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특집] 러-중에 유학, 북한 학생들의 꿈

0:00 / 0:00

MC: 3월 8일은 UN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북한에는 '3.8 국제 부녀절'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100여년 전 여성 차별 반대와 사회적 지위 향상을 외치던 운동이 오늘에 이르러 전 세계 여성이 나라와 인종을 뛰어 넘어 여성이란 이름으로 연대하고 기념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많은 변화에도 불굴하고 아직도 토대와 성분에 막혀 장래희망의 꿈조차 자유롭게 꾸지 못하는 북한 청년 중 여성이 느끼는 차별의 벽은 더 높습니다. RFA 여성의 날 특집 마지막 순서로 “북한 유학생들의 꿈”을 김진국 기자가 전합니다.

중국에서 북한 학생들을 만났다는 한국 유학생들은 북한 학생들이 경영이나 무역에 관심이 많았다고 기억했습니다.

박정아 (한국 유학생): 제가 (대학) 입시할 때 같이 공부했어요. 원래 연변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입시하려고 북경에 왔다고 들었어요. 남매가 같이 공부했었는데요. 누나가 특히 수학을 잘해서 중국 최고 명문 대학에 입학했어요. 경영 그런 쪽입니다. 부모님이 무역하는 사람, 되게 높은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렵게 통화한 중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은 북한 친구의 신분이 알려질 것이 걱정돼서 자신의 이름을 가명으로 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박정아 : 평양이 고향이라고 들었는데, 누나가 북한에서 학교를 다닐 때 공부를 엄청 잘했고 금성 학교인가를 다녔다고 했어요. 거기서도 '수학영재반' 이었다고 했어요. 아버지가 무역 일을 해서 함께 중국에 왔다고 했어요.

평양에 있는 금성 제1중학교는 11살부터 17살까지 600여 명의 영재들을 교육하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유학 5년 째라는 박정아 학생은 북한 유학생 남매가 주말 마다 가는 곳이 있었다고 기억했습니다.

박정아 : 주말마다 어디론가 열심히 다녔어요. 나중에 들은 소문으로는, 물론 소문이니까 사실인지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소문으로는 북한 학생들은 주말마다 모여서 회의하고 서로 감시하고 그런다고 했어요. 매주 보고 드려야 한다고 자기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

박정아 학생이 만난 북한 여학생의 장래 희망은 외교관이었다고 했습니다.

북한과 국경을 마주한 다른 나라, 러시아에서도 북한 유학생을 주목하는 한국인 학자가 있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고등경제대학 (School of Political Science)에서 강의하는 최근원 박사는 북한 유학생이 입학했다며 대화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최근원 박사: 저희 학교에도 북한 학생들이 입학을 했어요. 그런데 한번도 못봤습니다. 강의실에서 진행하는 수업에는 출석하지 않고 무조건 원격인 인터넷 온라인 수업만 듣고 있습니다. 본 적이 없고 접근도 굉장히 힘들거든요.

영국 BBC방송이 러시아 교육과학부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19의 세계 대유행 직전인 2019년 10월 기준 러시아에 있는 북한 유학생은 146명이었습니다.

최 박사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와 코로나 19의 두 가지 변수로 최근 러시아에 있는 북한 유학생 수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유엔 결의는 회원국들이 자국의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 22일까지 송환하도록 규정합니다. 북한 당국은 유학생 비자라는 편법으로 러시아에 노동자를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최 박사는 유학생 비자로 일하는 북한 노동자 대다수가 블라디 보스토크나 러시아 동북 외곽 지역에서 있을 것이라면서 모스코바의 유학생들은 북한 외교관 자녀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습니다.

기자: 모스크바의 유학 가는 학생들은 어떤 배경일까요?

최 박사: 보통 외교관 자녀들이죠.

최 박사는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인 북한 학생들의 전공이 통역이나 국제 관계 쪽이 많다면서 부모의 영향을 받아 외교관을 꿈꾸게 됐을 것이라면서 오는 5월 전면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 북한 유학생을 만나보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탈북자 출신 언론인 K씨는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유학하는 북한 학생의 장래희망은 북한의 일반적인 청소년이나 여학생들이 가질 수는 없는 꿈이라고 말합니다.

탈북 언론인 K: 북한에서 여성들이 어떤 꿈을 가진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정치적인 성향, 계급적인 토대나 가정환경, 충실성, 재력 등에 따라 꿈을 만들 수도 있고 장래희망을 가졌다가도 또 그 가정적인 환경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즉 내가 꿈을 꾼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환경 생활고 등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들로 인해 포기해야만 하는 환경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해외 유학을 꿈꾸지 못하는 북한에 있는 많은 여학생들이 꿈꾸는 장래 희망은 뭘까요?

북한을 떠나 한국에 와서 연세대학 입학 예정인 김은별 씨는 북한에 있을 때 교사나 통역사가 되고 싶었지만 그런 꿈을 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아서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김은별: 저는 희망은 교원을 희망을 했어요. 그런데 희망하고 그게 현실이 너무 다르고 해서 저희는 또 국경지대나 보니까, 통역사가 생활에 너무 맞는 것 같애서 통역사로 꿈을 바꿨어요. 한국에서는 대학도 다니고 싶고 공부를 마친 후 의류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은별 씨는 북한에 남아 있는 친구들의 장래희망은 결혼과 평양같은 대도시에서 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은별: 북한의 친구들은 시집을 빨리 가고 싶다고 했어요. 그리고 악기들도 배우고 싶고 춤도 배우고 싶어 하는데 실제는 자기 꿈을 실제로 실천하는 게 좀 힘들어요. 생활의 모든 게 그게 꿈이 맞춰주지 않고 하니까요. 교원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북한 여학생들 사이에 악기 연주와 춤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신분 상승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고 탈북 언론인 K씨는 분석했습니다.

탈북 언론인 K: 제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통해 듣기로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고 성악가들이 많이 성공하면서 어려서부터 성악이나 악기를 배워서 평양 은하수 예술단 같은 데 들어가면 크게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지방 출신들이 평양예술단에 들어가 공연도 하고 TV 에도 나오고 거기서 평양 남자랑 결혼도 하고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큰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대부분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다가 좋은 자리에 시집가는 것이 전부였고 직업이라고 하면 배급이 좋은 무역회사 같은 데 취직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함경북도 연사군 출신으로 한국에서 경영대학원 석사와 상담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민세 씨는 북한 여성들 스스로 차별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김민세: 북한에는 3·8절이 있는데, '여성의 날'입니다. 주말에 쉬지 못해도 3·8절에는 일을 안해도 돼서 엄마들이 모여서 맛있는것을 해먹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북한은 유교사상이 굉장히 뿌리 깊어요. 저희는 자랄 때 '여자는 남자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 이런 교육을 받으며 컸습니다. 저는 여성인권 문제는 단순히 남자들만 바꿔야 되는 것이 아니고, 여자분들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여성 인권은 굉장히 낙후되어 있고, 전세계 최하위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민세 씨는 북한의 청년들, 여학생들이 꿈 꿀 미래를 생각하면 암울하다면서 장래희망에도 차별의 벽을 넘지 못하는 북한 여학생들이 자신의 희망을 당당히 이야기 하고 꿈을 꿀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MC: RFA 여성의 날 특집 “북한 유학생들의 꿈” 김진국 기자였습니다.

진행 김진국,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