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주 한차례 여러분과 함께 남한과 북한의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비교 검토해 보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오늘도 탈북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과 함께 진행합니다. 김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남한에서는 10월을 축제의 계절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하늘이 맑고 청명한 날씨의 10월 한달 동안 전국에서 갖가지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지요. 서울의 각 구청과 전국의 지방도시가 서로 다른 이름의 축제를 마련해 지역주민은 물론 타지방 주민들도 큰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축제 중에는 외국에까지 소문이 나 관광객을 모이게 하는 유명축제도 적지 않습니다. 북한에도 이런 축제를 즐기는 문화가 있는지요?
김현아: ‘축제’ 라는건 북한에는 없는 말이예요. 북한사람들은 축제라는 개념자체가 없어요. 좀 비슷한걸로 ‘축전’이라고 합니다. ‘세계국제영화축전’ 그리고 북한사람들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이런게 남한에 와서 보니까 축제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같은 축제라도 남한 사람들이 접하는 축제보다는 북한에서는 정치행사라는 개념으로 많이 접근 하거든요. 축제는 여기처럼 주민들이 자유롭게 맘껏 즐기는 거잖아요. 근데 북한에서는 거기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국가가 규정을 해놓고, 어떻게 축전을 잘 보전해서 우리나라의 우월성이 세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질까 모든 사람들이 이런 관점에서 참가합니다.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즐기는게 아니라 정치행사를 다 보장해야 하는 말하자면 북한 사람 누구나 행사 보장 조성원이죠. 그런 의미로 참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축제에 대한 개념은 실제 없죠.
오중석: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은 남한이나 다른 외국에도 알려졌는데 그것이 결국은 범국가적으로 동원된 대규모로 진행된 행사죠.
김현아: 네 하나의 정치행사죠. 오중석: 사실 축제라는 게 생활이 안정되고 정신적인 여유가 있어야 맘놓고 즐길 수 있는 문화라고 봅니다. 모든 것이 집단적이고 당과 수령을 우선시 하는 북한에서 진정한 축제문화가 형성되기 어려웠을 거라 짐작은 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무슨 큰 행사가 있을 때 보면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춤도 추고 하던데 그건 또 무슨 의미인가요?
김현아: 그것도 하나의 행사죠. 예를 들어 이번에 당대표자회의가 끝난 다음에 남한에도 북한방송이 중계 보도가 되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김정일이 다시 총비서로 추대된 것을 축하해서 군중무도회 같은걸 하거든요. 그것도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너도나도 달려나와서 북치고 장구치고 춤판이 형성되게 되면 그야말로 그게 축제죠. 그런데 다 조직을 하거든요. 오늘 저녁에 광장에서 김정일이 다시 총비서로 추대된 것에 대해 행사가 있으니까 다 나와라. 그날은 군중무용을 하러 다 나가야 해요. 국가에서 지정해준 노래 선율에 따라서 배워춘 춤동작으로 돌아야 하는거죠. 주민자치가 하는건 아니예요. 전 다른건 몰라도 남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해마다 봄, 가을로 한번씩 대학축제를 하는 걸 본적 있습니다. 다 대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곡목을 선정해서 합니다. 북한은 그런게 아니라 당과 국가에서 하라고 하면 일제히 해야 하니 흥겨운 마음으로 하는게 아니라 또 동원이냐 이거 언제 끝나지, 빨리 끝내주지 하는 사람이 상당수니까 축제라기보다는 정치행사로 생각하는거죠. 가혹하게 말하면 행사의 노력 동원이죠. 하지만 그중에도 춤추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처음엔 강제로 갔지만 가서 흥이나서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오중석: 남한의 가을은 가히 축제의 홍수라고 할 만큼 지방마다 축제가 정말 많이 열립니다. 각 지방의 특산물이나 향토역사에 맞는 특색있는 축제를 마련하기 위해서 지방자치정부와 지역유지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요. 김선생님께서 가보신 지방 축제가 있으십니까?
김현아: 저는 축제에 많이 못가봤어요. 제가 잘 노는 걸 모르거든요. TV에서 축제를 소개하는 장면을 봤어요. 그 다음에 대학에서 학생들이 하는 축제는 어떻게 하나 신기해서 몇번 가본적이 있어요. 대학들은 예술행사 위주로 조직하더라고요. 무대를 만들고 인기있는 연예인들 데려오고요. 그래서 학생회에서 돈을 너무 쓴다고 비판도 받잖아요. 그 다음에 대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사물놀이를 참 좋아하더라구요. 다른 지방 축제는 많이 못 가봤습니다. 오선생님은 많이 가보셨죠?
오중석: 네 저는 요즘엔 잘 못 다니지만 그전에는 해마다 몇개씩 다니곤 했습니다. 한국의 축제라는게 대개 두가지로 나눠집니다. 하나는 옛날 우리 조상때부터 가을걷이를 끝내고 노동의 고달픔을 달래고 위로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축제들은 그 지역의 특색있는 각종 음식을 많이 마련하죠. 또 거기에 농악, 춤, 노래 또 어떤 고장에는 미인대회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곶감이 유명한 상주 같은 곳은 ‘상주곶감 아가씨’, 사과가 유명한 대구는 ‘사과 아가씨’도 뽑습니다. 남원은 춘향이 유명하니까 ‘남원춘향제’를 열고 춘향아가씨도 뽑고 하는데요. 굉장히 자발적이고 흥겹고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너무나 즐겁게 하루나 이틀을 보낼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 잔치죠.
김현아: 근데 요즘엔 너무 축제가 많아서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금년에는 지방에서 열리는 축제가 천개가 넘어서 오히려 축제가 너무 많다는 사회적 여론도 있다고 합니다. 지방정부 재정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겠냐는 말도 있는 것 같던데요.
오중석: 네 남한사회가 과거의 농경사회부터 생겼던 축제만 계속 가져갔으면 좋은데 남한이 경제가 발전하고 잘살게 되니까 지방 시, 군마다 자기들 축제를 만들어서 새로 시작하는 곳이 많아졌어요. 아무래도 돈의 여유가 있다보니 돈을 들여 화려하게 축제를 개최하죠. 남한 각지에서 열리는 축제가 1년에 천개가 넘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산이 낭비가 되고 또 잔치에 돈을 쓰다보니 지방자치의 재정도 문제가 생겨서 요즘에는 줄이자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런데 줄이자고 하는데는 동의하는데 자기들 축제를 줄이는건 또 반대를 해요. 생길때는 쉽게 생겼지만 줄이기는 힘든게 사실입니다.
김현아: 제가 최근에 인터넷으로 보니까 ‘강경젓갈축제’ 이런것도 있어요. 세상에 어떻게 젓갈로 축제를 하나 궁금해서 프로그램을 보니 모여서 직접 젓갈을 담가보고 맛을 보는 것이더라고요.
오중석: 그러니까 향토 특산물 이름을 걸고 하는 축제는 결국엔 외지인들이 와서 그걸 많이 사가라고 선전하는 것이거든요.
김현아: 우리나라에서 제일 일러주는 축제는 뭐예요?
오중석: 아무래도 역사가 길고 오래된 축제들이 몇개 있습니다. 봄에 하는 ‘강릉단오제’, 진주 ‘개천예술축제’ 그밖에 역사가 있고 전통이 있는 축제도 한 백여개 되는데요. 너무나 많은 새로운 축제들이 생겨서 복잡하고 문제입니다. 제 생각에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 동안 봄부터 여름까지 땀 흘려 일한 노동의 대가를 가을걷이를 통해서 보상받는 전통적인 농경사회였습니다. 이런 농경사회의 전통이 풍성하고 결국은 다양한 축제문화를 탄생시킨 배경인데요. 지난날 북한도 당연히 이처럼 다양한 축제문화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사회주의와 주체사상은 이런 민족전통마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까?
김현아: 북한에서 민족전통을 강조는 해요. 실제 여기 남한에 와서 보니까 북한에는 민족전통이 별로 없어요. 다 해방 후 혁명전통, 사회주의 문화 이런걸 많이 강조하다보니까 실제 이전날 민족주의 전통을 다시 되살리는 것은 복고주의로 평가하거든요. 그리고 그런 것이 전투적이고 혁명적인 우리 인민의 생활 양식과 맞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간소화하라, 이건 축제문화가 없는 것의 반영이라고 봐야 되겠죠. 그래서 외적으로는 민족전통을 계승발전시킨다. 그러나 실제로는 혁명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양식을 지켜야한다. 언제나 전투적으로 혁명적으로 살아라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니까 하나는 북한 체제유지와 관련이 있고 또 하나는 북한의 경제적 여건과 관련되어 있는겁니다. 제 생각에 북한은 축제를 하기에는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풍토가 잘 맞지가 않아요.
오중석: 그러니까 지금 북한 체제는 인민들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축제는 인정 못한다는건가요?
김현아: 아무리 축제가 노래 행사라도 하나의 조직 아니예요. 결국은 그 지방이 자율성이 있어서 또 그 축제를 조직하는 사람들이 어떤 일정한 대중의 요구를 반영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자율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요. 또 그런 축제를 가만히 두었다가 당과 국가를 반대하는 시위 축제가 되면 어떻게 하겠어요.
오중석: 네 오늘은 민족고유의 전통문화인 가을축제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 겨우살이 준비에 여념이 없으실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께 축제얘기는 배부르고 한가한 소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답고 청명한 가을날 일가친지와 마을사람들이 한데 모여 맘껏 먹고 즐기는 축제마저 가질 수 없다면 그것이 과연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사회주의 천국이고 강성대국의 모습인지 묻고 싶을 따름 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이번 순서는 여기까지 입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주 다시 뵈올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