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의 민주화 활동가 한 명이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류 샤오보라는 중국 문화 평론가이며 작가이자 인권과 민주화 활동가입니다. 중국의 정치적 개혁을 주장하는 대중운동을 전개하다 정치범으로 수감 중이던 지난 6월 말에 간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석방됐으나 두어 주가 지나 세상을 떠났습니다.
류 샤오보는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집회를 지지하다 1991년까지 수감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 후로도 중국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시민운동에 참여해 전부 네 차례나 정치범으로 감옥에 갇혔습니다. 1996년에는 노동교화 3년형을 받아 복역 중 아내 류 시아 씨와 결혼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류 샤오보는 미국과 유럽의 몇몇 나라 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연구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천안문광장의 민주화 운동 소식을 전해듣고 1989년 4월에 귀국해 천안문 민주화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당시 중국 정부와 군대는 계엄령을 강화하고 있었고 학생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천안문광장을 점거했습니다. 류 샤오보는 6월 2일부터 '천안문 4군자 단식'으로 알려진 단식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겐 적이 없다. 증오와 폭력이 우리의 지성과 중국 민주화의 전진을 해치게 하지 말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비폭력 시위를 전개했습니다. 대립하고 있던 정부와 학생들에게 계급투쟁 이념을 버리자고 호소하며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정치적 문화를 채택하자고 요청합니다.
마지막으로 체포돼 수감된 것은 2008년입니다. 류 샤오보는 인권성명서인 08헌장을 공동집필하고 서명운동을 전개했습니다. 350명의 서명자를 모아 200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한 세계인권의 날을 기해 발표했습니다. 이후 만 명 이상의 서명자가 모일 정도로 대중적 지지가 확고했습니다. 헌장은 표현의 자유, 인권, 민주적인 선거제도, 사법기관의 독립, 집회와 결사의 자유, 공영기업과 토지의 민영화, 경제에서의 자유주의 등을 요구하는 국민헌장이었습니다. 류 샤오보는 헌장이 발표되기 이틀 전에 체포돼 독방에 수감됐고 변호사 접견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해인 2009년 6월에 중국 형법에 의해 '국가권력 전복 고무' 혐의로 기소됐고 12월에 '국가권력 전복 고무죄'로 11년 형을 선고받아 사망 전까지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중국정부의 언론검열과 통제로 중국 주민들은 류 샤오보에 대한 소식을 즉각적으로 접하진 못했지만 국제사회는 중국 민주화 운동가의 활동, 재판 그리고 수감생활을 세계언론을 통해서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2008년 12월에 류 샤오보의 석방을 공식 요청했고 다음해 1월에는 전 세계의 300여 명의 작가들이 성명서를 발표해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노벨 평화상을 주관하는 노벨 위원회는 류 샤오보의 비폭력 인권투쟁을 기리며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합니다. 하지만 수감 중인 수상자는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시상식에는 빈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류 샤오보의 죽음이 전세계에 알려지자 세계의 인터넷 사용자들 속에서는 중국 민주화 운동인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해변가에 빈 의자를 놓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서 다른 인터넷 사용자들과 공유하는 선전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정부의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일종의 시위인 셈인데요. 인터넷 사용자들은 "류 샤오보와 함께" 또는 "진정한 영웅 류 샤오보를 추모하며" 등의 짧은 문구를 해변의 빈의자 사진과 함께 올려놓습니다. 심지어 중국 본토에서도 이런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용감한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빈의자의 의미는 2010년에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류 샤오보가 수감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과 사망 후 무덤을 만들지 못하고 화장해 바다에 유해를 뿌린 사실을 비꼬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세계 시민들은 인권활동가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정치적 탄압을 비판하고 반대 의사를 표현합니다.
중국인 인권운동가 한 명의 죽음으로 전세계는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서 돌아보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중국이 일당독재를 한다고 하지만 국제화되고 열려있는 국가이기에 세계사람들이 관찰할 수 있고 그래서 관심과 걱정이 그만큼 더 적극적입니다. 국제화 시대에 인권과 민주화는 인류 공동의 가치로서 국경에 상관없이 세계인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어서 류 샤오보와 같은 인권과 민주화 운동가의 활동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북한의 교화소나 정치범관리소에서 원인도 모른 채 사라져간 보통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누구였는지 그 정체도 알 수가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류 사오보가 사망한지 일주일이 되던 지난 20일, 남한의 한 시민단체가 북한전역의 처형장소는 333곳에 달하고 시신 집단 매장지와 화장터도 마흔 곳이 넘는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남한으로 탈출해 나온 인권유린 희생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지금은 전세계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인권활동가를 추모하는 분위기인데요. 북한도 무고하게 감옥에서 숨져간 인권유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목숨 하나 하나를 추모하고 기리게 되는 날이 꼭 오리라 믿습니다.
류 샤오보의 명복을 빌며 북한 정치범 관리소에서 숨져간 이름 모를 분들의 운명을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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