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시작되었습니다. 13일에 스위스 제네바의 인권이사회 본부에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개막연설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인 인권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모든 유엔 회원국가들의 인권문제를 종합적으로 토론하고 개선조치를 채택하는 유엔의 기구입니다. 이사회 개막식에서 인권최고대표는 인권문제가 심각한 여러 나라들의 상황을 언급하며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인권도 당연히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인권최고대표는 심각한 인권유린이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지난 3월에 통과된 북한인권 결의안을 실행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전문가 그루빠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이드 인권최고대표는 전문가 그루빠는 북한의 반인도범죄의 책임소재 규명, 희생자들에 대한 진실규명과 정의실현을 위한 방안을 연구하는 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활동에 있어서 두 가지의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문가 그루빠를 선정하는 회의가 있을 것이고, 또 제3대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이번 회기에서 선정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그루빠는 2명의 국제법 전문가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도와서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한 책임 규명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입니다. 특히 현존하는 국제법과 북한의 실정법에 놓고 봤을 때 반인도범죄에 대한 책임 소재는 북한당국의 누구에게 있는지를 연구할 것입니다. 또 반인도범죄 희생자들의 진상조사와 정의실현을 위한 국제기구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조사하게 됩니다.
또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새로 임명됩니다. 특별보고관은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켜서 권한을 위임받게 되는데요. 한 명의 보고관이 6년까지 임기를 연장해 일할 수 있습니다. 태국인 국제법 학자인 비팃 문타본 교수가 제1대 특별보고관이었습니다. 문타본 교수는 2004년부터 6년간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역임하면서 북한당국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고 심각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고 이러한 인권유린은 북한만의 독특한 형태로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타본의 연구와 보고서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특별보고관은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임기를 마친 마르주끼 다루스만입니다. 다루스만은 인도네시아의 검찰총장 출신으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설립과 조사활동에 큰 공로를 세웠습니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과 유엔 조사위원회는 북한의 인권유린이 국제적 중대범죄인 반인도범죄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책임자를 알아내고 이 책임자를 처벌할 국제법적 근거를 찾아내자는 데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인권이사회가 마무리되는 7월 1일에 제3대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북한인권 국제운동의 흐름으로 봤을 때 3대 특별보고관의 역할은 반인도범죄 책임자 규명 방안의 모색과 범죄자 책임규명의 실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고조된 관심과 우려와는 달리 문제해결을 위한 북한당국의 개입이나 당국자들과의 인권대화와 접촉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지난 3월초에 있었던 31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압박을 가하는 회의에는 더 이상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3월에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와 결의안 내용을 토론하는 인권이사회 시간에 북한 대표부의 담당자들이 회의장에 나와 있었음에도, 의례적으로 진행하는 당사국 발표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북한 반인도범죄 문제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유엔의 존재 근거인 유엔 헌장과 유엔 인권선언이 선포한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함입니다. 북한주민들이 국가로부터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존엄성과 기본적인 인권이 오히려 국가로부터 유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가 책임을 지고 개입한 것입니다. 정치적인 공격과는 엄연히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국제사회의 대화시도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자이드 인권최고대표는 개회연설에서 "북한인권의 개선과 협력을 위해서 북한당국과의 대화가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인권이사회를 무시하는 전략으로 나온다고 하여 본인들이 저지른 반인도범죄를 국제사회가 눈감아 줄 리 없습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인권개선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만이 해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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