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의 북부에 튀니지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지난 14일에 이 나라 사람들은 '혁명의 날'을 축하하는 대대적인 집회를 열었습니다. 7년 전 이날은 튀니지에서 23년간 전체주의 체제를 이끌던 독재자 벤알리가 공식적으로 대통령직에서 축출돼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간 날입니다. 이 사건은 이웃 국가인 이집트와 리비아, 시리아로 전파돼 중동지역의 민주화 열풍을 불러왔습니다. 이 지역의 연속적인 민주화 운동은 '아랍의 봄'이라는 이름으로 인류의 현대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랍지역의 민주화 바람은 2010년 12월에 있었던 한 튀니지 청년의 분신자살에 기인합니다. 모하메드 부아지지라는 청년은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독재정권 하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길거리 매대에서 야채장사를 하던 중 경찰에게 물건을 빼앗기게 되었고 이에 반발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억울함을 표했습니다. 부아지지의 죽음이 당시 인터넷으로 전파돼 튀니지 국민들 뿐아니라 세계사람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그리고 튀니지 사람들은 독재에 대항한 대대적인 시위를 진행했고 독재자 벤알리를 사퇴하게 만든 민주화의 물결을 불러왔습니다.
이후 7년이 지났습니다. 튀니지는 민주주의를 안착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은 경제적 안정과 시민의식과 법치의 확대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튀니지 주민들은 독재정권이 종말을 고한 뒤 일상생활에서 표현의 자유를 얻은 것을 최고의 선물이라고 꼽습니다. 외신언론들의 뉴스보도에 따르면 사람들은 독재정권 때와는 달리 지금은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고 말들합니다.
지난 14일에 수 천명의 튀지니 국민들은 수도 튀니스의 중심도로에 모여서 2011년의 튀니지 국민들의 성공적인 민주화를 축하하는 동시에 현 정권의 경제정책 실책을 비판하는 시위도 진행했습니다. '무엇을 기다리는가'라고 이름 붙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최근 정부의 긴축적인 예산편성으로 인해 휘발유나 식료품 등 일상용품의 급격한 가격인상을 불러왔기 때문입니다.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집회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튀니지 민주화 7주년 기념으로 수 천명이 모이는 반정부 시위를 할 수 있게 된 배경도 바로 7년 전의 민주화 혁명의 성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월 초부터 시작된 이번 시위로 800여 명의 사람들이 체포됐다는 뉴스 보도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만 주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희망적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2010년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던 '인터넷 자유'에 대한 국제대회에서 튀니지의 인권과 민주주의 활동가 한 명을 만난 적 있습니다. 이 친구는 그때도 개인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독재체제 하에서는 정부당국의 검열과 통제가 심하고 인터넷 통신 자체도 제한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도 독립적 민간 언론인으로서 튀니지의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문제 등을 비판하는 글을 써서 인터넷 신문에 올리며 정부를 견제하는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민주화 혁명 7주기를 기념하는 시위에 참가한 사진들을 인터넷 신문에 올리며 튀니지 국민들과 세계사람들에게 튀니지의 희망을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제 친구 인생의 목표는 튀니지 민주화의 완성와 인권실현입니다.
제 친구는 인터넷 사이트에 "수 천 명의 젊은 시민들이 한데 모였다. 우리는 '직업, 자유, 그리고 국민적 자긍심'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나라의 청춘들은 양심과 현대화, 복지를 튀니지 정치인들에게 요구했다. 양심이 깨어 있는 청춘들이 우리의 가혹한 현실을 변화시킬 것이다"라며 동료 활동가들을 격려했습니다.
7년 전의 튀니지 사람들이 길거리 매대 장사를 하던 부아지지의 분신자살에 격분해 독재정권의 폐해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통제가 심하긴 했지만 당시에 최소한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사회환경이 마련돼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북한당국이 여전히 주민들의 손전화 통화를 감시하고 비사회주의 현상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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