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고문은 조건 없이 폐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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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은 희생자의 인간성을 몰살하는 행위이며 인류의 선조의 선조 때부터 축적해온 인간 존엄성을 한꺼번에 부정하는 악행입니다. 그래서 국제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런 반인륜적인 범죄를 완전히 근절하지 못하는 것이 인류역사의 부끄러운 모습 중 하나입니다. 유엔은 인류진보에 역행하는 봉건적 행태인 고문을 없애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북한과 같이 전근대적 전체주의 독재국가나 내전이나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위험지역에서는 여전히 고문이 자행되고 있어 국제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문을 근절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1997년 12월 유엔 총회는 매년 6월 26일을 '유엔 국제 고문희생자 지원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고문과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모멸적인 처우나 처벌 방지를 위한 협약'이 1987년 6월 26일에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유엔은 이 협약이 제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 지구상에 고문을 철저히 없애기 위한 의도로 기념일을 정해서 고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물론 고문을 단죄하고 근절할 방도를 찾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이날 영국에서는 국제적인 법조인들과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고문의 완전한 폐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도 열렸습니다. 또 유엔 회원국가 당사국은 물론이고 시민사회와 관련 활동가나 개인들은 고문을 받았거나 아직도 고문받고 있는 세계 전역의 희생자들을 후원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는 선전활동도 있었습니다.

유엔과 국제기구들은 고문을 금지하는데는 어떤 조건도 국적도 환경이나 특별한 이유 붙여서는 안 되고 무조건적으로 없앨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고문 관련 협약이나 규약을 비준한 당사국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구성원인 국가라면 모두 고문을 근절하기 위한 국제법의 관행을 적용해야한다고 유엔은 선언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하게는 고문이 당사국에 의해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된다면 '반인도범죄'에 해당되는 잔혹한 범죄가 됩니다. 북한 당국이 저지르는 고문과 잔혹한 인권유린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유엔의 존재 근거이기도 하면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모두 규정해 선언하고 있는 '세계인권선언'에서도 고문금지 조항이 잘 나와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제 5조인데요. "누구도 고문이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모멸적인 처우 또는 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합니다.

또 유엔 총회에서 1975년에 결의안으로 채택한 선언이 있는데요. '고문과 기타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모멸적인 처우 또는 처벌로부터 모든 개인을 보호할데 대한 선언'입니다. 이 선언에는 고문의 정의가 잘 나와 있습니다. "고문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상관 없이 공무원이 어떤 개인으로부터 정보나 자백을 얻어낼 목적으로 진행하는 조사에서 그 개인이 행한 행동에 벌을 주기 위해서 또는 단지 겁을 주면서 의도적으로 심각한 통증이나 고통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2조는 "고문과 관련된 모든 행위는 인류의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며 유엔헌장의 목적을 부정하는 행위이자 유엔인권선언에서 선언하고 있는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위반하는 행위로서 규탄받아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자행하고 있는 고문에 대한 우려와 상세 내용은 2014년 2월에 나온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잘 나와 있습니다. 2013년 유엔 조사위원회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펼쳤고 보고서에서는 고문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담겨있습니다. 고문은 조사위원회가 발견한 6가지 북한인권유린의 주요 유형 중 하나로 정리돼 있습니다. 특히 북한을 탈출했다가 중국에서 잡혀 강제로 송환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고문에 대한 우려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2013년 여름 2 개월간 조사위원회가 서울에서 탈북민들을 만나 조사를 했고 저도 개인적으로 탈북민들을 조사위원회에 소개해주며 비공개 면담조사에 참관한 경험이 있습니다. 조사대상 탈북민들의 수가 300 명 가까이 됐는데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이 고문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또 2008년에 한 시민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20명의 과거 구금시설 수감 경험자를 조사했는데 전원이 고문 경험이 있었다는 발표를 한 바 있었습니다.

물론 북한의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고문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고문 가해자의 경우 5년이하의 노동교화형 또는 심각한 경우는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딴판입니다. 한국에 나와 있는 탈북민들 중 대다수가 고문의 희생자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북한의 고문은 보편화돼 있습니다.

유엔 조사위원회가 북한의 고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 것도 마찬가지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고문이 활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범죄혐의자들을 공포로 주눅들게 해 완전한 자백을 끌이내기 위한 일환으로 체계적으로 모멸감을 주고 위협하고 고문한다고 조사위원회는 밝혔습니다.

특히 조사위원회는 북한을 탈북했다가 강제송환된 사람들의 경우는 무차별적인 고문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이야기하는 북송된 사람들에 대한 고문과 비인도적 처벌은 단지 2013년 이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까지도 탈북을 시도한 사람들 특히 남한행을 기도한 사람들은 정치범으로 심각하게 고문하고 처벌하는 악행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간 존엄성과 인류진보의 가치를 말살하는 북한 당국의 고문 악행이 무조건적으로 폐지되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