니까, 모든 것은 개인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사니까 다른 것이지요.

북한은 여성들에게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훌륭한 여성혁명가 대부대를 갖고 있는 것은 우리 당과 인민의 크나큰 자랑”이라며 “당과 수령에 대한 백옥 같은 충정심, 조국과 인민에 대한 헌신적인 복무정신, 숭고한 도덕의리심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사상정신적 특질”이라고

말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게재했습니다. 박 대표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가정이 행복하면 나라가 건강하고 부강해진다고 알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집단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개인들의 삶은 불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노동신문 2020년 3월8일자도 “주체의 조선녀성운동의 근본 핵은 당과 수령에 대한 끝없는 충실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 외부 사회에서는 탈북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얼마나 또 어떻게 쓰고 있을까

박지현 대표 :제가 개인적으로 쓰는 시간이 많아요. 지금은 저 같은 경우에는 저녁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인 것 같아요. 저를 위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저녁에 너무 많은 겁니다. 공부할 시간도 있고, 영화를 볼 시간도 있고, 책 읽을 시간이 있고 너무 많은 시간이 주어지거든요. 저를 위한 시간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특히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저녁 시간이 제일 힘들지 않습니까, 남편이 집에 돌아오고, 아이들 학교 갔다 오면 그때부터 저녁식사는 물론 아이들의 옷 세탁도 해주고 다림질도 해줘야 하고, 다음날 아침 준비도 해야 되고, 또 인민반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에 참가해야 하고, 여성에게는 저녁시간이 너무 바쁜 것 같아요.

함경북도가 고향인 박하나 씨는 30대로, 먼저 탈북한 어머니 도움으로 어려서 남한에 정착했습니다. 어려서 북한을 떠났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그는 남한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했습니다. 공부하느라, 아르바이트(시간제 노동)해서 용돈 버느라 바쁘게 살았지만, 나름 의미 있는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였다고 말합니다.

박하나 :한국 와서 간호사가 하고 싶어서 간호학과에 들어갔는데, 도서관 가서 공부하고 그 다음에 아르바이트를피자집에서 1년 정도 일했어요. 그리고 파리바케트라고 하는 빵집에서도 7개월 정도 일했고 그렇게 돈을 벌고 했어요. 그런 식으로 내 시간을 보냈어요.

이렇게 바쁘게 대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여 대학 졸업 후에는 바로 취업하여 긍지감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박하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계획할 수 있지요. 누가 공부를 누가 강요한 것은 별로 없었고, 간호사 졸업을 하고 취업이 바로 되었지요. 간호사라는 직업이 취업률이 좋다 보니까 취업이 바로 되어서 소위 말하는 한국사회에서 정식 간호사로 채용되어 일했지요.

시간은 누구에게나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누구를 위해 투자했는가 에 따라 삶의 행복도와 만족감은 달라진다고 탈북여성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아웃트로]

RFA 여성의 날 특집 “탈북여성들이 느끼는 나를 위한 소중한 시간” 정영 기자였습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