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사형제 존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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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젊은이들과 남쪽에 정착한 탈북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이상갑, 청구인 측 대리인 ] "UN이 연구해서 세 차례 발표한 바가 있는데요, 그 내용에 의하면 사형이 무기징역형보다 범죄 억제력이 있다고 결론내릴 순 없다는 것입니다."

[성승환, 정부 측 대리인] "인간의 죽음에 대한 본능적 공포를 감안한다면 무기징역보다는 사형이 훨씬 더 범죄 예방 기능이 큽니다."

한쪽은 사형 제도를 찬성하고 한쪽은 사형 제도를 반대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어떤 쪽에 동의하십니까?

지난 3월 28일, 국제 인권 단체 엠네스티, 국제사면위원회는 '2010 연례사형현황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사형제를 채택하고 있는 58개국 중 2010년 실제로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23개. 남쪽도 사형제도가 있지만 14년 동안 사형을 한 번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입니다. 북쪽은 사면위원회 보고서에 발표된 사형수 숫자만 60건. 사형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중국, 252명을 사형한 이란에 이어 세 번째로 사형을 많이 집행한 국가로 꼽혔습니다.

사형은 가장 역사가 오래된 형벌이며 또 가장 무거운 형벌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에게서 생명을 뺏는 이 제도는 '복수와 응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제도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날로 흉악해지는 범죄에 대한 예방을 위해 존재해야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이런 사형제도 존폐 논란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진행자: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장희문, 최은주 씨,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장희문, 최은주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잘 지내셨습니까?

장희문, 최은주 : 잘 지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행자 : 오늘 주제는 좀 무겁습니다. '사형제도' 존폐 논란에 대해 얘기 나눠볼까 하는데요, 두 분은 사형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희문 : 사람의 생명은 함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죄를 지은 사람의 생명도 생명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그 사람이 죄를 뉘우칠 수 있는 가능성도 모두 죽여 버리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형제는 반대합니다.

최은주 : 저도 희문 씨에게 동의합니다. 큰 죄를 지은 사람의 목숨도 똑같은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두 분 모두 사형제에 반대하시는군요. 사형제도... 인간이 인간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극형입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인면수심 - 인간이라는 껍데기를 썼으나 짐승만도 못한 마음을 가지고 저지른 그런 반인륜적인 범죄가 늘어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 사형 제도를 폐지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게 역설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장희문 : 어떤 범죄자 - 특히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사이코패스, 즉 범죄를 저지르지만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사라지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 범죄자도 똑같은 생명을 가진 사람입니다. 또 그 사람에게 벌을 줄 때도 생명을 뺏어야 가장 큰 형벌일까요? 오히려 평생을 뉘우치게 해서 자기 죄를 깨닫게 하는 것도 형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은주 : 희문 씨 의견에 동의해요.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형제 존폐 논란에는 어떤 얘기들이 나오나 찾아봤습니다. 우선 '범죄 예방 효과'가 논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형제를 유지하자는 사람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본능적 공포를 감안한다면 사형이 유지돼야 범죄 예방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사람들은 방금 희문 씨가 얘기한 것처럼 죽음이 가장 큰 형벌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어야 하는 종신형도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습니다.

장희문 : 또 그리고 오판의 문제도 있습니다.

진행자 : 오판이란 잘못된 판결을 내리는 경우를 말하는 거죠?

장희문 : 맞습니다. 인간은 신이 아닙니다. 판사는 판결에 공정해야 하지만 판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정권이나 권력에 의해 잘못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경우 사형이 집행되면 억울하게 형을 받은 사람은 그런 억울함을 보상받을 기회 없이 그냥 끝나 버리는 것이죠. 이런 것은 방지하기 위해 사형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입니다.

진행자 : 두 분은 종교를 갖고 있죠? 종교적 견지에서 사형을 반대하기도 하죠?

장희문 : 종교 단체들의 반대가 가장 거셉니다. 그리고 지금 저희가 활동하는 그런 인권 단체들도 사실 종교 단체와 거의 같은 주장인데요, 살인범인 사형수를 사형시킨다고 해도 피해자가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 없고 또 피해자에게 위로가 되지 못하니까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얘기죠.

진행자 : 그리고 종교에서는 신이 인간에게 생명을 줬기 때문에 생명을 거두는 것도 신의 영역이라는 얘기를 하죠...

최은주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책임 문제'. 범죄의 원인은 범인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그런 범죄인을 만든 사회와 제도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사형제는 이 모든 책임을 온전히 범죄자에게만 부과하기 때문에 잘 못 된 것이라는 얘기죠. 저는 이 '책임 문제'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진행자 : 사형제도의 존폐 논란... 사형 제도의 존폐 논란이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인권-사람의 권리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시작된 것이 이런 사형제 폐지 논란입니다. 방송 시작하면서 얘기한 국제 사면 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사형 제도를 유지하는 국가들은 아직 많습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공개 처형을 하는 국가들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중국 그리고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 공개처형을 택하고 있는데요, 은주 씨는 혹시 고향에 있을 때 공개 처형하는 것을 본 적 있습니까?

최은주 : 너무 많이 봤어요.

진행자 : 그때가 몇 살 때였어요?

최은주 : 9-10살 즈음이었을 거예요. 저희 집 바로 앞에서 해서 저는 자주 구경했어요. 그때는 이런 공개처형에 대해 아무런 느낌이 없었어요. 생명의 존엄성 같은 것에 대해서도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고요.

진행자 : 혹시 공개처형 당한 사람들의 죄목이 기억납니까?

최은주 : 뭐 소를 훔쳤다? 소를 잡아먹었다던가... 이런 사실 별로 큰 죄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진행자 : 당시 그런 죄목으로 총살당할 만 하다고 생각했나요?

최은주 : 길가에서 그냥 굶어 죽는 사람도 많았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그냥 죽는구나, 저 사람은 죄를 지었구나, 저런 죄를 지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진행자 : 저는 그런 경험이 없지만 9살에 그런 장면을 본다는 일은 큰 충격이 될 것 같은데요?

장희문 : 저도 영화에서만 봤지 상상도 할 수 없네요.

최은주 : 저도 처음에는 엄청나게 겁이 났는데 그걸 두 번보고 세 번 보고 하니까 그냥 구경이 돼버렸어요. 공개 총살을 하는 이유가 너희들은 이런 죄를 짓지 마라 겁을 주려고 하는 의도인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협박용이죠.

진행자 : 지금은 이런 공개 총살... 어떻게 생각해요? 그때는 아무 느낌도 없었다고 했는데요.

최은주 : 저도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그리고 죽을 뻔한 적도 많았어요. 그래서 생명이라는 것 자체를 실감하지 못했지만 여기 와서 사람들도 여러 가지를 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면서 알았어요. 생명이라는 것은 어떤 생명도 누구도 함부로 해칠 수 없구나...

장희문 : 최근에 들은 얘깁니다. 영국의 사상가 에머슨이 이런 경험을 했답니다. 시골에 잠깐 갔는데 소에게 여물을 주려고 고삐를 잡아 당겼는데 오지 않더랍니다. 그래서 더 세게 더 강하게 잡아당겼는데 꼼짝도 안 했대요. 조금 있다가 어떤 소녀가 오더니 소의 코를 살살 만져주니까 그때는 선선히 소가 움직였답니다. 에머슨은 순간 소도 그런데 인간은 어떨까, 강제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사람은 동화될 때 진짜로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자발성 아니라 국가가 전해주는 이념이나 기준에 따라 움직이라고 이런 식으로 강제하는 것은 인류의 행복에 걸림돌인 것 같습니다. 인간들이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그런 인간의 권리를 존중해 주는 사회, 그런 사회를 위해 은주 누나나 저와 또 많은 젊은이들이 뛰고 있습니다.

진행자 : 사형제 존폐 논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이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찬성과 반성, 양쪽에서 어떤 주장들이 오가는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논란이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 그대> 오늘 이만 마치겠습니다. 희문 씨, 은주 씨 수고하셨습니다.

장희문, 최은주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