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대북 심리전이 효과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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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4시경 남한의 최전방 서부전선 지역에 북측이 포격을 감행했습니다. 북한군이 남한의 대북 심리전용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하며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고사포를 발사한 것입니다. 이어 남한군도 자주포로 북쪽을 향해 대응사격을 가했습니다. 다행히 양측 모두 인명이나 시설물의 피해는 없었지만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번 군사적 대립의 원인은 이달 4일에 발생한 북한군의 지뢰 도발사건입니다. 경기도 파주 인근의 비무장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남한 군인 두 명이 지뢰를 밟아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남한의 국방부는 폭발물이 북한군의 목함 지뢰가 확실하며 북한군이 남한 병력을 살상할 목적으로 지뢰를 매설했다고 현장 조사결과를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도발에 대한 대응조치로 남한 정부는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당국은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을 가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포격도발로 이어진 것입니다.

한국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북한의 예민한 반발은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정보에 대해 북한 군인들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위험천만한 무력 도발까지 감행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저지시키려는 북한의 태도는 역설적으로 확성기 방송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확성기 방송이 북한 일반병사들의 '알권리'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꼭 필요한 방송이라는 점도 재확인시켜준 셈입니다.

북측의 서부전선 최전방에서 근무했던 한 탈북자는 대북심리전방송을 3년간 들었더니 전투의지를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13년간의 군사 복무기간 동안 남측에서 들려주는 비무장지대의 확성기 방송을 제외하면 북한 군인들이 접할 수 있는 외부정보는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 일반주민들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반 주민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언론이라고 해봐야 집집마다 설치된 유선스피커를 통해 최고지도자의 교시와 당의 지시를 통보 받는 제3방송이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선중앙텔레비전이 고작입니다.

신문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신문은 언론 매체라기보다는 조선로동당의 선전매체 역할에 충실하고 그나마 해외소식을 다룬다는 신문으로는 참고신문이 있지만 이것은 일부 고위간부들에게만 허용되는 것이죠. 또 전 세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숨쉬는 공기처럼 느껴지는 인터넷도 북한 주민들에게만은 전혀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보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더더욱 외부 정보에 목말라 있고 북한당국의 입장에서는 대북라디오방송이나 비무장지대의 확성기 방송이 그만큼 두려운 것입니다.

이런 내용은 지난해 2월에 발표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서도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보고서의 가장 첫 머리에 나오는 '사상, 표현 및 종교의 자유 침해' 부분에서 북한 당국이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을 전 국민의 사상통제의 핵심 원칙으로 삼아, 교육체계와 대중조직의 관리통제로 전 국민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옥죄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한 내용이라고 비판합니다. 이 두 가지는 북한당국도 서명하고 가입한 국제적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 대북라디오 방송을 즐겨 들었던 탈북자들은 하나 같이 말합니다. '라디오 통로를 돌리다가 한국말이 나오는 통로를 만났을 땐 그야말로 암흑의 세상에서 한줄기 빛을 만나는 기분 이었다', '북한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상에 대해서 일깨워주는 대북라디오 방송이 선생님이자 삶의 지침서였다'... 이와 비슷한 헤아릴 수도 없는 희망적인 증언들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듣습니다.

이렇듯 정보와 지식은 북한당국에게는 골칫거리이지만 주민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폭력과 억압으로 전체 북한주민들의 눈과 귀, 입을 영구적으로 틀어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아울러 남한정부 당국에게는 이렇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일수록 남한과 국제사회가 북한주민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유일한 통로인 대북 라디오 방송과 확성기 방송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희망해봅니다.