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차별 없는 북한사회가 되기를

0:00 / 0:00

남한에서 3월 1일은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1919년 3.1독립운동 기념일입니다. 국제사회에서는 3월 1일에 '차별없는 날'을 기념합니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3월 1일을 'Zero Discrimination Day'로 지정했는데요. 우리말로 풀어쓰면 '차별 없는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선전홍보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날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차별없는 날' 홍보활동은 2013년 말부터 시작됐는데요. 유엔 기구 중 하나인 UNAIDS, 즉 유엔에이즈대책본부가 시작한 홍보계몽운동이었습니다. 에이즈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사회적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고 차별하는 악습을 없애지 않는 한 에이즈로 인한 죽음도 새로운 에이즈 감염도 뿌리뽑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차별철폐 선전홍보활동은 모든 종류의 차별을 없애자는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확산됐습니다. 이제는 매년 3월 1일을 '차별 없는 날'로 정해서 해마다 차별철폐 국제 홍보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차별은 심각한 인권유린이고 불법적 행위이며, 비양심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이자 인류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인종이나 종교, 국적, 성적 정체성,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해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사회가 그렇지요. 대표적으로 '성분'과 '토대'를 들 수 있겠습니다. 70년도 훨씬 전에 살았던 내 조상이 일제시대에 직업이 뭐였는지, 그리고 한국전쟁시절 우리 할아버지가 어느 편에 서있었는지에 따라서 3대와 4대 후세대까지 딱지를 붙여놓고 있는 것이 북한의 상황입니다. 적대, 동요, 핵심 계층으로 분류해서 사회생활, 경제생활, 정치생활, 심지어 자녀 교육에 그리고 진로와 직장 생활에까지 제약을 받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실현되는 보통의 국가에서는 이런 종류의 차별은 엄연한 인권유린이며 존재할 수도 없는 제도이고 법으로도 금지된 행위입니다.

특히 아동에게 적용되는 차별은 더더욱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입니다. 계층과 성분을 근거로 그리고 부모의 권력과 경제력을 기준으로 중학교 졸업생들의 진로가 결정되지 않습니까. 최상위의 조건을 갖춘 졸업생들은 대학교로 진학할 수가 있고, 그 다음 수준의 학생들은 군대로 배치받을 수가 있지요. 그보다 낮은 조건을 갖춘 졸업생들은 적당한 직장이나 기업소로 진로가 정해집니다. 물론 그 과정에 인맥이나 돈이 오고가는 것은 당연한 현실입니다. 부모의 형편이 안 좋고 경제력도 없으며 모든 조건이 좋지 않은 졸업생들은 무리배치돼 돌격대로 가야하거나 광산이나 가장 나쁜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 중학교 졸업생들의 현실입니다.

현재 한국에 와 있는 젊은 탈북민들 중에서 북한에서 꽃제비로 길거리를 헤매며 갖은 차별과 학대를 받고 지내다 남한으로 탈북해와서 잘 정착해 살고 있는 청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만났던 탈북민들은 이제는 하고 싶은 공부 열심히 하며 원하는 직장을 찾아서 진로를 결정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됩니다. 경찰이 되려고 준비하는 친구도 있고요, 이미 공무원이 돼서 성실히 일하는 청년도 있습니다. 화가가 되거나, 방송연예인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남한의 좋은 대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북한에 존재하는 성분, 계층, 정치적 딱지만 떼 버리니 북한에서는 공부의 기회도 차려지지 않던 사람들이 남한에서는 정말 훌륭한 인텔리이자 사회지도자가 되어가고 있는 모습들입니다. 차별이라는 것이 그만큼 비도덕적인 인권유린이며 인류발전에 결정적인 장애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남녀간의 차별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역할을 비교적 동등하게 가지는 남한사회에서 학술분야에서 박사가 되고, 전문직종에서 인정받고, 시민사회의 지도자가 된 여성 탈북민들이 상당히 많은 것을 보면 이 또한 큰 교훈이 됩니다.

차별은 거의 모든 국제법에서 금지하는 심각한 인권유린입니다. 북한당국도 가입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 "규약 당사국에 사는 모든 개인은 어떤 종류의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이 규약을 북한에서 실현하겠다고 비준까지 했으면서도 심각한 차별이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인류사에서 가장 중대한 범죄로 분류돼 있는 '반인도범죄'에도 차별이 포함됩니다. '반인도범죄'를 정의하고 있는 법전을 보면, "국제법상 보편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기준을 근거로 분류해서 특정 무리의 사람들을 반대하는 학대"를 반인도범죄를 형성하는 하나의 범죄로 다루고 있습니다. 반인도범죄는 가해자를 국제형사재판소로 제소해 다뤄야 하는 범죄입니다.

이렇게 국제사회는 '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며 차별을 없애기 위한 시민홍보운동을 해마다 하고 있습니다. 활동의 주최단체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우리가 차별과 싸우기 위해서는 할 일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다. 뭔가 잘못됐을 때 잘못되었다고 똑똑하게 말하기, 차별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차별받는 사람을 돕기, 차이와 다양성이 가져다 주는 이익을 널리 홍보하기 등이 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차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차별없는 날'을 기념 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