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정보는 민주주의의 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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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 미국의 한 정보 보안업체인 리코디드 퓨쳐 (Recorded Future)라는 회사가 '북한의 지도부는 고립되지 않았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인터넷 활동을 심층분석한 내용인데요. 북한의 고위 지도부는 인터넷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며 정보와 인터넷의 기술적 상식도 풍부하다고 밝혔습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북한 당국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억제를 위해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의 핵심지도부는 인터넷을 잘 활용하고 있으므로 국제적 고립이 무효하다는 사실을 밝힌 겁니다. 이 부분에서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북한의 극소수 지도부와 엘리트 계층은 인터넷을 통해서 국제사회가 접하는 모든 정보를 활용하며 그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북한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할 모든 북한주민들은 인터넷과 세계정보에는 접근할 수도 없고 접근해서도 안 되는 부당한 현실입니다. 북한 당국의 정보 독점과 정보유통 수단의 통제 때문인데요. 이는 엄연히 국제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정보접근의 자유에 대한 위반입니다.

우선 보고서 내용을 간추려 보면 북한에는 4백만 명 정도가 손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반해, 광범위한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에 접근도 못하는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컴퓨터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처럼 손전화로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손전화로 음성과 문자 전송이나 사진과 영상찍기 정도만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 즉 대학생들이나 과학자, 일부 정부당국자들은 북한 내 국가가 운영하는 학교나 기관의 내부전산망인 인트라넷을 사용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친다고 합니다. 가장 최고위층 지도부와 엘리트 층의 정례 인사들에게만 세계전산망인 인터넷에 접속할 허가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정확한 숫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북한 지도부 최고위층의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이라고 보고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 최고위층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세계의 민주화된 국가의 일반 인터넷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일상 생활에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인터넷 검색망을 활용하고 있고 '아마존'이라는 국제적으로 가장 거대한 상품구매 사이트를 이용하며 중국에서 가장 큰 전자 상거래 사이트인 '알리바바'도 활용한다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터넷 사용자가 찾는 '페이스북'이라는 인터넷 사회연결망도 북한의 극소수 지도부들이 애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페이스북은 개인 게시판 같은 것인데요. 페이스북에서 친구관계를 설정한 사람들의 게시판과 일반 언론사나 사회단체 게시판의 정보도 자유롭게 다 공유할 수 있는 정보의 바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페이스북 계정에는 800명이 조금 넘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이 숫자는 많은 것이 아닙니다. 수천 명과 친구가 될 수 있고 이 친구들과 개인 생활이야기는 물론이고 정치 사회 문화적 주제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친구들과 논쟁하며 토론하고 정치와 사회적 현상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세계인권선언 19조에서 말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현상입니다. 즉 "모든 사람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어떤 방해도 없이 의견을 가지고 어떤 매체를 통해서건 국경에 상관 없이 정보와 생각을 검색하고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돼 있습니다. 세계 일반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누리고 있는 자유를 말합니다. 북한의 최고위층 극소수의 사람들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페이스북에서 즐기고 있는 것이 보고서에서 확인됐습니다.

미국 보안업체의 보고서가 나온 날 남한의 북한소식 전문매체인 데일리엔케이에서도 일반주민들에게 확산된 손전화 특히 타치폰의 광범위한 사용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보도에서는 30-40대 일반 북한 주민들이 타치폰에 SD카드를 끼워서 남한 드라마를 보거나 각종 정보를 얻는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북한의 일반주민들이 타치폰의 활용으로 남한 드리마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마저 사용할 수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타치폰에 메모리카드를 끼워서 사용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 최고위층은 인터넷으로 세계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일반주민들은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SD카드를 끼운 타치폰을 사용해야 하는 북한 현실을 대조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보는 민주주의의 산소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국제적인 기준이 되는 규정 중에 '국민적 알권리 중 정보법률 자유의 원칙' 전문의 첫 문장입니다. 현재 전 지구는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생산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민주화된 국가에서 인터넷은 그야말로 공기와 같습니다. 인터넷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저도 이렇게 글을 쓰고 쓴 글을 배포하는 일들을 인터넷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거대한 조류를 영원히 북한만 피할 수는 없습니다. 정보는 인터넷이고 인터넷은 이제 세계시민에게는 공기입니다. 북한 땅에만 그 공기가 흐르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것을 북한 당국은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