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어제까지 개막 나흘째를 맞은 광저우 아시안경기대회에서 남북한의 명암이 너무나도 대조적입니다. 남쪽은 연일 무더기 금메달을 따고 있는 반면, 북쪽은 어제 역도에서 겨우 금메달 1개를 땄습니다. 그 옛날 빛나던 북한의 체육은 어디로 갔을까요?
중국 광저우 현지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회 초반이지만, 한국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남자 유도 73kg급의 왕기춘이 준결승전에서 북한의 간판선수인 김철수를 종료 26초를 남기고 누르기 한판승으로 가볍게 결승에 진출합니다. 이곳 광저우 유도 경기장에서 한국이 가져간 금메달만 모두 6개. 한국의 금메달 소식은 유도 외에도 사격, 수영, 승마, 사이클 등 다양합니다. 벌써 금메달만 18개입니다. 현지 중국인들조차 한국의 초강세에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유도 경기장에서 광저우 시민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시민:
어제까지 한국이 유도 종목에서만 모두 5개의 금메달을 타냈는데, 오늘도 또 금메달이 유력시 되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파이팅!!
종합 2위를 놓고 한국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은 강세종목인 유도에서도 앞서지 못해 사실상 2위 싸움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당초 65개 안팎의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은 이런 추세라면 금메달 80개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대회 나흘째 남자 역도 69kg급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금메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기대를 걸었던 사격과 유도 등에서 거듭된 부진속에 금메달 도전에 실패했습니다. 이 같은 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종합 10위 달성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국제 경험 부족도 실감해야 했습니다.
지난 14일 남북대결로 기대를 모았던 유도 여자 70kg급 결승전에선 경기 시작 12초만에 북쪽의 설경 선수가 목이 바닥에 닿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기술을 걸다가 반칙패를 선언 당해 금메달을 헌납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스무살의 어린 설경 선수에게는 억울한 일이었지만, 눈물을 삼켜야만 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뭘까.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조선족 동포들은 경제난으로 인한 선수 육성의 실패로 꼽고 있습니다.
연변 출신의 조선족 박경희(가명) 씨의 얘깁니다.
박경희:
90년대 중반 ‘고난의행군’을 겪으면서 북조선은 체육 선수들에게 지원할 예산이 없어 해외 전지훈련은 물론, 경기에 필요한 장비도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북한의 체육 실력은 오히려 뒷걸음질만 쳤고, 아시아에서조차 변방으로 밀려났습니다. 결국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리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9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북한은 체육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참가한 대회마다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4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고, 특히 1982년 제9차 뉴델리 아시아경기대회에선 금메달만 17개를 따내면서 남쪽과의 차이를 좁혔었습니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부활을 외치며 사상 최대 규모로 출전한 북한. 그러나 대회 초반 부진으로 금빛 낭보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아 이번 대회에서도 상위권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 광저우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