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7일이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세 명의 위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인권 상황 조사의 결과를 공개한 날 말입니다. 정확하게 3년 전의 일인데요. 이날을 기념해 북한인권 조사위회의 조사활동과 결과보고서가 왜 그리도 중요한지 다시 한번 되돌아 보려고 합니다.
2013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를 통과한 결의안은 세 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에 1년 간의 권한을 허락하고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유린'을 조사할 것을 결정합니다. 조사위원회는 2013년을 지나면서 총 320명에 달하는 탈북민들과 북한문제 전문가들을 만나서 조사했고요. 400페이지에 달하는 결과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조사위원회의 활동과 결과보고서가 중요한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북한주민 여러분들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이나 신체적으로 또는 심리적으로 고통당하는 인권유린이 이제는 단순히 인권유린의 차원을 넘어서 북한당국이 저지르는 심각한 '범죄'로 판명난 것입니다. 국제 인권법에 의거해서 가장 비인간적이고 잔혹하고 끔찍한 범죄로 알려진 '반인도범죄'에 해당된다고 발표됐습니다. 인류역사상 '반인도범죄'는 분쟁이나 전쟁 전후 단기간에 일어나기 마련인데 북한에서는 70년이나 지속되고 있다고 조사위원회가 밝혔습니다. 이에 국제사회는 크게 경악했고 그냥 둘 수 없다는데 동의했습니다.
둘째, 북한당국이 저지르는 인권유린이 인류역사상 가장 끔찍한 종류의 범죄인 반인도범죄로 규정된 이상, 국제법에 의거해 이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누구인지 밝혀내고 반인도범죄에 책임이 있는 혐의자들은 국제 재판을 통해서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판가름해야 하는 상황에 왔다는 말입니다. 특히 조사위원회는 가해자의 최고 정점에는 '최고지도자'가 있다고 보고서에 적시해두고 있습니다.
셋째, 북한의 반인도범죄 문제는 앞으로도 국제사회가 책임지고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라는데 세계가 동의했다는 점이 또 중요합니다. 한 나라 국민들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주체는 해당 국가 정부 입니다. 하지만 그 정부가 보호는커녕 인권침해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에는 국제사회가 그 나라 국민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국제적인 인도주의 원칙이 있습니다. 이 원칙과 논리에 기초해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그냥 버려두지 않겠다고 매년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에서 결의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 땅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주민들 혼자서 해결하고 감수해야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와 세계 인류가 함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의미있는 조사위원회 보고서의 결과로 북한인권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국제사회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요?
먼저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정식안건으로 다뤄 2014년부터 3년 연속으로 북한 인권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안보리에서는 국제 안보와 관련해 군사적 갈등과 분쟁 문제가 주요 안건입니다. 하지만 2000년이 지나면서는 안보리의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해서 인권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는데요, 이유는 반인도범죄 같은 심각한 인권범죄가 분쟁이나 내전과 함께 자행돼 안보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안보리 이사국들의 투표를 통해서 인권 안건으로 상정된 것은 전세계에서 짐바브웨와 미얀마 이후 북한인권이 세 번째입니다. 그만큼 북한의 반인도범죄가 심각한 국제적 우려의 대상이되었다는 뜻입니다.
국제적인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북한당국도 이제는 유엔에서 결의안 반대를 위한 표대결 경쟁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남한으로 망명해 온 태영호 전 북한 영국공사가 증언한 것입니다.
그 외 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이 실행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서울에 유엔 최고인권대표 사무소가 설치돼 탈북민들을 만나서 북한인권 유린 상황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활동을 합니다. 또 반인도범죄에 책임규명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국제법적으로 연구하는 '독립 전문가 그루빠'가 조직돼 지난 반년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보고서가 다음달 스위스 제네바의 인권이사회에서 발표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북한의 반인도범죄 가해자를 가려내고 책임 규명을 하자는 주장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에 유엔 안보리가 제소하는 방법, 국제형사재판소의 보편적 재판 관할권이 있는 나라들이 북한의 가해자들을 직접 자기 나라의 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방법, 유엔에 즉결재판소를 설치하는 방법, 등 다양한 국제재판소에서 반인도범죄자를 가려낼 방안들이 곧 소개될 겁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북한에 계신 주민들도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해야할 일들이 있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 인간적 양심과 도덕에 어긋나는 일,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인식하고 인권에 대한 교양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북한인권 문제 해결의 단계에서 우리 북한 주민들의 인권 의식이 높아져야 북한의 반인도범죄 해결의 길도 앞당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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